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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에리사 전 태릉선수촌장 "대한체육회가 병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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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자격 안되는 지도자 발탁...성폭력 사태 방관"
"40년 된 태릉선수촌...성폭력 예방 등 선수 안전 보호 미흡"
"합숙소 폐지보다 여성지도자 확대 등 시스템 고민해야"

[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온몸이) 턱 내려 앉는 기분'이라고 했다. '사라예보의 전설'을 넘어 최초의 여성 체육선수촌장을 지낸 이에리사 전 태릉선수촌장은 심석희와 신유용으로 이어지는 체육계 성파문에 선배로서 방관한 듯해 미안하고 부끄럽다고 했다.

이에리사는 한국 체육계의 산증인이다. 남북대결이 첨예하던 냉전시절 '공산권 유고슬라비아'에서 열린 제32회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단체전 우승을 거머쥐며 영웅으로 떠올랐다. 서울올림픽 여자탁구팀 감독에 이어 2005년부터 2008년까지 3년5개월간 여성 최초로 태릉선수촌장을 맡았다.

이후에도 토리노겨울올림픽(2006년)과 베이징올림픽(2008년) 한국선수단 총감독을 거쳐 19대 국회의원(2012년~2016년), 인천아시안게임선수촌장(2014년)을 역임하는 등 선수와 체육행정 모두를 통달한 한국체육계의 산증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체육계 거목이 온몸이 턱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면 오죽했을까. 준비된 질문을 던지기가 오히려 민망했다.

그는 국회의원을 마치고 한발 물러섰던 스스로를 질책했다고 했다. 심석희 선수를 보면서 이제 할말은 해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녀 숙소 카드출입시스템 만들었더니..일부 코치 "사생활 침해다"

"그동안 선배로서 방관한 것 같아 미안하고 부끄러웠어요. 어린 시절부터 50년 넘게 체육계에 몸담으면서 부끄럽지 않게 일했습니다만, 현 시점에서 체육계를 보면서 국회의원 임기 후 한발 물러섰던 자신을 질책했어요. 내가 필요한 것을 찾아서 했어야 했는데…마지막 남은 여성 체육인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것을 늘 생각했으나 실천하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됩니다. 심석희 선수를 보면서 행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에리사 휴먼스포츠 대표 인터뷰. 2019.01.15 mironj19@newspim.com

현재 체육계 분위기에서는 제2, 제3의 심석희 선수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탑오브탑'급인 심석희 선수도 피해를 당한 마당에 성폭력이 체육계에 고질적인 병폐라는 점을 이제는 외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해 이에리사 전 선수촌장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못한다. 무엇보다 대한체육회가 이같은 병을 키운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고백하지 못한 선수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용기를 내기 어려운 환경이에요. 피해자들의 보호는 미흡한 반면 가해자들은 체육계에 여전히 발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죠. 예전에 탈북인 출신 리듬체조 코치도 간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백했지만 결과는 흐지부지됐죠. 조재범 전 코치도 2011년 승부조작으로 처벌을 받았지만, 대표팀 코치로 남아 있었구요. 국가대표의 지도자는 대한체육회 승인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애초에 지도자 자격이 안되는 사람을 대한체육회가 승인을 하면 안되는거죠. 이런 사태는 대한체육회가 방관한 것이나 다름없는 거에요."

한국 체육계는 이제 '이에리사 선수' 시절이 아니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등에서 상위권에서 노는 '수준높은 스포츠강국'이다. 하지만 사람으로 비유한다면 신체 성장속도에 비해 정신적 성장속도는 어떨까. 몸이 크는 동안 마음은 곪아가는 '상처입은 선수'들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심석희 선수에 따르면 태릉·진천선수촌 빙상장이나 라커룸에서도 성폭력이 이뤄졌다고 한다. 선수촌에서 이같은 범행이 가능할 지 물었다.

"태릉선수촌장으로 있을 당시 열쇠를 통해 숙소와 훈련장을 들어갈 수 있었어요. 열쇠만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별다른 제재없이 남녀숙소를 오갈 수 있었던 겁니다. 태릉선수촌이 당시(2005~2006년) 만들어진 지 40년이 넘었는데 선수촌 내에서 도난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어요. 과연 선수촌이 선수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나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우선 남녀 구분없이 마음대로 드나들게 돼 있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드출입시스템을 만들었어요. 숙소별로 출입시스템이 인식할 수 있는 카드가 정해져 있게 만든거죠. 또 누가 들어갔는지 출입기록이 다 남기 때문에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추진한 일입니다. 그런데 일부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얘기까지 나왔어요."

◆숙소 모자라 남자숙소에서 여자선수 잘 판..정부 '증축 안된다'

이에리사 전 촌장은 태릉선수촌장을 하면서 여성 선수들의 숙소 확대를 추진했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높은 '정부'라는 장벽이 만만치 않았다.

태릉선수촌은 1966년도에 만들어진 것만큼 규모가 작았다. 당시에는 한국이 도전할만한 종목과 올림픽 등에서도 종목이 몇개 안 됐고, 나라 자체도 빈곤에 허덕였기에 크게 만드는 것 자체를 고려할 여지가 적었다.

"2006년에 접어들면서 아시안게임에서만 종목이 40개나 됐죠. 아시안게임을 위해 어딘가에서 훈련을 해야하지만 태릉선수촌 규모가 작아서 들어올 수 없었어요. 남자와 여자 선수가 반반이라고 했을 때, 여자 선수 숙소가 부족하다보니 여자 선수들이 남자 선수 숙소에서 생활해야 했습니다. 5층짜리 숙소에서 3층까지 남자 선수를 쓰게 하고, 나머지 층은 여자 선수가 써야 하는데  숙소가 모자라니 남자 숙소에 여자가 혼숙하게 되는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 당시 문화재청이 여자 숙소 확대를 반대했어요. 문화재청에 찾아가 '당신 딸이 남자숙소에서 잔다고 하면 허락하겠느냐'며 끝까지 요구했지요."

문화재청이 반대한 이유는 태릉선수촌이 위치한 장소가 문화재 보호구역에 있기 때문이다. 태릉선수촌은 조선 중종의 계비이자 명종의 어머니인 문정왕후의 능인 태릉과 명종의 능인 강릉 사이에 있다. 두 능을 합쳐 태강릉이라 한다. 문화재 보호구역에서는 문화재청의 허가없이 건물을 증축하기도 쉽지 않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에리사 휴먼스포츠 대표 인터뷰. 2019.01.15 mironj19@newspim.com

당시에는 남자 코치와 여자 선수가 의논할 열린 공간도 없었다. 

"미팅룸처럼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지도자와 선수간 접촉이 열린 공간에서 이뤄지도록 만들었어요. 여자 선수가 남자 코치를 만나려 해도 체육관과 숙소 밖에 없었습니다. 1대1 접촉이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던 겁니다. 당시 선수촌 지원금도 체육관과 숙소에 대한 것에 그쳤어요. 국가의 투자가 과연 국가대표선수에 준하는 투자인지 지금도 의문입니다. 현재 성적지상주의와 합숙소 문제를 비난하기 전에 과연 제대로 된 투자가 이루어졌는가 싶어요. 지금까지 제대로 됐다면 이러한 범죄 가능성을 줄일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어요."

선수촌에 선수들의 고충을 들어주는 별도 인력은 없었는지 물었다.

"지도위원이라는 것이 있긴 했어요. 당시 남성 지도위원 4명, 여성 지도위원 1명으로 모두 5명이어요. 지도위원마다 각자 역할은 있었죠. 여자 지도위원은 여자 선수들 얘기를 듣고 고충과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듣는 역할을 해야 했습니다. 현재 진천선수촌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도 선수 규모에 비해 부족했어요."

최근에 옮긴 진천선수촌에서도 범죄가 일어났다는 이야기도 많다. 선수촌은 여전히 범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진천선수촌을 가보면 알겠지만 어머어마하게 큽니다. 나쁜 짓을 하려면 어디에서도 할 수 있어요. 규모는 어마어마하지만 진천은 고립돼 있습니다. 국정감사에서도 드러났지만, 선수촌에서 술병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술을 가지고 와서 선수들에게 받은 스트레스들을 선수촌 안에서 풀지 않겠어요? 진천선수촌 지을 때 태릉선수촌을 유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진천선수촌은  교통 등 여러 여건을 보면 태릉선수촌에 비해 불편한 곳입니다. 선수들이 태릉이나 진천 양 쪽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선수촌의 폐쇄성을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태릉선수촌은 체육사적으로 상징성이 있는 승리관, 월계관, 챔피언하우스 등 건물 3동과 운동장을 제외하고 지난해 10월 철거에 들어갔다. 인근 태릉과 강릉을 포함한 태강릉의 조선왕릉 복원이 이뤄질 계획이다. 선수촌으로 기능은 이제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합숙소 폐지는 극단적 방법

이야기를 듣다 이에리사 전 촌장의 시절에도 이런 문제가 심각했을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체육계만 질타를 받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런 일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많잖아요. 사회가 변해가는 과정이죠. 유독 체육계만 이렇게 좋지 않은 모습으로 비춰져서 가슴이 아픕니다. 특히 금메달리스트, 스타의 폭로로 문제가 되면서 더 그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선수촌장 할 때 선수들이 언제든지 선수촌장 방에 와서 상담하고 힘든 것을 얘기했어요. 구체적으로 얘기하기 어렵지만, 선수들이 지도자들로부터 성추행 문제나 인격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는 부분을 털어놓기도 했어요. 당시 선수를 둘러싼 환경을 제대로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체육계 성폭력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체육계에서는 문제를 쉬쉬하고, 그러다보니 선수들은 용기를 내기 어려웠을 겁니다. 한국 체육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그 밑에 각 체육단체들이 연결돼 있는 구조입니다. 사실은 선수촌장을 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 대해 속속들이 알죠. 한국 체육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관리하고 기획, 운영하는 것은 대한체육회입니다. 그런 것 때문에 힘든 적도 많았죠. 태릉선수촌장으로 있을 때 관리와 인사, 예산을 위임 받아서 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야 지휘감독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선수촌장이 인사, 예산, 시설 관리 등 선수촌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다 지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것에 대해 어려움이 있었죠."

엘리트체육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이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엘리트체육은 잘못된 겁니다. 왜곡된 엘리트체육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엘리트체육은 재능있는 선수를 국가에서 키워야 한다는 것이죠. 즉, 재능있는 선수가 좋은 성적을 위해 폭력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재능 있는 선수를 성폭력 등 폭력으로부터 안전하게 키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엘리트체육은 이런 관점으로 이해해야 하고 선수 보호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겁니다."

선수가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한 지도자 밑에 있다 보니 주종관계가 형성된다는 얘기도 최근 체육계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국만 그렇지는 않아요. 어린 선수를 한 코치가 꾸준히 가르치는 것 자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지도자들이 선수를 육성하는 것만큼 유능하고 도덕성을 갖춘 인재를 끌어들여야 하죠. 내가 선수 감독 시절에는 지도자는 무릇 24시간 눈동자 같이 선수들을 지키고 고민해야 한다고 얘기했어요. 반면 우리나라 지도자는 생활 체육으로 많이 가려고 합니다.  보수가 약하기 때문이죠. 국회에 있을 때도 한달에 300만원이던 월급을 350만원으로 올렸어요. 그때는 1년치 월급이 아니라 훈련 개월에 따라 급여를 지급했어요. 훈련을 1년 중 6개월 하면 그만큼만 지급하는거죠. 지도자에 대한 처우가 약하다보니 엘리트 지도자를 안하고 생활 체육을 합니다. 유능한 사람이 지도자를 하고 싶은 체육계가 돼야 합니다. 지도자를 교육하고, 잘못 하면 엄벌을 처하는 게 필요합니다. 지도자로 하면 안 될 짓을 했으면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하구요. 지금까지 시범케이스가 없었던 거죠."

합숙소 문제는 어떨까? 이에리사 전 촌장은 단호했다.

"합숙소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은 극단적인 방법입니다. 합숙소에서 훈련을 할 수 있게 하되, 문제가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합숙소가 폐쇄적이라고 하면 그 부분을 해결해야 하죠. 우리나라 특성상 합숙훈련은 필요합니다. 체육은 혼자 할 수 없습니다. 팀 운동은 같이 해야 손발이 맞죠. 개인 운동은 상대가 있어야 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함께 훈련하고 지낼 수 있는 합숙소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럼 개선방안은 뭘까.

이에리사 전 선수촌장은 "합숙소 운영 시스템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예전부터 여자 합숙소나 국가대표 훈련소에 여성 지도자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자선수팀에는 여성지도자를 배치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여성지도자가 여자 선수의 훈련 계획, 생활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사람을 뽑아야 하는 것인데, 돈이 많이 들지 않을까.

"이런 부분에 대한 예산 지원을 해야 합니다. 국가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예산 지원이 인색하죠. 국회에 있을 때 엘리트체육에 들어가는 돈이 2000억원이 안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올랐을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이 대한체육회 인건비, 국제대회 유치 지원금, 해외전지훈련비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여자 선수를 포함한 선수들의 인권과 복지에 대한 투자는 미미합니다. 대한체육회는 2016년에 국민생활체육회와 병합하면서 엄청 비대해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생활체육에 들어가는 돈이 절반 이상입니다. 국민생활체육회와 통합하면서 인건비, 행사비 등에 드는 돈도 많아졌죠."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에리사 휴먼스포츠 대표 인터뷰. 2019.01.15 mironj19@newspim.com

 

◆제대로 된 보호센터와 위상 중요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 물었다. '쇄신'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체육계 쇄신이 필요합니다. 쇄신하려면 하루빨리 체육인들이 신뢰할 수 있는 인물과 체육관련 전문가가 구성된 신고센터나 선수권익보호센터를 설치해야 합니다. 나는 국회에 있을 때 별도의 공정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요구했어요. 그런 것들이 만들어져 대한체육회가 벌벌떠는 조직이 돼야 합니다. 문체부에도 체육정책과장, 국장 같은 담당자가 있지만 수시로 바뀝니다. 그때마다 정책이 바뀌기 때문에 해결하기 어렵죠. 보호센터에서 나오는 얘기를 체육계가 적극 반영할 수 있고, 선수들이 마음 놓고 얘기할 수 있고, 선수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들이 생겨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호센터의 위상이 중요해진다. 이에리사 전 선수촌장은 여기에 동감했다.

"중요합니다. 위상이 확보돼야 지적하는 문제를 문체부나 대한체육회에서 적극 반영할 수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국민들은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지만 체육은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남북단일팀과 같은 단발적인 이슈에만 관심을 가지죠. 그러다보니 이런 문제가 계속 반복되지 않느냐는 생각도 들어요."

체육계 ‘미투’, 앞으로 확산될까. "잘 되지 않을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조직이 그대로인데, 피해자들 입장에서 용기를 내기 어렵습니다. 선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운동했던 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이 앞설 것입니다. 징계 받은 지도자들이 체육계에 돌아온 것을 선수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피해자들이 ‘체육계가 변하고 있구나’ ‘국가가 대안을 마련하는구나’라고 먼저 느껴야 합니다."

sun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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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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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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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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