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가 "명절 연휴에 수강생 더 몰린다"
학부모 "불안한 마음에 아이들 학원이라도 보내야..."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아이들 학원 보내야 해서 따로 명절도 안 지냅니다”
13살, 16살 자녀를 키우고 있는 A(50)씨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아이들과 때아닌 전쟁을 치렀다.
“명절만큼은 쉬고 싶다”는 아이들과 “중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지금 공부에 전념해야 한다”는 A씨 사이에 의견이 충돌했기 때문이다. 사흘 동안 입씨름 끝에 A씨는 결국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다른 엄마들로부터 “연휴 기간이 선행학습을 하기 좋은 시기”라는 얘기를 들은 A씨는 특강비 30만 원도 이미 결제했다.
A씨는 “평소 피곤에 절어있는 아이들을 보면 안쓰럽지만 다른 친구들보다 뒤처질까봐 걱정돼 시골에는 데려가지 않기로 했다”며 “다른 엄마들도 불안한 마음에 아이들을 모두 학원에 보내는 추세”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중구 종로학원 강북본원에서 수험생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2018.08.07 deepblue@newspim.com |
26일까지 이어지는 추석 연휴에 학생들이 학원으로 내몰리는 씁쓸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25일 학원가에 따르면 최장 5일 동안 쉴 수 있는 올 추석 연휴 동안 중고등학생은 물론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수백 명씩 모집하는 특강임에도 수강생이 몰려 조기마감이 이뤄진 학원들도 있다.
강남 대치동의 S학원은 대입논술특강 수강생 150명을 모집한 지난 21일 하루 만에 강의가 완판됐다. 대치동 Y수학학원은 초등학생, 중학생 300명을 모집, 이틀 만에 조기마감 됐다.
온라인 강의사이트들도 연휴 5일 동안 무제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추석 프리패스 특강’을 내놓으면서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연휴 시작 전날인 21일 확인한 D인터넷 강의업체는 “수강생 중 연휴기간 동안 150시간 이상 강의를 들으면 강의료의 30%를 돌려준다”는 방식으로 학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S인터넷 강의업체도 “연휴 5일 동안 130시간 이상 강의를 들으면 ‘오프라인 강의 할인쿠폰’을 지급한다”며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이처럼 ‘명절 특수’를 노린 사교육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수강생 모집에 열을 올리면서 추석 연휴에 학원을 찾는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교육 1번지라고 불리는 서울 대치동 학원가 [뉴스핌DB] |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B(45)씨는 “학원에서 전화가 와 추석 연휴동안 아이가 부족했던 부분을 보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며 “다른 아이들은 모두 학원에 가는데 우리 아이만 안 보내자니 불안해 명절까지 반납하고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학부모 C씨는 “초등학생 자녀가 다니는 영어학원에서 연휴 동안 파격적인 가격으로 특강을 진행해 신청자가 몰려 1시간 만에 조기마감 됐다고 들었다”며 “아이들에게 설날, 추석은 명절이라기보다는 보충강의를 듣는 시간이 돼 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평소 잘 보지 못했던 친척들과 만나 함께 놀고 대화하는 시간도 아이들에게는 교육”이라며 “사교육 업체들이 최소한 명절 당일이나 연휴 동안 심야시간 강의는 하지 않도록 제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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