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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위기 때마다 비대해진 정부, 덩치값을 하려면

기사입력 : 2018년03월28일 14:58

최종수정 : 2018년03월28일 14:58

외풍 발판 조직확대 추구…군살빼기 소홀
열쇠 쥔 행안부·기재부는 '보직 나눠먹기'
좋은 정책으로 국가현안 해법 제시해야

경제부 최영수 차장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우리나라 정부 조직의 역사는 언제나 위기와 함께 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조직을 확대하고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지난해 한미FTA 개정협상 이슈가 불거지자 소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통상교섭본부를 강화해야 한다며 조직 확대를 꾀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총대를 메고 나섰고 통상전략을 전담하는 '실(室)' 규모의 조직확대가 필요하다고 읍소했다.

공공부문 확대에 대한 우려로 인해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했던 김현종 본부장의 바람은 트럼프 정부의 강공을 발판 삼아 이뤄졌다. 한미FTA 폐기론과 철강관세 조치까지 나오면서 위기감이 고조됐고 산업부의 확대를 강하게 견제해 온 기재부도 이를 막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통상교섭본부 조직개편안은 산업부의 주장과 읍소가 국민 앞에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돌아보게 한다. 신설된 '신통상질서전략실'의 이름은 그럴 듯하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기존 조직에 3개과를 신설한 게 고작이다. 나머지는 기존 조직을 재분배해 실·국장 자리 3개를 늘렸다.

특히 신설된 3개과 중에는 '한미FTA대책과'도 있다. 한미FTA 개정협상이 사실상 타결된 상황에서 '할 일 없는' 전담부서를 신설한 것이다. 이는 조직개편이 석 달 정도 지연된 반면 한미FTA 개정협상이 조기에 타결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위기를 핑계 삼아 덩치만 키우려는 정부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결과만 보면 국(局)단위 확대를 주장하며 반대해 온 기재부의 판단이 옳았던 셈이다.

이처럼 외풍을 빙자해 조직을 확대해 온 사례는 어느 부처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재부도 지난해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빌미로 경제구조개혁국을 신설하고 재정혁신국을 확대 개편했다. 공정위도 지난해 김상조 위원장의 의지가 담긴 기업집단국을 신설하며 조직 확대의 숙원과제를 풀었다.

일자리 창출이나 저출산 해소 같은 시대적인 과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정부조직 확대를 반대할 이유가 없고, 혈세가 아까울 국민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기회가 있을 때마가 덩치를 키우는 데만 몰두할 뿐 자신의 군살빼기에는 소홀하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 조직개편의 권한을 쥐고 있는 행안부와 기재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기재부와 행안부가 '보직 끼워넣기'를 통해 조직 확대의 과실을 나눠먹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부로 승격됐지만 늘어난 1급(실장) 자리는 기재부 국장이 승진하며 차지했다. 산업부도 2급(국장) 자리 하나를 꽤 차며 숟가락을 얹었다. 행안부의 수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설되는 각종 위원회나 부처의 핵심보직은 이들 힘 있는 부처 출신들의 전유물이다.

하지만 불필요한 조직을 솎아내는 작업은 모두 뒷짐을 지고 있다. 해당부처가 강하게 반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 내에는 시대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조직이 적지 않다. 이름만 다르지 사실상 유사한 기능을 담당하는 조직도 상당수다. 때론 이런 조직까지 필요한가 의문이 드는 조직도 많다.

때문에 관가에서는 과거 MB정부의 가장 큰 실수는 4대강 사업이나 해외자원개발이 아니라 기획재정부를 만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08년 '심판' 역할을 했던 기획예산처가 '주장'의 지위를 맡고 있는 재정경제부와 합쳐졌다. 김영삼 정부 시절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합쳐 재정경제원을 만든후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외환 위기를 맞은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0년만에 다시 공룡부처가 된 것이다. 

관료들은 OECD 선진국과 비교하며 우리나라의 공무원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읍소한다. 자신들이 그만큼 힘들게 일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그들이 비교하는 선진국들이 대부분의 기간산업의 민영화해 공공부문의 효율성을 높인 것은 말하지 않는다. 팔 다리를 대부분 잘라내고 몸통에 해당하는 핵심적인 공공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600여 개의 공공기관을 수족으로 거느리며 공공서비스를 분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직접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공부문이 공익성 못지않게 효율성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의 월급과 활동비가 모두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출장비는 물론 고위공무원에게는 상당액의 업무추진비가 주어진다. 일반 국민들의 생활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다.

결국 정부가 덩치를 키운 명분을 인정받는 길은 좋은 정책으로 '밥값'을 하는 것이다. 통상교섭본부는 경제영토를 넓혀 우리기업의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앞장서야 한다. 다른 부처들도 경제성장과 균등한 분배, 저출산 해소와 지속적인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만이 국민의 혈세 앞에 당당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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