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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칼럼] 평창올림픽과 서울올림픽이 한반도에 준 선물

기사입력 : 2018년01월12일 16:19

최종수정 : 2018년01월15일 14:51

전두환, 아웅산 테러에도 수재물자 받고 남북관계 개선
성급한 북핵위기 해결보다 남북대화부터 재개하자

[뉴스핌=이영태 국제·외교담당 부국장] 황금 개띠 해라는 2018 무술년(戊戌年)의 출발이 가볍다. 최근 몇 년간 한반도에 드리웠던 전쟁의 먹구름 사이로 잠시나마 평화의 햇살이 비치기 시작한 것은 28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이 준 선물이자 기회다.

남북은 지난 9일 판문점에서 열린 고위급회담을 통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군사회담 개최, 남북선언 존중 3개항에 합의하고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북측은 고위급대표단과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을 파견하기로 하고 남측은 필요한 편의를 보장하기로 했다.

판문점 등에서 열리는 남북회담 전 과정은 CCTV 등을 통해 서울 청와대와 평양 주석궁에 있는 남북 최고지도자의 의중을 실시간 반영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당일 회담 상황을 지켜보며 현장을 지휘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훈령을 받아 진행되는 남북회담이 시작된 당일 오후에 공동보도문이 발표된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남북 최고지도자의 대화 의지가 분명했다는 방증이다.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내면서 남북회담에 수십 차례 참석했던 북한 전문가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공동보도문이 하루 만에 나온 것은 (남북고위급회담) 역사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9일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집에서 열린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 관계개선을 중심으로한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공동보도문은 또 “남과 북이 남측 지역에서 개최되는 평창 동계올림픽, 동계패럴림픽 대회가 성공적으로 진행돼 민족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평창올림픽 기간 이후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하기로 합의했음을 감안하면 최소한 2월9일 시작해 25일 폐막하는 동계올림픽과 3월9일부터 18일까지 개최되는 동계패럴림픽 기간까지는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은 사라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5월10일 취임한 뒤 “한반도 운명은 우리가 헤쳐 나가겠다”며 ‘한반도 운전자론’을 천명하고 ‘한반도 왕따론’(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이란 비아냥 속에서도 뚝심있게 남북대화를 추진해온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번영정책이 빛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최소한 2~3개월은 확보된 셈이다.

올림픽이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키고 남북대화를 촉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 1984년 북한 수재 지원이 서울올림픽 성공으로 이어진 사연

30년 전인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에 앞서 남북은 1985년 10월 스위스 로잔(Lausanne) 등에서 3년간 네 차례 체육회담을 갖고 북한의 올림픽 참가 문제를 논의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중재로 열린 회담에서 북한은 서울올림픽 공동주최와 경기종목의 절반 이상 배당을 주장하는 등 대회 명칭과 기구·운영 등에 많은 문제를 제기하는 바람에 참가는 결국 무산됐다.

하지만 당시 북한 참가까지 고려한 전두환 정부의 적극적인 대북정책 덕분에 서울올림픽은 동서 양 진영에서 160개국 1만36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한 성공적인 축제로 기록됐다. 서울올림픽의 성공은 앞서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대회 때 아프리카 26개국, 1980년 소련 모스크바 대회 때 서방 67개국,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대회 때 공산권 11개국이 집단 불참하며 이념으로 얼룩진 ‘반쪽짜리 대회’란 오명을 쓴 상태에서 거둔 성과라 더 값진 것이었다.

이때 남북대화는 1983년 10월9일 북한이 저지른 버마(현 미얀마) 아웅산 테러사건에도 불구하고 진행됐다.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남아·대양주 6개국 순방 첫 방문국 버마에서 일어난 폭발 사건으로 서석준 부총리와 이범석 외무부장관 등 공식·비공식 수행원 중 17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후 미국과 일본 등 세계 69개국이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코스타리카·코모로·서사모아 3개국은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1970~80년대 국제사회에서 남한과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다 궁지에 몰린 북한은 이듬해 1월 미국과 남북한 3자회담 개최를 주장했고, 1984년 LA올림픽과 1986년 서울아시아경기대회 등 국제대회에 참가할 단일팀 구성협의를 위한 체육회담을 제의하는 등 평화공세로 전환했다.

1984년 9월 말 서울·경기·충청 일대에 집중된 수해 지원을 위해 북한이 보낸 입쌀 50kg짜리 포대들.<사진=한국정책방송원 e영상역사관 갈무리>

이어 1984년 8월 말과 9월 초 서울·경기·충청 일대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남한에 최악의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하자 9월8일 남측에 수재물자를 제공하겠다는 제의를 해왔다. 당시 전두환 정부가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와 남북대화의 돌파구를 여는 계기로 삼기 위해 북측 제의를 전격 수락하면서 적십자 실무접촉이 이뤄졌다. 그해 9월 말 쌀 5만석, 천 직물 50만m, 의약품 759상자로 구성된 수재물자가 판문점과 인천항, 강원도 북평항에 도착했다.

수재물자 인수 작업이 끝난 후 남측 정부는 북한에 남북적십자회담과 남북체육회담, 남북경제회담 등을 제의했고, 같은 해 11월 남북경제회담이 이뤄졌다. 이듬해에는 4월 9일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의장 양형섭 명의로 당시 채문식 국회의장 앞으로 ‘남북불가침선언’ 채택과 관련한 문제를 논의하자며 남북 간 국회의원회담을 제의해왔고, 같은 해 5월 남북적십자 본회담이 12년 만에 재개됐다. 9월에는 처음으로 남북 간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 교환방문이 이뤄졌다.

대한민국 근대사에 역사적 이정표를 남긴 서울올림픽이 성공을 거둔 데는 대남 민심교란 목적이 분명한 북한의 정치적 의도를 알면서도 이를 수용한 당시 정부의 대북정책이 크게 기여했다. 전두환 정권이 군사독재의 폐해를 감추고 공산권 국가들을 참여시키려는 정치적 목적에서 북한의 제의를 수용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남북 간 인도주의적 교류가 시작됐고 서울올림픽이 세계인의 축복 속에서 평화로운 축제로 개최됐음은 부인할 수 없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북정책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역사는 이처럼 어떤 목적지를 정해놓은 여정(旅程)이 아니라 흐름 그 자체다. 남북관계도 성급하게 북핵위기 해결이라는 결과에 집착해 대화의 모멘텀을 놓칠 것이 아니라 대화 재개라는 작은 매듭부터 풀어가는 과정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게 올림픽이 주는 교훈이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국제·외교담당 부국장 (medialy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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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힘들어도 환자 위했는데, 공공의 적 됐다" 전공의 '울먹' [서울=뉴스핌] 방보경 노연경 기자 = 의과대학 학생, 전공의 등은 정부가 독단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공의 대표는 '정부가 우리를 악마화하는 과정에서 (환자와의) 신뢰를 깨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가 30일 개최 의료개혁 관련 긴급 심포지엄에서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국민 위한 의료개혁이 올바른 방향 무엇인가를 고민했는데,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며 울먹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이날 열린 심포지엄은 의대 정원 확정을 앞두고 이뤄졌다. 교수들은 의료대란의 배경 및 정부에 제시할 정책 대안을 짚었다. 김민호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회장과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대표 역시 자리에 참석해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박 대표는 혈액종양내과에서 일해오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소회를 털어놨다. 박 대표는 "수련받으면서 몸이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몸이 힘들수록 내 환자의 몸은 건강해질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는 "내과 1년차 때 맡았던 환자에게 매일 울면서 어떤 말을 해드려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신을 믿지 않지만 인생에서 처음으로 기도를 했다"며 "(그분을 볼 때마다) 복도로 다시 나와서 심호흡하고 커튼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걸 반복했다"며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했다.  박 대표는 "2년 후 그분이 완치된 것을 보고 힘든 상황에 환자들 곁에 있고 싶어서 혈액종양내과를 지원했다"며 "회복한 환자들의 감사인사와 편지를 마음속에 품는데 정부는 전공의를 악마화해서 국민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자부심과 긍지 갖고 환자 곁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며 "기피과가 있다면 시스템 개선해서 모든 전공의들이 소신껏 지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박 대표의 발표가 끝나자 30초 이상의 큰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박 대표는 자리로 돌아간 뒤에도 휴지를 손에 쥐고 연신 눈물을 닦았다. 동료 전공의로 보이는 몇몇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방재승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는 "교수이자 선배의사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마음이 심란하다. 전공의 대표가 저렇게 슬픈 모습 보이는 것은 진심이 아니면 나올 수 없다"며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이야기하기 전에 진실된 마음으로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박 대표는 발표에서 정부가 전문직, 수련생, 노동자 등의 정체성이 혼재된 전공의의 입장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계는 오래전부터 의료체계 문제점 분석해 정부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에서도 알 수 있듯, 의료계 현장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타국과 비교했을 때 전문가 의견 태도가 반영되지 않았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까지 지속됐다"며 "정부는 의료체계 전반적 문제점을 잘못 진단하고 엉뚱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며 초기 진단과정부터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의과대학 학생 대표 역시 정부가 의료계와 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정부는 필수의료만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 필요하며, 비필수의료는 시스템을 왜곡하는 주범인 양 몰아가고 있다"며 "저수가 박리다매 의료 시스템이 고성장 시대가 끝나자 통째로 무너져내리고 있는데, 이를 정부가 좁고 자의적인 범위로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증원으로 교육 질 저하, 의료 질 저하 발생하면 책임 결과 또한 의료인이 같이 안게 된다"며 "학생들은 (정부 정책이) 의료와 의학을 위하는 진심 어린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시스템적 접근 필요 ▲현장의 목소리 청취 ▲필수의료패키지 반대 등의 안건을 내놓으며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다.  hello@newspim.com 2024-04-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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