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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의 예술가 이야기] 화폭에 담은 관능과 에로티시즘, 구스타프 클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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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33)

구스타프 클림트는 수수께끼 같은 화가다. 그는 생전에 자신의 그림에 대해 한 번도 설명한 적이 없고, 인터뷰도 하지 않았으며 사생활은 철저히 숨겼다. 자화상도 그리지 않았다. 다만, 그가 남긴 짧은 글이 하나 있다. “나에 관해 알고자 하는 사람은- 물론 화가로서의 나를 말한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것뿐이므로- 내 작품을 보고 찾아내면 될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며,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러한 언행으로 인해 그와 그의 작품이 더욱 신비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를 일이다. 클림트는 죽은 지 50년 후부터 재평가되기 시작하더니 언제부턴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화가로 손꼽히게 되었다. 그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를 황금빛 섬광으로 물들인 시대를 뛰어넘는 영원한 에로티시즘의 화신이다. 실로 그의 작품 앞에 서면 인간의 육체가 발하는 미묘한 숭고함을 느낄 수 있다. 클림트는 벌거벗은 여성상에 벌거벗은 진실을 담았다. 은폐돼온 성을 발가벗김으로써 20세기는 인간을 재발견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평생토록 찬반논의가 무성했던 미술가 클림트는 대중과 주류 미술계 그리고 평론가들로부터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받았다. 그는 종종 신랄한 비평의 표적이 되기도 했으며, 때로는 젊은이들의 예민한 감수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작품 앞에 스크린을 친 채 전시되기도 했다. 1900년에는 포르노 미술과 지나친 성도착이라는 죄명으로 외설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성욕을 삶의 결정적인 요소로 중요시했던 클림트의 견해와 화풍은 당시로서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이는 표현주의와 초현실주의가 지속적으로 천착했던 근대 에로티시즘(eroticism)의 서막을 열어주었다.
클림트는 생전에 이미 유명 작가였지만, 한편으로는 영욕이 교차하는 경험을 거듭했다. 그가 빈번하게 그린 나체와 섹스 장면이 줄곧 문제되었던 것이다. 클림트 사후 약 50년 동안 클림트나 그의 동료이자 제자인 에곤 실레, 오스카 코코슈카의 작품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 1980년대 후반 클림트는 새로이 탄생하게 된다.
클림트 자신과 그의 작품들이 재조명되더니 클림트는 이제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화가가 되었다. 한때는 외설로 여겨졌던 것이 지금은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2006년 6월 18일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 기록이 경신되었다. 2004년 파블로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이 소더비 경매에서 세운 1억 416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작품은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이었다. 매매가는 무려 1억 3,500만 달러였다.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는 1862년 오스트리아 빈 근교의 바움가르텐에서 태어났다. 보헤미아에서 이민 온 그의 아버지는 금세공사이며 판화가였지만, 그리 성공하지는 못해 클림트의 어린 시절은 가난하고 우울했다. 14세 때인 1876년 빈 응용미술학교에서 회화와 수공예적인 장식 교육을 받았다. 1883년 졸업 후에는 그의 동생 에른스트와 동료 학생인 프란츠 마치와 함께 공방을 차려 공공건물에 벽화를 그리는 일을 했다. 그러던 중 1880년대 말경 빈에 새로 들어선 국립극장과 미술사 박물관에 장식화를 그려 건축 장식미술의 대가로 자리를 굳혔다.
그러나 1892년 아버지와 동생 에른스트의 죽음으로 정신적인 동요를 겪게 되면서, 인상파와 상징주의 등 다양한 아방가르드(avant garde)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클림트는 순수와 응용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총체적인 예술을 지향했다.

클림트는 19세기말 빈에서 청년화가를 이끄는 개혁의 주역이자 유명 인사로 떠오른다. 동시대에 에드바르트 뭉크는 《절규》를 그렸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작곡했으며,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꿈의 해석》을 출판하고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제3번》이 초연됐다.
1897년 그는 낡고 판에 박힌 사상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고 미술과 삶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인간의 내면에 접근하고자 하는 ‘빈 분리파’를 결성하고 초대 회장에 추대되었다. 에곤 실레, 오스카 코코슈카, 칼 몰, 오토 바그너 등 당대 오스트리아를 선도한 화가, 디자이너, 건축가들이 빈 분리파에 참여했다.
빈 분리파는 “시대에는 그 시대의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이라는 표어를 내세워 매너리즘에 빠진 미술가협회에 맞섰다. 그들은 이제 검열에 통과하려고 애쓰지 않았고 오직 진실만을 생각하고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솔직하고 대담하게 그렸다. 19세기 말 클림트를 비롯한 혁신적인 예술가들은 빈 미술가협회의 회원이었으나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중견과 원로들의 작품을 참을 수 없었다. 이들은 빈 미술가협회로부터 독립을 추진했다. 이들은 ‘부자를 위한 예술과 가난한 자를 위한 예술’을 일치시키고자 했고, 감각적인 예술을 추구했다. 아울러 모든 예술 영역의 요소들을 이용하여 종합 예술작품을 만들고자 했으며 나아가 자신들의 작품으로 사회를 변혁하려 했다. 바야흐로 유럽 미술계에 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었다.
한편, 빈 분리파를 이끌어 가던 클림트는 더 이상 본래의 취지에 충실하지 못한다고 여기고 1905년 빈 분리파를 탈퇴한다. 그러나 이것은 그의 이른바 ‘황금시대’를 여는 시발점이 되었다. 클림트는 이탈리아 라벤나의 모자이크와 장식적인 패턴, 금을 사용하여 눈에 띄는 독창적인 양식을 발전시켰다. 이 시기의 그의 작품들은 실생활에 거리를 두고 신비로운 것과 정신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어 매우 화려하고 역동적이며, 에로틱한 요소와 강렬한 상징주의 등을 담고 있었다.

클림트의 작품은 관능적인 여성 이미지와 찬란한 황금빛, 화려한 색채를 특징으로 한다. 그는 성(性)과 사랑, 죽음에 대한 풍성하고도 수수께끼 같은 이미지들을 연결시킨 작품들을 선보여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극적인 에로티시즘을 강조했다는 이유로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1900년부터 1903년까지 빈 대학교 대강당의 천장에 차례로 그린 우의적(寓意的)인 장식화 《철학》, 《의학》, 《법학》은 그 외설성으로 인해 빈 대학교 교수들과 정면충돌하는 사태를 빚었다. 이 일 이후 그는 공공작품을 의뢰받지 않았으며, 기하학적이고 지적인 추상양식으로 변모해 갔다.
클림트는 금을 활용해 많은 작품을 그렸다. 《입맞춤 (The Kiss)》도 마찬가지다. 작품의 에로틱과 화려함은 황금색에서 비롯된다. 황금색은 부와 권위, 그리고 욕망을 나타낸다. 그래서 더욱 화려하고 에로틱해 보인다. 그가 이처럼 금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금 세공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그의 주요 작품으로는 《유디트(Judith)》, 《프리차 리들러의 초상 (Portrait of Fritsa Reidler)》,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 (Portrait of Adele Bloch-Bauer)》, 《입맞춤 (The Kiss)》, 《다나에 (Danaë)》, 《아담과 이브 (Adam and Eve)》 등이 있다.

《유디트(Judith)》는 클림트의 황금시대를 열어젖힌 1901년 작이다. 그림에 새겨진 여인의 모습에는 연인을 파멸과 죽음으로 이끄는 요부의 고혹적 이미지가 드러나 있다. 살짝 들어 올린 얼굴, 반쯤 감긴 유혹의 눈길, 주춤하게 벌어진 입술, 풀어헤쳐 가슴이 드러난 옷섶 등이 요부의 전형을 보여준다.
유디트는 원래 구약시대의 이스라엘의 애국여걸이다. 그녀는 아시리아 군대가 쳐들어오자 이스라엘 백성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 적장을 유혹해 술에 취하게 한 뒤 그의 목을 베어버린다. 그런 유디트를 몽롱한 표정의 요부로 그린 것이다. 클림트는 자신이 생각했던 유디트의 모델로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를 선택했다. 원래 아델레는 유부녀인데 클림트와는 화가와 그림 구입자의 관계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이후 그녀는 클림트의 모델이 되어주기도 하면서 깊은 관계로 발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아델레의 나이는 18세였고, 클림트는 37세였다. 그녀는 유디트뿐만 아니라 후에 미술시장에서 최고가를 경신한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의 모델이기도 했다.

‘입맞춤 (The Kiss)’, 캔버스에 은박, 금박, 유채. 180 x 180cm / 빈미술사미술관 소장. <사진=이철환>

클림트의 대표작의 하나인 《입맞춤》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있다. 그에게 있어 육체적 관계가 아닌 정신적 사랑의 유일한 상대였던 에밀리 플뢰게(Emilie Flöge)에게는 키스조차 할 수가 없었다. 결국 클림트는 플뢰게 몰래 다른 여자들을 만나며 영감을 얻었고, 자신의 관능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플뢰게는 클림트가 다른 여자와 밀회하는 장면을 목격한 뒤 그의 곁을 떠났다. 그런데 이후 완성된 작품 《입맞춤》을 본 플뢰게는 다시 클림트의 사랑을 받아주었다고 한다.

클림트는 평생 수많은 여인들과 관계를 맺었지만 누구와도 결혼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14명의 여인들이 친자확인 소송을 냈다. 많은 모델들과 관계했지만 그는 어쩌면 진정으로 안주할 여인을 찾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혹은 혼인하여 아기를 낳고 생활에 안주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럽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오직 한 사람, 에밀리 플뢰게는 클림트의 진정한 사랑이었다. 플뢰게는 클림트와 늘 함께한 정신적 반려자였다. 수많은 여성들과 스스럼없이 잠자리를 같이 했지만, 그녀에게만큼은 키스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순수한 사랑을 했다. 클림트는 꽃을 살 돈이 없자 그녀를 위해 꽃잎 수만큼의 하트를 그려 넣은 다음 한 줄의 메시지를 적었다. “꽃이 없어 이것으로 대신합니다.”
사실 플뢰게는 클림트에게 결혼을 요청했었다. 그러나 클림트는 이를 거절했다. 그는 결혼이란 시민사회의 가증스런 행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클림트의 플뢰게를 향한 사랑의 감정은 지속되었다. 그녀에게 무려 400여 통의 사랑의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플뢰게 또한 비록 결혼은 하지 못했지만 클림트의 진심을 이해하고 그와의 사랑을 계속 이어나갔다.

클림트는 1918년 2월 갑작스런 뇌출혈이 있은 후 일련의 합병증으로 병원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의 나이 56세였다. 뇌출혈로 쓰러질 당시 그는 다급하게 “미디를 오라고 해!”라고 소리쳤다. 미디는 에밀리 플뢰게의 애칭이었다. 플뢰게는 급히 달려와 클림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주었다.
클림트가 죽은 후 플뢰게는 많은 서신들을 태워 그와의 비밀을 없앴다고 한다. 플뢰게는 1952년 세상을 뜰 때까지 클림트의 추억을 안고 살았다. 또 클림트가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에는 혈육 못지않게 절친했던 동료 에곤 실레가 함께했는데, 실레는 클림트의 마지막 모습을 그림 속에 담았다. 묘하게도 빈 분리파의 주축 멤버였던 오토 바그너, 콜로만 모저, 그리고 에곤 실레도 같은 해에 죽었다.

이철환 객원 편집위원 mofelee@hanmail.net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문화와 경제의 행복한 만남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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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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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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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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