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영원한 뮤즈 베아트리체와의 운명적 사랑, 단테

기사입력 : 2017년08월08일 10:03

최종수정 : 2017년08월10일 09:28

예술보다 사랑, 사랑보다 예술(1)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운명적 만남이 연출된 피렌체 '베키오 다리' 전경 <사진=이철환>

흔히들 르네상스의 시발점은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와 그의 작품 '신곡(神曲, La Divina Commedia)'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단테는 르네상스를 직접 이끈 인물은 아니다. 그는 관념 면에서는 오히려 중세적이며 기독교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중세의 엄격함에서 벗어나 르네상스로 이끄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인간의 부드럽고 따뜻한 감정이 넘치는 그의 '신곡'은 신 중심 생각에서 인간 중심으로 넘어오는 가교역할을 하였다. 또 그는 교회 공용어인 라틴어가 아닌 조국의 언어인 이탈리아어(토스카나어)로 예술적으로 뛰어난 시문(詩文)을 창조하려 한 최초의 인물이었다.

'신곡'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단테의 서사시 'La Divina Commedia'는 단테가 붙인 제목이 아니다. 서사시가 만들어진 지 250여년이 지난 1955년 로도비코 돌체(Lodovico Dolce)라는 출판업자가 붙인 것이다. 이 사람은 단테의 숭배자이던 보카치오가 쓴 '단테의 생애'에서 'Divina(성스러운)'라는 감탄적인 칭찬을 접한 뒤, 아이디어를 얻어 이런 제목을 탄생시키게 된 것이다.

원래 단테 자신은 서사시를 'La Commedia(희극)'이라고 제목을 붙였으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희극은 어떤 추한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반면, 그 내용 면에서 즐겁게 끝을 맺는다.” 이 간략한 설명은 '신곡'의 구성에서 쉽게 이해될 수 있다.

한편, 이 신곡에 비견하여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을 '인곡(人曲, Umana Commedia)'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데카메론에 나오는 100편의 이야기는 인간의 생활에서 일상으로 일어나는 이야기들이다. 한마디로 세속의 일들을 다루고 있다. 문체도 외설스러운 담화체로 쓰여 있다. 이 작품은 희극적이고 재미있는 이야기에서부터 도덕적 교훈이 들어 있는 이야기, 타락한 교회와 부패한 성직자들 이야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테의 대서사시 '신곡'은 단테 자신으로 추정되는 한 인간이 저승세계인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하면서 많은 영혼들을 만나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에게는 안내자가 둘이 있다. 한 사람은 '지옥'과 '연옥'을 안내하는 베르길리우스인데, 단테가 평소 존경했던 로마 시대의 서사시인이다. 또 다른 한 사람은 '천국'을 소개하는 단테의 영원한 뮤즈 베아트리체이다.

신곡의 구조를 이루는 기본 구성 요소는 '곡(曲, canto)'이다. 전체 100개의 곡으로 이루어져 있는 신곡은 크게 '지옥편'·'연옥편'·'천국편'의 3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 부마다 33개의 곡이 있다. 그러나 '지옥편'에는 시 전체의 서문(序文) 역할을 하는 곡이 하나 더 있다. 대부분의 곡은 136~151행 정도의 길이이며, 시의 운율체계는 3 운구법(韻句法:aba bcb cdc 등)이다. 이처럼 신곡에서 '3'이란 숫자는 삼위일체를 뜻하는 성스러운 숫자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작품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신곡에서의 단테의 여행은 1300년 '수난의 금요일'에 시작된다. 일주일 후인 부활절을 지난 목요일에 단테는 낙원에 도착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수백 명의 역사적인 인물들을 만난다. 여러 명의 교황과 왕과 제후들, 그리고 예술가와 숱한 범죄자, 은행가, 온갖 추문의 주인공들과 자신의 친척, 어린 시절 친구들을 보게 된다. 그들 중 많은 사람과는 여행 도중 대화도 나누게 된다.

단테는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안내 속에 고통스런 비명과 악취가 진동하는 지옥을 지나 참회와 회개 속에서 구원의 그날을 기다리는 연옥을 통과하게 된다. 이후 그는 천국에 도달하기에 앞서 영원한 사랑 베아트리체와 만난다. 단테는 그녀의 손에 이끌려 천국으로 날아오르고 마침내 하느님의 빛으로 해체되어 궁극적인 구원의 경지에 오른다.

알리기에리 단테(Alighieri Dante, 1265~1321)는 1265년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태어났다. 죽은 지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가장 위대한 시인이라고 칭송받고 있는 그는 '신곡'을 통해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그런데 이 신곡이 탄생하게 된 근저에는 베아트리체라는 뮤즈가 있다. 역사 속의 가장 유명한 연인 관계를 이야기할 때 많은 이들이 주저하지 않고 단테와 베아트리체를 첫 번째로 손꼽는다. 단테가 '신곡'을 구상하게 된 것도 '신곡'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한평생 그의 영혼을 지배하였던 운명적인 사랑 베아트리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테와 베아트리체는 단 두 번의 만남을 가졌을 뿐이다. 그것도 짧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 짧은 두 번의 만남이 너무나 강렬했기에 단테는 평생 그녀를 가슴에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위대한 작품 신곡을 만드는 모티브가 된다. 단테는 아홉 살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포르티나리 가문의 축제에 참석한다. 그때 단테는 이 은행가 집안의 딸인 소녀 베아트리체(Beatrice)를 처음 보게 된다. 그녀의 실제 이름은 '비체(Bice)'였다.

소년 단테는 베아트리체를 보는 순간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새하얀 피부에 눈부신 에메랄드빛 눈을 한 소녀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우아한 매너와 상냥한 응대로 소년 단테의 가슴을 고동치게 했다. 그녀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인 듯했다. 단테는 첫눈에 베아트리체에게 운명적인 사랑을 느꼈던 것이다. 넋을 뺏을 만큼 아름다운 소녀와의 첫 만남은 소년의 순결한 영혼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그날 이후 단테에겐 오직 베아트리체만이 생의 유일한 위안이요 행복이 되었다. 단테가 파티에서 베아트리체를 처음 보았을 때 그의 나이 아홉 살이었다. 가장 민감하고 순수한 어린 시절에 단테는 불같은 사랑에 빠진 것이다. 아침에는 소녀의 환영을 보며 눈을 떴다. 그러고는 자기 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베아트리체의 집 앞을 서성거렸다. 어떤 때는 주변의 도로에 주저앉아 온종일을 그녀가 나타나기를 기다린 적도 있었다. 그러나 소녀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세월은 9년이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두 번째 운명의 만남이 이루어지게 된다. 단테는 그날도 여느 때처럼 순례하듯 베아트리체의 집 앞을 지나 피렌체 시내를 가로지르는 아르노 강에 걸려 있는 베키오 다리 부근을 헤매고 있었다. 폰테 베키오(Ponte Vecchio)는 이탈리아어로 '오래된 다리'라는 뜻이다.

다리 난간에 기대 무심히 아르노 강을 바라보던 그의 시선 위로 여인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베아트리체였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성숙한 여인의 체취를 풍기긴 했지만 9년 전의 고고한 자태 그대로였다. 뜻밖에 베아트리체는 단테가 자신을 짝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상냥한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심장도 입도 얼어버린 단테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한 채 짤막한 9년 만의 해후를 허망하게 지나보내야 했다.

단테는 베아트리체와의 두 번째 만남이 있은 지 2년 후인 1285년, 당시의 결혼관습에 따라 부모님이 정해준 처녀와 정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가 베아트리체에 대한 사랑을 접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단테의 가슴속에 이상적인 여인상으로 승화되어 내면의 등불로 자리한다.

베아트리체 역시 1287년 은행가인 시모네 데이 바르디와 결혼한다. 그러나 그로부터 3년 후 단테는 우연히 베아트리체의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된다. 16년간 자신의 가슴에 자리해온 여신을 잃은 상실감은 형언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단테는 베아트리체와의 두 번째 만남 이후 그에게 바친 연시를 모아 '라 비타 누오바(La Vita nuova, 새로운 인생)'를 출간한다. 단테는 아홉 살이었던 시절 베아트리체와의 만남을 상기하며 이렇게 쓰고 있다. “그 순간이 지난 뒤부터 줄곧—내가 고백하건대—사랑이 나의 영혼을 지배했다”라고.

이 엄청난 충격을 이겨내기 위해 단테는 중세 기독교의 대표적 신학자이자 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의 스콜라철학을 숙독하게 된다. 그것이 결국 중세의 종교 및 사상의 총체라고 할 수 있는 철학의 대 서사시 '신곡'의 기본적 틀을 만들게 되는 계기가 됐다.

단테는 사랑하는 베아트리체와의 결혼이 이루어지지 못한 이유가 그녀의 아버지 포르티날리가 그녀를 돈 많은 금융업자와 결혼시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증오한다. 작품 '신곡'에서 단테는 포르티날리를 지옥으로 떨어뜨리는 것으로 복수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모든 금융업자들을 지옥의 가장 밑바닥으로 추방했다.

한편, 단테는 1295년부터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에 나선다. 이후 그는 당시 다수의 소국가들로 분할되어 있던 조국 이탈리아의 통일을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다가 정치적 모함을 받아 피렌체에서 추방당하게 된다. 이때부터 단테는 실향민이 되어 이탈리아 각지를 유랑하는 신세가 된다. 그는 일종의 정치적 망명 상태에서도 끊임없이 피렌체로의 복귀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좌절되고 만다. 망명지에서 그가 목도한 것은 실향의 아픔만이 아니었다. 교회와 정치의 부패, 그리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민중의 참혹한 현실이었다.

결국 단테는 정치적인 힘만으로는 그런 현실을 타개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문학작품을 통해 인류를 정신적 나락에서 구원하기로 결심한다. 그리해 대서사시 '신곡'을 구상하고 써내려 갔다.

비록 사후세계의 공간을 빌리기는 했지만 단테가 '신곡'에서 구현한 것은 착잡한 당대 이탈리아의 현실이었다. 20여년을 매달린 이 작품을 통해 단테는 뼈를 깎는 회개와 이웃에 대한 사랑만이 구원을 기약할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그는 그 구원의 길잡이로서 자신의 영원한 사랑인 베아트리체를 설정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베아트리체는 단테만의 연인이 아닌 만인의 연인이자 구원자가 되어 우리 모두에게 구원의 손을 내밀고 있다.

이철환 객원 편집위원 mofelee@hanmail.net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이재명 파기환송' 향후 재판 절차는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을 다시 받게 되면서 향후 절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는 1일 오후 3시 이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10(파기환송)대 2(상고기각) 의견으로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소송기록을 서울고법으로 송부하면 배당 절차가 진행된다. 단 기존 2심을 진행한 재판부는 배당에서 제외되며, 재판부 배당 후 본격적인 심리가 재개된다. 재판부 배당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결정될 수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노총과의 정책협약식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2025.05.01 yooksa@newspim.com 이번 사건은 대법원이 원심의 무죄 선고를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환송한 사건이다. 대법원판결은 기속력(구속력)이 있기 때문에, 이를 뒤집을만한 중대한 증거가 새롭게 제기되지 않는 이상 파기환송심은 대법원판결 취지에 따라 심리를 진행하게 된다. 앞서 1심은 이 후보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파기환송심에서도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선고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확정받으면 당사자는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이번 사건으로 이 후보의 형이 확정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파기환송심 심리와 선고 자체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파기환송심이 선고를 단시간에 낸다고 해도 피선거권 박탈형이 나온다면 이 후보가, 반대의 경우엔 검찰이 재상고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사건은 다시 대법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상고이유서는 20일 안에 제출하면 되기 때문에, 이 후보가 재상고를 결정하는 상황이 온다면 최소 20일은 벌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고려했을 땐 이 후보의 형 확정은 '6·3 조기대선' 전까지 나오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이 후보에 대한 유죄 확정이 대선 이후로 넘어가고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헌법 제84조'에 대한 논란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범위를 임기 도중 기소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는지, 당선 전 기소된 사안도 포함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결국 이에 대한 해석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hyun9@newspim.com 2025-05-01 18:12
사진
과기부 "SKT 신규 모집 중단" 촉구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유심 물량 공급이 안정화될 때까지 SK텔레콤의 이용자 신규 모집이 전면 중단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일 SK텔레콤에 해킹사고 발생에 따른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보다 강도 높은 해결책 추진을 촉구했다. 먼저 국민이 상황을 납득하고 안심할 수 있도록 일일 브리핑 등을 통해 현 상황을 국민 입장에서 쉽게 설명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토록 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가입자 유심(USIM) 정보를 해킹 당한 SK텔레콤이 유심 무료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28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SKT 로밍센터에서 고객들이 유심교체를 위해 줄을 서 있다. 2025.04.28 choipix16@newspim.com 유심 교체 물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심 물량 공급이 안정화 될 때까지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자 신규모집을 전면 중단하도록 요구했다. SK텔레콤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밝힌 일부 계층에 대한 유심보호서비스 일괄 적용 방안의 이행계획을 제출하고, 이번 해킹사고에 따른 이용자 피해발생 시 100% 보상을 책임지는 방안도 국민에게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설명토록 했다. 각계 소비자단체 등에서 제기하는 위약금 면제, 손해배상, 피해보상 시 입증책임 완화 등을 검토하고, 이용자 피해 보상 방안을 마련해 이행토록 했다. 최근 SK텔레콤의 잦은 영업전산 장애가 발생하는 것과 관련, 장애 발생시 즉각적인 상황공유와 신속한 복구를 통해 번호이동 처리가 지연되지 않도록 조치하도록 했다. 이달 초 연휴기간 출국자들이 공항에서 유심 교체를 위해 오래 대기하는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인력도 대폭 확대토록 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 2025-05-01 16:27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