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관계 위해 필요…부당한 지시 대항 위한 ‘전문성’ 필요
[뉴스핌=송주오 기자] 낙하산 인사가 없다는 독일재건은행(KfW). KfW에서 30년간 근무한 한스 페터 뮈시히 박사(Dr. Hans Peter Müssig)는 낙하산 인사에 대해 “장단점을 구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정부 소유의 금융기관으로써 정치적 네트워크를 얻는다는 측면에서 분명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부당한 지시나 압력에 굴하지 않을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는 배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7일 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 초청으로 방한한 뮈시히 박사는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낙하산 인사가 반드시 ‘독(毒)‘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정보 소유의 은행 입장에서 정치권과의 관계를 신경써야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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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페터 뮈시히 박사.<사진=산업은행> |
뮈시히 박사가 몸담았던 KfW는 1948년 설립된 이래 독립적으로 경영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 KfW는 두 개의 이사회를 축으로 운영되는데 경영 전반을 책임지는 곳이 경영이사회다. 또 다른 축인 감독이사회는 경영 및 자산관리에 대한 감독 업무를 맡는다.
뮈시히 박사는 “KfW 경영이사회는 모두 내부 인사로 채워지는 데 근무하면서 낙하산 인사를 두 번 경험했다”고 회상했다. 그에 따르면 독일 재무부 출신의 한 관료가 경영이사회에 임명된 적이 있다. 그 관료는 넓은 정치적 네트워크와 금융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KfW의 위상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도 낙하산 인사가 경영이사회 멤버로 임명됐다. 정치권에서 온 인사였지만 전문성이 결여돼 금융위기 이후 사임했다. 그는 이에 대해 “금융위기 직후 KfW가 손실을 기록하자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바꾸면서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이후 경영이사회 멤버 선정시 전문성을 최우선 가치로 여겨지고 있다.
뮈시히 박사가 밝힌 전문성은 정부나 정치권으로부터 부당한 지시나 압력에 대항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부 명령에 순응하기보다 은행입장에서, 산업입장에서 정부와 협의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정책금융의 특성 때문이다. 뮈시히 박사는 정책금융을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은 벤처기업, 중소기업이 금융시장에서 레벨 플레잉(대등하게 자본조달에 접근하는 것)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특히 “특정 기업이나 특정 산업을 밀어주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정책금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낙하산 인사라 할지라도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
뮈시히 박사는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KfW도 과거 정부가 경영에 개입하려고 했다가 실패하며 많은 교훈을 얻어 지금에 이르렀다”며 “정부 개입은 단기 효과는 볼 수 있어도 장기적 관점에선 부정적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 초청으로 방한한 뮈시히 박사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특별강연을 펼쳤다. 그는 KfW의 설립 배경과 주요 업무 등을 소개하며 정책금융기관의 역할 등을 설명했다. 그는 2012년 KfW를 떠나 현재 컨설팅사 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