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관계 몸부림, ‘혼밥·혼술·혼영’ 나홀로문화가 해방구
대기업 ‘脫계급’ 움직임…‘호칭파괴’로 수직체계 개선
[뉴스핌=김규희 기자] “저희 가족은 아버지, 어머니, 저, 동생 4명이고 행복한 가정입니다. 학교는 A대학교를 졸업했고 현재 B기업에 재직 중입니다.”
자신을 소개하란 물음에 우리나라 사람은 대개 이렇게 답한다. 서양 사람들은 다 그렇지는 않아도 우리와 다른 게 일반적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 꿈 등을 말한다.
우리는 가족관계와 소속을 우선순위에 두면서 ‘관계’ 속에서 자아를 증명하려 하지만 서양 사람들은 자신을 중심에 놓는다.

◆ 나만을 위한 힐링타임 ‘나홀로’…관계의 해방
“오늘도 난 혼술을 한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혼술이 달콤한 이유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 나만의 힐링타임.”
2016년 인기 드라마 ‘혼술남녀’의 대사다. 드라마 속 주인공은 직장 상사 및 동료, 일에 지친 현대인이 하루의 피로를 해소하기 위해 홀로 술을 마시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우리 사회는 ‘관계’에 갇혀 있다. ‘나’의 존재보다 ‘우리’가 강조되는 사회다. 나는 상사의 시선을 통해 나를 인식하고 그 순간부터 더 이상 거역할 수 없는 상하관계가 만들어진다.
혼밥과 혼술이 늘어난 것은 관계에서 벗어려는 시도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아예 피하기 위해 ‘관계’에서 도망친다. 관계를 감당하느라, 늘어나는 피로를 해소하기 위한 행동마저 노동이기 때문이다.

◆ ‘혼밥’ ‘혼영’ ‘혼행’...‘脫관계’가 불러온 ‘脫계급’
이런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현대인들은 이제 사람들과 떨어져 혼자 지내고 싶어한다. 혼자 밥먹고(혼밥), 혼자 영화 보고(혼영), 혼자 여행하는(혼행) 등 관계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하나의 사회적 담론으로 여겨지고 있다.
기업들은 ‘脫관계’를 빠르게 감지했다. 직원들의 스트레스는 곧 생산력 저하로 이어져 기업에겐 큰 손실이 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관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수직’ 언어체계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윗사람을 직급으로 부르는 전통적 문화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다. 기업들은 제조업 중심의 성장에서 점차 IT, 소프트웨어 등 ‘4차 혁명’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창의성과 유연함은 그 무엇보다 뛰어난 무기가 된다고 판단했다.
CJ를 시작으로 호칭파괴가 일어났다. 호칭은 생략하고 ‘~님’으로 부르기도 하고, 영어 이름을 부르는 방식도 도입됐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에서도 혁신적 시도가 도입됐다. 오는 3월부터 직급을 아예 없애버리고 상대를 ‘~님’으로 부른다. 다만 팀장, 파트장 등 임원들은 예외로 두면서 반쪽짜리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수직적 조직문화 탈피를 위한 긍정적 시도로 평가된다.
외국기업에서도 좋은 조직문화 사례를 엿볼 수 있다. 에어비앤비(Airbnb)는 유연한 조직문화를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숙박 공유업체인 에어비앤비는 사무실도 매일 예약할 수 있다.
높은 직급에게만 따로 사무실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직원들은 일반 가정집, 공원, 오두막집 등 매일 색다른 테마의 공간에서 업무를 볼 수 있다.
에어비앤비는 직원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극대화해 300억달러 가치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기자 (Q2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