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불출석 증인 모조리 채택 취소
“질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불필요한 게 많다” 재판관 강경 발언
[뉴스핌=이보람 기자] 헌법재판소가 달라졌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후반부를 향해가면서 박 대통령 측의 시간지연 전략을 적극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는 지난 14일 이번 탄핵심판의 제13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을 비롯해 이날 불출석한 증인 3명을 재소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 9일 12차 변론에서 헌재소장대행을 맡고 있는 이정미 재판관이 "재판부가 납득할 만한 사유가 아닌 경우 불출석한 증인을 재소환하지 않겠다"고 밝힌 원칙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일부 증인들의 불출석에도 박 대통령 측이 증인 신청을 철회하지 않아 변론기일이 낭비된 사례가 재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하는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사진공동취재단> |
실제 안봉근 전 비서관의 경우 전날 변론 포함 세 차례 불출석했고 그 때마다 재판은 파행을 빚었다.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도 마찬가지다. 헌재의 증인 출석요구서 송달을 피한 채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 측의 증인 신청은 계속됐다. 이에 재판부는 고 전 이사의 불출석을 예상하고 같은 시간에 추가 증인을 불러 신문한 뒤, 끝내 나오지 않은 고 전 이사에 대한 증인채택을 직권으로 취소한 바 있다.
이밖에 이진동 TV조선 기자와 최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보좌관 등에 대한 증인 신청도 기각했다.
더이상의 시간지연을 막겠다는 헌재의 움직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증인신문 시 변호인단이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증거로 채택된 진술서와 같은 내용을 물을 때 재판관들의 '일침' 발언들이 이어진 것이다.
9일 열린 12차 변론에서 이정미 재판관은 증인으로 조성민 전 더블루K 대표에 대한 신문 과정에 개입해 "효율적으로 신문하라"며 박 대통령 측의 말을 끊었다. 이후에도 종전 진술 내용과 비슷한 질문이 계속되자 "질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앞부분에서 다 설명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강일원 주심재판관도 마찬가지다. 전날 13차 변론에서 박 대통령 측이 추가 증인채택과 법정에서의 고영태 녹취파일 확인을 주장하자 강 재판관은 "재판부에서 증거능력 있는 건 이미 파악하고 있는데 재판부를 못 믿으시는 것 같다"며 "불필요한 게 많으니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신청서를 내달라"고 일갈했다.
이처럼 재판부가 강경한 모습을 보인 것은 헌재가 박 대통령의 공정성 시비에 휘말려 '끌려다니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심판 결과의 훼손을 막고자 최대한 심리에 속도를 내 이정미 재판관 퇴임 이전에 최종 선고를 내리겠다는 결심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