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경제전망 하향조정은 확실, 하향폭이 관건
기준금리는 동결 전망 우세
[뉴스핌=김은빈 기자] 한국은행이 오는 1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올해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하향조정할 전망이다. 지난 10월 경제전망 이후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탄핵 정국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대된 데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9일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이달 열리는 금통위의 관전 포인트로 금통위 직후 발표될 수정경제전망을 꼽았다. ‘초불확실성의 시대’로 표현될 만큼 한국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악화됐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난 10월 내놓은 전망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진단인 것이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6%로 낮춘 바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경제전망 하향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12월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지난 10월 전망 때와 비교해보면 상방리스크보다는 하방리스크가 좀 더 크다”며 “1월에 전망치를 새로 제시해 볼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10월 한은이 제시했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8%였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하향 폭이 얼마나 될 것인가에 쏠려있다. 김상훈 KB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이번 금통위에선 수정경제전망이 얼마나 하향조정될 것인지가 이슈가 될 것”이라며 “2.6%정도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원 SK투자증권 연구원도 “최근 이슈를 보면 2.8%에 대한 하향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2%중반대로 조정될 것 같다. 만약 그보다 낮다면 향후 정책의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미선 부국증권 연구원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정부가 제시한 2.6%보다 낮은 수준이 예상된다”면서 “상대적으로 물가상승률 조정폭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며 상향조정의 가능성도 열어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예상했다.
경제전망 조정폭이 크지 않을 거란 의견도 있었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10월에 경제전망을 내놓은 이후 일어난 변화 중 가장 큰 부분이 트럼프 당선인데, 이것이 한국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불분명하다”며 “내려잡는다면 0.1%포인트 정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기준금리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동결을 전망했다. 한국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초불확실성 시대’에 진입하면서 한은으로서는 금리 인상도, 인하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내 경기침체만 생각한다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가파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선 부담이다. 미국과의 금리 차가 좁혀져 자본유출의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에 1300조원에 육박했던 가계부채도 금리 인하 결정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은 총재의 여러 가지 멘트들을 취합해보면 결국 국내 하방리스크가 커져있으나, 금융안정리스크도 커져있다는 얘기”라며 “관망하는 게 좋겠다는 스탠스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3일 공개된 12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통화정책의 추가 완화는 자본 유출 압력을 상승시키고 가계부채를 확대시키는 등 금융 안정 측면에서 리스크를 증대시킬 수 있다”며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이 상대적으로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현 시점에서 통화정책을 움직이는 데 리스크가 있으니, 정부가 좀 더 확장적 재정정책을 해야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통위가 트럼프 당선자 취임보다 앞서있다는 점도 금리 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20일 취임 예정이기 때문에 그 전에 선제적으로 통화정책을 반영하진 않을 것 같다”며 동결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