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女리더 모임 와해 위기...권선주 등 줄줄이 퇴임
[뉴스핌=김연순 기자]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당선된 후 은행권에 여성 임원 바람이 불었다. 최초 여성은행장도 탄생하고, 여성 임원 숫자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하지만 여성 대통령이 위기에 처하자 은행의 여성 임원도 줄고 있다. 은행권 여성 임원들의 모임인 '여성 리더 모임'(가칭)이 와해될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 모임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권선주 기업은행장을 비롯한 주요 멤버들이 줄줄이 퇴임한 반면 승진은 없어 신규 멤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2년 새 은행권에서 현직 여성 임원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신한, KEB하나, KB국민, NH농협은행 임원 인사에서 박정림 국민은행 여신그룹 부행장이 KB금융지주 자산관리(WM)총괄 부사장으로 등용된 것 외엔 신임 임원이 없다. 앞서 2015년 5대은행 인사에서도 여성 임원 승진자는 0명이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취임한 2013년 상황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2012년11월 당시 8명에 불과했던 은행권 여성 임원은 박 대통령 당선(2012년12월20일) 이후 2013년 7월 14명으로 늘었다.
박 대통령의 탄핵 위기와 레임덕 속에 은행권은 특유의 보수적 문화로 회귀하고 있다. 시중은행에서 여성 임원은 눈에 꼽을 정도로 대폭 줄었다. 5대 시중은행 중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정수경 상임감사위원 제외)은 현재 여성 임원이 없다. NH농협은행은 설립 이래 여성 임원을 한 명도 임명하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은행권 여성 임원이 주축인 비공식 여성 리더 모임이 와해되거나 축소가 불가피한 상태다. 이 모임은 권선주 전 행장 주도로 여성 부행장급이 정기적으로 모여 우호를 다지는 자리다.
멤버는 권선주 전 행장과 천경미 금감원 부원장보(하나은행 전무 출신), 박정림 국민은행 부행장, 김성미 기업은행 부행장, 유명순 씨티은행 수석부행장, 신순철 전 신한은행 부행장, 김옥정 전 우리은행 부행장 등으로 알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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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박정림 KB금융지주 부사장, 천경미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유명순 한국씨티은행 수석부행장 |
권 전 행장이 지난해말 퇴임한 데 이어 오는 20일 김성미 기업은행 부행장도 임기가 만료돼 퇴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순철 전 부행장과 김옥정 전 부행장(우리PE 대표로 선임)은 2015년 임원 인사에서 각각 퇴임한 바 있다. 기존 멤버 7~8명에서 은행권 현직 여성 임원은 3명 정도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모임에 참석해 온 한 인사는 "권선주 행장을 중심으로 정기적으로 자리를 마련해 우호를 다졌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상당수 인사가 퇴임했다"면서 "권 행장 마저 퇴임한 상황에서 모임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 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최초 여성 은행장 탄생 등 은행권에 깜짝 변화가 있었지만, 임기 말로 가면서 기존 보수적인 은행문화 패러다임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우리은행은 차기 행장 선임 이후 2월 경 임원인사가 예상되고, 김도진 행장이 취임한 기업은행은 이달 임원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