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중 사외이사, 2014년 에코하우스 인수후 대출 659억->902억 확대
[뉴스핌=한기진 기자] 부산은행이 사외이사를 역임한 이기중(64) 전 부산고등법원장 소유의 회사에 단기간에 거액의 대출을 늘려줬다. 확실한 담보가 없는 상황에서 수백억원 대출을 제공해 '특혜'의혹이 일고 있다.
1일 금융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산은행은 이기중 전 법원장이 2014년 부산 엘시티사업의 시행사인 엘시티PFV의 대주주 에코하우스 지분 41%를 인수하자 1년새 240억원 넘는 대출을 추가로 제공했다. 대출당시 이기준 전 법원장은 부산은행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었다.
대출 명목은 주택자금대출로 에코하우스에 1년새 659억원에서 902억원(2015년말 기준)으로 늘렸다.
에코하우스는 2009년 창립 때부터 부산은행과 대출거래를 쌓았다. 2010년 411억원을 대출받았다. 이후 522억원(2011년) 568억원(2012년) 611억원(2013년)으로 거래가 늘었다. 이 같은 과거 대출실적에도 불구하고 1년만에 243억원(전년 대비 37% 증가)을 추가 대출한 것은 정상적인 거래로 보기 힘들다는 게 은행권의 중론이다.
실제로 부동산개발업체인 에코하우스는 설립 이후 줄곧 적자 상태였다. 2009년에 7억원 적자는 2014년 54억원, 2015년말 127억원으로 확대됐다.
또한 현금이나 현금성자산도 거의 없었다. 2014년 7149원이 전부였다. 2015년 156억원으로 늘었지만 이는 모두 KB부동산신탁 명의의 예치금이었다. 부동산 분양대금과 부산은행에서 빌렸던 돈이다.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서는 시공사와 부산은행의 합의가 필요했다.
부산은행은 또 에코하우스에 대출을 늘리면서 추가 담보나 지급보증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았다. 엘시티 실소유인 이영복(66·구속)씨가 회장으로 있는 청안건설로부터 지급보증만 받았다. 지급보증액수는 2014년, 2015년 각각 881억원으로 대출금 902억원보다 적다.
![]() |
엘시티 공사현장의 모습. 엘시티 사업은 해운대해수욕장 해변에 101층 복합시설 1개 동과 85층 주거시설 2개 동으로 추진되고 있다.<사진=뉴시스> |
부산은행의 이같은 대출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에코하우스의 최대주주였던 이기중 전 법원장이 당시 부산은행의 사외이사였기 때문.
이기중 전 법원장은 2010년3월~2015년3월 부산은행 사외이사로 재임했다. 사외이사로 운영위원회, 보상위원회, 감사위원회 등에 참가했다. 그는 엘시티PFV에서 고문 변호사로도 활동했다. 뿐만 아니라 에코하우스의 지분(41%)도 이영복 회장의 관계사나 청안건설로부터 인수했다. 또한 엘시티 사업주체인 엘시티PFV 지분 2%도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자인 사외이사였지만 공시 등에 이 같은 거래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6조2항에 따라 사외이사로 임명된 이후라도 은행과 사외이사 소유의 회사와 상당한 금전거래가 있다면 그 직을 잃는 게 맞다”고 했다. 법에 따르면 사외이사는 본인이 근무하거나 소유한 회사와 금융사와의 거래관계가 있으면 법령상 허용하는 수준인지, 그 외에 이해상충문제가 발생하는 거래관계가 있는지 밝혀야 하고, 이 내용을 지배구조 연차 보고서에 담아야 한다.
이기중 법원장은 에코하우스에 대출이 나간 2015년 3월 임기만료로 부산은행 사외이사직을 물러났다. 이영복 회장의 청탁 등 엘시티 관련 의혹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중 법원장은 1953년생으로 사법연수원 18기로 서울대 법대를 나와 1978년 대전지법에서 판사로 시작했다. 이후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산지법 부장판사를 거쳐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와 법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2010년 퇴임 이후 법무법인 정인에서 대표변호사를 역임했다.
부산은행 측은 "검찰의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이라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