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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의 기후변화이야기<7>] 기상이변의 징후들 - 바닷물에 가라앉고 있는 작은 섬나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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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제사회에서 가장 심각하게 떠오른 환경 관련 이슈는 ‘지구온난화’라 할 것이다. 산업발달에 따라 석유와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또 개발 과정에서 숲을 파괴하면서 온실효과의 영향이 커졌다. 지난해에 이어 금년에도 지구촌 이곳저곳에서는 기상이변과 자연재해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한겨울에 벚꽃이 피는가 하면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상한파가 몰아닥쳐 많은 도시들의 기능을 마비시키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산성비가 내리고 황사와 미세먼지가 밀려오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더욱이 태평양에 있는 섬나라들은 침몰 위기에 처해 있기도 하다. 모두가 지구온난화로 빚어진 현상들이다. 이러다 우리와 미래 세대들이 살아 나가야 할 터전인 이 지구가 정말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과 걱정이 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해 12월 파리에서는 신(新)기후협약이라고 불리는 ‘파리 기후협약’이 성공적으로 도출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전 세계 195개국 정상과 장관들이 모여 기존의 교토협약이 사실상 종료되는 2020년 이후부터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개별국가마다 탄소배출량을 줄여 나가는 약속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다. 이러한 때 경제전문가인 이철환 전 재경부 금융정보분석원장은 지구촌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기상이변의 징후, 원인과 폐해, 대책에 관한 의견을 알기 쉽게 제시하고 있다. 그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결국 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다시 말해 경제운영방식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에 달려있다고 했다. 관련 내용을 우선 기상이변의 징후부터 게제하기로 한다.


지구온난화는 바다도 변하게 만들었다.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내려 바다로 흘러들어 가면서 바닷물의 높이가 높아졌다.
2015년 12월 제21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린 파리 행사장에는 이색적인 이벤트가 열렸다. 몰디브· 파푸아 뉴기니· 투발루 등 작은 섬나라로 구성된 군소도서국연합(群小島嶼國家聯合, Alliance of Small Island States)이 자신들이 '해수면 상승으로 수십 년 내 지도에서 사라질 위기'라고 소개하면서, 세계 각국 대표와 취재진을 향해 절박함을 호소한 것이다. 특히, 콜리아 타라케 투발루 전 총리는 온실가스 배출과 그에 따른 지구 온난화 문제를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태평양의 투발루· 마셜제도· 나우루공화국· 몰디브 등은 해수면 상승과 이상기후로 국토가 침수돼 향후 수십 년 안에 지도상에서 사라질 대표적인 지구온난화 피해국이다. UN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보고서에 의하면 지금과 같은 속도로 온실가스가 늘어나면 2100년에 가서는 평균 해수면의 높이가 63㎝, 온실가스 억제 정책이 상당히 실현돼도 47㎝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남태평양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들은 바다에 들어가도 발목이 찰랑거릴 정도로 평균 해발고도가 몇 미터밖에는 안 된다. 지상낙원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투명한 바다 등 천혜의 풍광을 자랑하지만,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지구 온난화가 지속된다면 수십 년 안에 나라가 바다에 가라앉을 수도 있는 '위기'의 나라들이기도 하다.

막지 못할 정도로 녹기 시작한 남극 빙하 <사진=AP/뉴시스>

2016년 초 미국 국립과학원(NAS,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은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는 폭이 매년 약 2.74㎜에 이르러 기존 연구 결과보다 상당히 크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해수면 상승의 주요 원인은 온난화에 따른 빙하 해빙과 수온이 높아지면서 바닷물의 부피가 커지는 열팽창 현상이다. 그런데 그동안 해수면 상승원인을 주로 빙하 해빙에 의한 것으로만 파악해 열팽창에 따른 해수면 상승효과는 과소평가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해수면 상승 속도는 날이 갈수록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렇게 바닷물의 높이가 점점 더 높아지면 높이가 낮은 육지는 바닷물에 잠길 수도 있다. 특히 나라 전체가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는 이와 같은 현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나라에 온실가스 감축은 지구 환경에 도움이 되는 '낭만적'인 문제가 아니다. 하면 좋은 것 정도의 '선택'의 문제도 아니다. 죽느냐 사느냐, 나라가 없어지느냐 지속하느냐, 그야말로 절박한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활처럼 굽고 긴 하얀 모래사장, 영롱한 사파이어 빛 바다, 고요하게 철썩이는 파도 소리. 태평양 중서부의 산호섬 마셜제도 주민들에게는 이 아름다운 풍경들이 두려움의 대상으로 변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바다 수위가 점차 높아져가고 주민들의 삶은 불안에 빠져들고 있다. 요즘 섬 주민들에게는 악몽 같은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2014년 3월 새벽, 순식간에 집 안으로 바닷물이 들어차 수많은 주민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주민들은 “더 이상 파도는 자장가 소리가 아니다. 우리 모두 곧 휩쓸려갈 것이다. 또 섬 전체가 통째로 바다 속에 가라앉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미 일부 작은 섬 지역은 해수면 아래에 잠겼고, 마셜제도의 주민들은 ‘기후 난민’이 돼 살 곳을 찾아 떠나고 있다.

남태평양 피지에서 북쪽으로 약 1,000km 떨어진 곳에 인구 1만 명 정도의 투발루(Tuvalu)가 위치하고 있다. 남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투발루는 9개의 아름다운 산호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상낙원이라 불릴 만큼 환상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그런데 이 섬들은 평균 해발 고도가 3m 정도로 낮고 지형이 평평해 조금만 바닷물이 불어나도 섬이 물에 잠겨 버린다. 실제로 9개의 섬 중 2개의 섬들은 이미 가라앉았다. 이런 추세라면 나머지 섬들도 50년 뒤에는 완전히 가라앉게 될 위험에 처해 있다.
또한 투발루 주민들의 마실 물이 점점 없어져 간다는 것도 문제다. 주민들이 마시는 지하수에 바닷물이 섞이면서 바닷물의 소금기로 인하여 짠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 코코넛 나무와 농작물도 죽어 가고 있어 이제 투발루는 식물도 더 이상 자랄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되어 가고 있다. 이에 투발루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바다에 잠겨 가는 고향 땅을 뒤로 하고 주변국가인 호주와 뉴질랜드 등으로 이민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일어난 비극이라 하겠다.

많은 기상과학자들은 투발루 다음 희생양으로 몰디브(Maldives)를 꼽고 있다. “지난 2004년 12월 26일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지진해일(쓰나미)로 몰디브가 초토화되었다. 많은 사람의 생계를 책임지던 리조트가 폐허가 되었고, 학교와 병원 등의 기반시설이 파괴되었으며, 수도 말레는 대통령 집무실을 포함하여 시내의 2/3가 침수되었다. 게다가 55명이 사망하고 69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도 발생하였다. 몰디브의 총인구가 28만 명임을 감안하였을 때 이는 엄청난 재앙이다. 당시 몰디브는 통신이 끊긴 데다 침수된 섬에 사는 수천 명의 주민이 대피하였으며, 며칠 후 실시 예정이던 총선도 연기된 실정이다.” 이는 당시 몰디브를 강타한 지진해일에 대한 신문기사 내용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죽기 전에 반드시 가봐야 할 곳’, ‘오염되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한 베스트 허니문 여행지’ 몰디브에 따라붙는 수식어들이다.
몰디브는 인도양 남쪽에 위치한 섬나라로 약 1,200개의 작은 산호섬으로 이뤄져있고, 이 중에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은 200여 개다. 주 수입원은 관광업으로 대부분의 섬에 리조트가 존재하는 인기 신혼여행지다. 조용하고 깨끗한 환경과 다양한 해양 생태계를 지녀 해마다 관광객이 늘고 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바닷물 높이가 높아지는 바람에 가장 높은 지점이 해발 2m에 불과한 이 섬은 점점 바닷물에 잠기고 있다. 2100년경에는 완전히 잠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몰디브 침몰소식이 전해지자 오히려 더 각광받는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 몰디브는 국토가 바다 속으로 사라질 날에 대비해 그동안 여러 가지 사전준비를 해왔다. 2008년 11월 11일 대통령에 취임한 모하메드 나시드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처하자 새로운 국토를 사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하였다. 이미 여러 나라와 접촉했으며 수용 가능한 방안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몰디브와 기후조건이 크게 다르지 않은 인도, 스리랑카가 최우선적으로 검토되고 있으며, 땅이 넓은 호주도 고려 대상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2009년 11월 17일, 몰디브에서는 해저(海底)각료회의를 개최했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여 2100년경에는 몰디브가 물에 잠길 것이라는 비극적인 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퍼포먼스였다. 그들은 며칠 전부터 잠수 훈련을 받고, 물속에서 산소통을 매고 서로 손짓을 주고받으며 회의를 했다. 이 날 잠수복을 입은 채 바다 속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는 '국제사회 이산화탄소 배출 삭감 촉구 결의안'을 의결하였고, 대통령은 결의안에 방수펜으로 서명하였다. 또 대통령은 국제사회에 당부했다. “몰디브는 현재 지구온난화 재앙의 최전선에 있다. 이것은 세계 전체의 문제다.”

저자 이철환 약력
- 20회 행정고시(1977년) 합격
-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 현재 한국무역협회 초빙연구위원 겸 단국대학교 경제과 겸임교수
- 저서: 숫자로 보는 한국의 자본시장, 중년예찬, 문화와 경제의 행복한 만남, 좋은 돈 나쁜 돈 이상한 돈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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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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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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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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