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신정 기자] 삼성전자가 '자율출퇴근제'를 시행한지 1년3개월이 지났다. '자율출퇴근제'는 하루 4시간을 기본 근무시간으로, 주 40시간 안에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다. 단, 하루 4시간이 기본이다 보니 주 5일근무제는 지켜야 한다.
자율출퇴근제는 삼성전자가 지난 2009년 도입한 '자율출근제'를 확대 시행한 것으로, 하루 근무시간 8시간을 채워야 했던 때와 비교하면 근무시간이 상당히 유연해졌다. 특히 자녀를 둔 워킹대디나 워킹맘에겐 유용한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 구글과 같은 글로벌 IT기업들처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문화를 만들겠다며 이 제도를 도입했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삼성SDI,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사들도 잇따라 동참했다. 일부 계열사는 창의력이 필요한 연구개발(R&D) 인력과 엔지니어에 한해 수년 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자율출퇴근제 시행 1년 후 얼마나 많은 삼성 직원들이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을까?
가장 먼저 이 제도를 전사적으로 시행한 삼성전자는 직원 이용 현황에 대해선, 별도조사를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내부적으로 개인 필요에 따라, 개인사정에 따라 이용하다 보니 근무형태가 유연해 졌고, 여가활용도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도입 한달이 지난 삼성전기는 그 동안 기존 개인 업무를 위해 개인 휴가를 쓰는 경우가 많았지만 자율출퇴근제 전면 도입으로 근무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면서 사적인 업무도 병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지난해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다며 육아를 책임지고 있는 직원들에겐 유용한 제도로 활용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삼성이 밝힌 자체적인 평가와 직원들의 체감도는 달랐다.
삼성전자 한 직원은 "자율출퇴근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통상 오전 9시30분 이전 출근은 일반적으로 여겨지는데 반해 그 이후에 출근하면 눈치를 보게 된다"며 "직원들의 출근시간이 각각 다르게 되면 통제가 안된다는 말이 내부적으로 나오기도 해 이용이 자유롭지 않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팀 회의나 업무가 갑작스레 생기는 일도 종종 발생해 주말과 이어 쓸 수 있는 금요일 오후나 월요일 오전 시간대에 웬만하면 이 제도를 가급적 사용하지 말라고 하는 부서도 더러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자율출퇴근제 시행으로 근무시간 입력이 '깐깐해'지다 보니, 제외시간 입력도 더욱 엄격해진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근무시간입력란 외에 제외시간 입력란도 두고 있는데, 근무와 상관없는 직원 동료들끼리의 티타임 시간이나 출근 후 아침식사 시간 등은 근무시간에서 제외해야 한다. 이에 따라 직원들끼리 어울릴 수 있는 여유로운 모습을 좀처럼 볼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외시간 입력은 동호회 활동, 운동시간 등을 입력하는 란으로 각 직원마다 양심껏 기록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가이드를 준다거나 강요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27일 새로운 인사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개편안에는 '눈치성' 잔업과 특근을 근절하고 효율적인 회의문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원만 참석해 자유롭게 의견을 내는 회의 문화를 확산시켜 나가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앞서 시행한 자율출퇴근제도도 온전히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개선안은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삼성 한 관계자는 "새로운 인사제도에는 형식적인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효율적 회의문화를 위한 회의 참석자 최소화와 1시간 이내 시행 등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30대 그룹 중 유연근무제를 시행 중인 그룹은 15곳에 달한다. 앞으로 기업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방식의 유연근무제 도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