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국내 화장품 신화의 대명사였던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1000억원대 원정도박 혐의로 지난해 실형을 선고받은 그는 최근 법조계에 구명로비를 벌이고 면세점에 입점 로비까지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추락 중이다.
4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해 말을 목표로 추진해온 기업공개(IPO)를 사실상 손 놓은 상태다. 오너인 정 대표가 구속되면서 차질을 빚었고 무엇보다 ‘정운호 게이트’의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상장 예비심사 조차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네이처리퍼블릭도 IPO를 추진할 상황이 아니다. 검찰이 지난 3일 네이처리퍼블릭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본격적인 수사를 개시한 상태다. 검찰은 네이처리퍼블릭의 회계자료와 각종 회의 자료 등을 입수해 로비 자금이 회삿돈인지 따져보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정 대표와 더페이스샵 시절부터 함께 했던 최측근 임원들도 수사 대상에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발단은 정 대표가 원정도박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후에 벌어졌다. 그는 최 모변호사를 선임하면서 50억원의 수임료를 지불했고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이 선고되자 “돈을 돌려달라”며 최 변호사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변호사가 정 대표를 고소하며 이 사건이 알려지자 사건의 양상은 전혀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의 구명 과정에서 브로커 이모씨가 서울중앙지법 임모 부장판사 등을 만나 정 대표에 대한 구명 로비를 논의하고 당시 정 대표 사건의 재판부와 저녁식사 자리에서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심지어 정 대표가 네이처리퍼블릭을 롯데면세점에 입점시키기 위해 또 다른 브로커 한모씨를 동원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화장품의 신화로 꼽히던 정 대표의 바닥없는 추락이 가시화된 이유다.
정 대표는 그동안 대기업 위주로 성공신화를 쌓아온 화장품 업계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다. 그는 2003년 화장품브랜드 더페이스샵을 창업한 뒤 2년 만에 매출 1500억원을 돌파하면서 중저가 화장품 1위 브랜드로 올라섰다.
그는 이후 2006년 더페이스샵의 지분 70%를 약 1000억원에 사모펀드에 넘기고 경영 일선에 물러났다. 그가 화장품업계에 복귀한 것은 더페이스샵이 2010년 LG생활건강에 매각된 이후다. 이 매각 과정에서 정 대표는 약 2000억원대 차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그가 4년만에 새로운 브랜드 네이처리버플릭을 인수하며 화장품 시장에 복귀했을 때 업계의 시선이 집중된 것은 두말할 것 없다. 실제 인수 당시 연간 매출 220억원 수준인 네이처리퍼블릭의 지난해 매출은 2878억원 수준까지 신장됐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정 대표의 잇따른 성공신화가 오히려 독이 됐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서울 남대문에서 과일, 의류 소매업을 하면서 장사에 눈을 뜬 그가 잇따른 사업성공 끝에 수천억원대 자산가가 되면서 도박과 브로커의 로비 유혹에 빠졌다는 것.
실패의 경험이 없는 정 대표가 위기에 정공법으로 대응하기 보단 쉽고 빠른 길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정 대표는 대범하게 의사를 결정하고 직관적으로 추진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그의 최측근들은 모두 2002~2004년부터 더페이스샵 부터 함께 손발을 맞아온 인사들이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 그의 결정이 네이처리퍼블릭의 미래를 좌우하게 되리라는 점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정 대표의 로비와 관련 특별검사가 수사해야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고 검찰 측도 특수부에 이 사건을 배당하는 등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