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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가 18일 오후 8시55분 2부작 파일럿 다큐멘터리 ‘버스’ 1회 ‘지금 출발합니다’ 편을 방송한다. <사진='버스' 캡처> |
[뉴스핌=박지원 기자] KBS 2TV가 18일 오후 8시55분 2부작 파일럿 다큐멘터리 ‘버스’ 1부 ‘지금 출발합니다’ 편을 방송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중교통수단 버스. 1년에 61억 명, 하루에 1700만명이 이용한다. 노선만도 약 1만6807개에 달한다. 오늘도 사람을 한가득 태운 버스는 도로 위를 쉴 새 없이 달리고 있다.
버스 안에서 무심코 지나치던 수많은 사람들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리얼 다큐멘터리 ‘버스’는 버스를 따라 내리자마자 마술처럼 펼쳐지는 그들의 일상을 따라가봤다.
정릉부터 개포동까지 서울의 남과 북을 관통하는 버스, 143번. 143번 버스는 영화 ‘건축학개론’의 배경인 고즈넉하고 아담한 정릉을 시작으로 강북의 골목골목을 지나 혼잡한 고속터미널에 이어 한강 이남의 번화가까지 다다른다. 서울의 곳곳을 끊임없이 누비는 것이다.
이렇게 60km 이상의 장거리를 오가는 143번 버스에는 하루에만 평균 4만 1017명이 타고 내리기를 거듭한다. 그렇기에 서울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버스로 손꼽힌다. 143번 버스를 타는 사람들, 그들은 어떠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다큐멘터리 ‘버스’는 버스에서 만난 우연, 그리고 그 우연이 교차돼 만들어진 ‘진짜’ 우리들의 일상을 이야기한다.
‘버스’ 제작진은 버스에서 무작정 만난 사람을 끝까지 따라가 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 결심은 각박한 현실 앞에서 흔들렸다. 버스 안의 사람들은 자신을 향하는 카메라 렌즈에 경계 어린 시선을 보냈다. 카메라를 든 ‘버스’ 제작진의 마음 역시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흔쾌히 동행하고 미소 지으며 ‘버스’의 주인공이 되어준 사람들의 각본 없는 일상을 전한다.
버스가 버스 정류장을 지나듯이 누구나 인생의 관문을 거친다.
버스에서 만난 한 여성은 앳된 미소를 지닌 30대 초반의 피부관리사였다. 그녀는 10년 전 작은 쪽방에서 시작한 서울살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워낙 시골에 살다보니까 할 만한 게 없잖아요. 그냥 서울 가서 일해야지라는 막연한 생각이었어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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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2부작 파일럿 다큐멘터리 ‘버스’ <사진='버스' 캡처> |
인생의 첫 관문, ‘독립’ 앞에서 불안과 설렘으로 웃던 소녀는 어느덧 차곡차곡 경력을 쌓고 어엿한 성인이 돼 있었다. 작은 쪽방에서 시작한 막연한 꿈은 구체화돼 분명한 미래를 그린다. 청담동 피부샵을 거쳐 그녀가 향하는 미래의 정류장은 어디에 있을까.
김제로 가기 위해 고속터미널로 향하는 50대 남성. 그는 버스에 타는 순간부터 강렬하게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범상치 않은 외모와 넘치는 끼를 소유한 그는 젊은 시절부터 액션배우를 꿈꿨다.
그는 “레디 액션! 소리만 들으면 가슴이 이글거리는 화산 같이 폭발하기 바로 직전이었다”고 털어놨다.
지금도 그의 심장은 지나간 꿈을 그리며 여전히 뛰고 있다. 현실과 타협한 그의 발길이 닿는 오늘의 종착점은 어디일까.
버스에서 꾸벅꾸벅 조는 아저씨는 전화기를 놓칠 새라 손에 꼭 쥐고 있다. 그는 한 때 모두가 알아주는 회사를 다녔다. 그러나 IMF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이제 밤길을 헤매며 대리운전을 찾는 전화 한 통에 애가 탄다. 버스가 끊긴 시간, 그는 지나간 어제를 그리워하고 오늘을 버티며 버스를 기다린다.
그는 “기가 막힌 일이 있었다. 택시를 불렀는데 택시 기사가 직장의 선배님이었다”며 멋쩍은 듯 웃었다.
‘버스’ 제작진은 “버스를 타는 사람들의 종착점에는 삶의 방향이 새겨져있다.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현실과 타협하며 과거를 그리워하면서도 오늘을 살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버스 노선을 따라 흐르는 사람들의 일상변주곡을 담은 다큐멘터리 ‘버스’는 오늘(18일) 오후 9시55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 ‘버스’는 2부작 파일럿으로 2부는 25일에 방송된다.
[뉴스핌 Newspim] 박지원 기자 (p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