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광그룹 규모 절반 이하 줄어들 듯
[뉴스핌=강필성 기자] BGF리테일이 보광그룹으로부터 결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광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번지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보광그룹의 규모는 절반 이하로 축소될 전망이다.
11일 BGF리테일은 보광그룹의 골프장 운영법인 보광이천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향후 계열분리를 추진하겠다고 공시했다. 이와 관련해 박재구 BGF리테일 대표이사는 “향후 보광그룹과의 형식적인 계열관계조차 완전히 차단해 BGF그룹의 독자적인 아이덴티티(Identity)를 명확히 함으로써 보광 관련 오해로 인한 잠재적 리스크 또한 철저히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시기적으로 본다면 지금까지 단 한번의 수익도 내지 못한 자본잠식 법인인 보광이천을 BGF리테일이 인수하기로 하면서 추가 부담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자 계열분리를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광이천 인수 이후 보광그룹 계열사를 추가 인수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보광그룹의 유동성 위기 우려가 BGF리테일에 전파되는 것을 미연에 차단하겠다는 이야기다.
보광그룹은 현재 유동성 위기를 맞는 상황이다. 주요 사업인 레저사업 등이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그룹 전반적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더불어 지난해 주요 사업부문인 STS반도체가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BKE&T, 코아로직 등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 점도 적잖은 부담이다.
현재 보광그룹 계열사 중에서 BGF리테일이 가장 높은 성장성과 현금 동원력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계열분리는 사실상 그룹 축소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보광그룹이 보유한 약 28개 계열사 중 BGF리테일의 계열사는 13개에 달한다. 계열사 수로는 절반에 가깝지만 실제 기업가치를 고려하면 보광그룹의 규모는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셈이다.
보광그룹은 고(故) 홍진기 중앙일보 회장이 창업한 그룹으로 그의 4남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이 이끌고 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보광의 지분구도는 홍석규 회장이 28.7%로 최대주주를 차지하고 있고 이어 보광가(家) 차남인 홍석조 회장, 3남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 막내 홍라영 미술관 리움 총괄부관장이 각각 23.75%를 보유한 100% 가족 소유 구조다.
때문에 BGF리테일이 보광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하기 위해서는 홍석조 회장이 보유한 보광의 지분 23.75%를 처분해야만 한다.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상호간 지분을 보유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장남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이를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업계에 따르면 홍석현 회장은 개인 출자를 통해 보광, 보광제주의 인수를 추진 중이다. 만약 이번 인수가 성사된다면 보광그룹은 핵심 사업인 레저부분을 일부 잃게 되는 것이다. 그룹의 양대 성장축이었던 반도체·전자 사업이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그룹 규모도 상당부분 축소될 수밖에 없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홍석현 회장이 보광 등을 인수하면 보광그룹의 자금난도 일부 해소 될 것으로 알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홍석조 회장의 지분 매각 시점이나 방식에 대해서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