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지난 6월 초 LG전자는 정부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상에 규정된 '단말기 보조금(지원금)상한제'를 폐지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단통법 시행에 찬성했던 LG전자가 1년도 안 돼 왜 보조금 상한제 폐지 탄원서를 정부에 전달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단통법 시행으로 프리미엄폰이 고사위기에 몰리는 등 단통법이 국내 단말기 제조사들의 숨통을 죄고 있기 때문이다.
내달 1일 숱한 논란을 불러 일으킨 단통법 시행 1년을 앞두고 업계 '명암'이 극명히 갈리고 있다.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 시행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프리미엄폰 제조사들은 어려운 경영환경에 직면한 반면, 단통법 규제에서 자유로운 애플은 '단통법 최대 수혜자'로 국내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단통법은 단말기를 살 때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의 최대 상한액을 방통위가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법이 처음 시행될 당시 30만원으로 정해진 상한액은 이후 국내 휴대전화 유통시장이 급속하게 침체되고 있다는 우려 속에 지난 4월 33만원으로 소폭 오른 정도다.
들쑥날쑥한 지원금으로 소비자에 따라 단말기 가격이 수십만원씩 차이가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소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단통법 도입의 공식 입장이었지만, 40만원이면 살 수 있었던 휴대폰 단말기가 단통법 시행으로 70만원에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휴대폰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특히 소비자들이 보조금 축소로 단말기 교체를 꺼리게 되면서 연간 1200만대에 달하던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단통법 시행 이후 연간 600만대 수준으로 반토막났다.

한때 70%에 육박하던 삼성의 점유율은 단통법 시행 초기 50% 초반까지 빠진 바 있다. 현재는 60%대 점유율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단통법 이전 국내 휴대전화 시장에서 20%대를 유지해오던 LG전자의 점유율은 단통법 시행 이후 10% 초반대까지 떨어졌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LG전자는 지난 14일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도 지원금 상한제의 조정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또한 지난 22일 방송통신위원회 주재로 열린 이동통신시장 안정화 협의회에서도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내 제조사의 시장점유율 하락의 반대급부는 고스란히 애플이 가져가고 있다. 단통법 시행 전만 해도 5.3%에 불과했던 애플 아이폰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0~12월 27.3%로 수직 상승했다. 애플은 신제품 아이폰6의 인기가 더해지면서 판매량이 가장 떨어지는 2분기에도 20%에 가까운 점유율을 유지했다. 보조금이 묶이면서 어차피 비슷한 가격이면 갤럭시S나 G시리즈 대신 아이폰을 써보자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자업계 고위관계자는 "정부는 보조금 상한선을 설정하면 고가 휴대폰에 대한 수요가 줄고 중고폰이나 저가의 중국폰 수요가 늘면서 소비자의 통신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구조적으로 새 제품에 대한 접근을 떨어뜨리자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나라마다 통신사마다 전략을 달리해서 접근해야 하는데, 단통법 이후 실제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애플이 단통법의 최대 수혜자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과 LG가 각각 갤럭시S6와 G4시리즈로 최신 기술을 접목한 프리미엄폰을 내놨지만 국내에서 성적은 녹록치 않다. 대신 고가 프리미엄 휴대폰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은 SK텔레콤의 루나폰 등 중저가 전용폰으로 몰리고 있다. SK텔레콤 전용폰 '루나'는 지난 3일 출시 이후 하루 평균 2500대씩 팔려나간 것으로 추산된다.
유럽과 신흥국의 환율급락에 실적 직격탄을 맞고 있는 전자업계가 단통법 후폭풍이라는 이중고에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단통법 때문이 아니라 지난 2011년을 기점으로 단말기 판매가 매년 10% 수준으로 하락하는 추세고,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 감소 역시 단말기 판매 감소에 기인한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국회 역시 지원금 상한제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이미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단통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