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현안부터 신사업 아이디어까지...탑다운 의사소통 탈피
[뉴스핌=김선엽 기자] # "SK패션몰 통합배송을 시행하면 좋을 것 같아요", "좀 저렴한 SPA 의류 브랜드를 런칭하면 어떨까요?", "직장과 집이 먼 직원을 위한 통근버스를 제안합니다"
SK그룹의 사내커뮤니티 Toktok에는 직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솔직, 담백한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Toktok 개설 초기에는 흡연실 문제 등 기업문화와 관련된 내용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SK의 상품과 서비스를 직원이 아닌 고객의 입장에서 평가하는 글들이 거침없이 게재된다.
또 자신의 부서 업무가 아닌 영역과 관련해 신사업을 제안하는 글도 상당수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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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직원들이 편안히 둘러앉아 격식없는 대화를 통해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다.<사진=SK텔레콤 제공> |
1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들이 근래 도입한 사내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들이 차차 결실을 맺고 있다.
기업 규모가 커지고 직원수가 늘어날수록 직원간 소통이 단절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타 사업부서의 일에는 관심이 없고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하더라도 다른 부서의 영역이면 입을 다무는 것이 보통이다.
이에 삼성과 LG, SK 등은 최근 수년간 순차적으로 직원들이 신규 사업 및 사내 이슈에 대해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사이버 공간을 마련했다. 또 직급에 상관없이 둥글게 둘러앉아 직접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정기적으로 갖기도 한다.
◆ 탑다운 방식 벗어나, '직원에게 솔루션 먼저 묻기'
삼성전자는 지난 7월 13일부터 22일까지 집단지성 시스템 ‘모자이크(MOSAIC)’ 상에서 인사혁신 대토론회을 열고 현행 직급체계를 비롯한 평가제도, 승격제도 등 인사제도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했다.
토론 챔피언(주관자)은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이었다.
직원의 근무의욕과 직결되는 인사 문제를 윗선에서 일방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직원들에게 먼저 생각을 묻고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위해서다. 1200여건 이상의 글이 게재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이에 앞서 모지이크는 지난해 7월 "우리 회사가 IT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라는 주제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당시 새로운 제안만 1000개가 넘었다. 삼성전자는 이 중 18개의 제안을 따로 추려 실천으로 옮길 액션플랜'으로 선정했다.
최근에는 '업무효율개선 우수사례 공모전'이 진행 중인데 역시 직원들이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모자이크의 적용 범위를 20만여 명의 해외 임직원에게로까지 확대했다. ‘모자이크 글로벌 버전’으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에 따라 올 초 영문판이 시작됐다.
번역 서비스가 연계되고 글로벌 설문 서비스도 새롭게 제공된다. 국내 인력과 해외 인력의 장벽을 깨며 명실상부 글로벌 사내 토탈커뮤니티로 재탄생한 것이다.
동부대우전자는 기업문화 혁신 동아리 ‘프레시보드(Fresh Board)’를 통해 직원간 수평적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2013년 5월 시작된 프레시보드는 각 사업장의 중추인 대리·과장급 직원들이 모여 조직문화를 재정비하고 조직 내 벽을 허물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이를 실천해 나가는 모임이다.
월 1회 이상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즐겁게 일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가장 먼저 2013년 6월부터 진행된 ‘굿 매너 캠페인’도 프레시보드의 작품이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전화를 할 때마다 먼저 감사하고 소속을 밝히는 전화 에티켓이 정착되면서 한결 타부서간 소통도 원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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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대우전자 프레시보드는 대리·과장급 직원들이 모여 조직 내 벽을 허물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이를 실천해 나가는 모임이다. <사진=동부대우전자 제공> |
◆ 부서간 장벽 없애니 아이디어 '콸콸'
사내 커뮤니티는 직원들이 소통하고 감성을 공유하는 공간을 넘어서서 아이디어 뱅크의 기능도 수행한다.
SK그룹의 비즈Tok에는 "자동차 공유 서비스(Car sharing) 사업을 제안합니다", "Tmap 택시에서 콜택시 권역 선택 기능을 추가하면 어떨까요?" 등의 글들이 올라온다.
타 부서의 영역이거나 회사의 기존 업무와 무관라더라도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거침없이 아이디어를 개진한다.
SK 관계자는 "T-Map, Speedmate, IPTV 등 SK의 모든 상품·서비스에 대해 매일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 또는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개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디어나 제안 중에는 실제로 반영된 것도 있을 것이고 단순 제안에 머무르는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이런 소통이 활발하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LG는 직원들이 시장선도 상품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시제품 개발까지 도전할 수 있는 ‘퓨처 챌린저(Future Challenger)’를 운영 중인데 최근 LG유플러스가 가구업체 한샘과 개발 중인 '매직 미러' 역시 이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채택된 솔루션이다.
LG유플러스 감동빈 대리는 뷰티 산업이 날로 발전하고 있는 것에 착안, '누구나 쉽게 집에서 피부 상태를 체크하고 타입에 맞는 화장법을 알려주는 장치'를 아이디어로 제안했다.
LG디스플레이의 ‘거울’ 디스플레이 기술과 LG이노텍의 카메라 기술에, LG전자의 냉장고 기술,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노하우, LG유플러스의 IT 기술까지 접목된 솔루션으로 영역 파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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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와 가구업체 한샘이 공동 개발 중인 '매직미러'는 LG유플러스 직원이 아이디어를 제시하면서 채택된 솔루션이다.<사진=LG유플러스 제공> |
LG디스플레이 역시 지난 2011년부터 임직원들의 아이디어 제안 제도인 ‘아이디어 뱅크’ 제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주요 주제는 공정개선, 업무 프로세스 개선, 복리후생 등이다. 회사는 매 분기와 연말에 아이디어 제안왕을 선정해 CEO어워드(Award)와 함께 상금 수요, 부부동반 해외여행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등 아이디어 뱅크 활성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회사의 소중한 자산인 인재들이 갖고 있는 역량을 모으고 시너지를 발휘해 회사 경쟁력으로 이어지도록 제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