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연주 기자]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롯데쇼핑(AA+) 등 롯데그룹 회사채 투자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당장 회사채 가격에 영향은 크지 않더라도 신용도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1일 IB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 회사채 투자자들이 보유해도 괜찮은지, 전망은 어떤지에 대한 문의를 많이 한다"며 "현재 가격에 큰 변화 조짐은 없으나 향후 신용 등급 하락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지적처럼 롯데쇼핑 회사채 위상은 추락하는 모양새다.
지난 2012년 8월 당시 롯데쇼핑 3년물은 한국은행 기준금리(3%)보다 더 낮은 수준인 2.98%에 발행됐다.
그러나 올해 들어 개인과 기관들의 회사채 투자는 부진한 양상이다. 지난 2월 27일 롯데쇼핑 회사채의 사상 첫 미매각이 발생했다. 투자자들이 회사측 예상보다 적게 입찰에 참여한 것. 6월 15일에도 7년물에서 일부 미매각이 나왔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이는 지난달 수요예측에서 인기를 끌었던 현대백화점 회사채와도 비교된다. 당시 3000억원 규모의 현대백화점 3년물 회사채 발행에서 총 4500억원의 수요가 확인돼 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투자 매력이 떨어진 것은 우선 최근 롯데쇼핑의 재정여건이 마트부문 부진 등으로 악화된 점을 꼽을 수 있다.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1.6% 감소했다. 이자비용도 2분기 390억원을 기록, 상반기에만 790억원에 육박한다.
특히 지난 6일 뉴스핌 단독 보도에 따르면 롯데쇼핑 해외법인의 5년간 누적된 순손실이 1조1700억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양지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외형적인 성장은 지속되겠지만 인건비나 임차료 등 고정비 성격의 비증도 같이 늘어나 급격한 실적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영권 분쟁까지 터지자 롯데그룹 회사채 투자자들의 우려는 증폭되고 있다.
올해 만기물량을 상환하기 위한 회사채 발행(차환발행)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신용등급 하락(채권가격 하락)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롯데쇼핑의 연내 만기도래 회사채는 3500억원이었다.
이미 이같은 걱정은 일정부분 현실화되고 있다.
공모 발행에 자신이 없어지자 롯데쇼핑은 2년반만에 사모 발행으로 선회했다. 신격호 총괄 회장이 해임되고 사흘후인 지난달 31일, 회사 측은 5년 만기 사모사채 1100억원을 2.396%에 발행했다.
사모 발행을 택한 것은 미매각 우려와 더불어 수요예측과정에서 오너리스크가 발행금리에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A 증권사 관계자는 "예정대로 롯데그룹이 공격적인 인수합병(M&A) 행보를 이어가려면 자금이 많이 필요한데 사모발행으로는 투자자 모집에 한계가 있다"며 "비슷한 형제의 난을 겪었던 두산이나 금호그룹 사례를 보면 오너리스크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오래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이미 노출된 이슈도 있어 섣부른 판단은 어렵지만,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시가평가 반영은 지켜봐야

다만 당장 롯데쇼핑 회사채 가격이 급락할 위험은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중론이다.
재무구조가 비교적 탄탄하고 롯데그룹의 자금줄로 알려진 미즈호은행 등 일본은행권의 지원도 여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다.
국내기관투자가들이 보유 물량을 함부로 내놓을 수 없는 상황도 롯데쇼핑 회사채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공개적으로 시장에 호가를 던지는 순간 오너리스크 반영으로 회사채 가격이 하락해 평가손실이 불가피하다. 사실상 발행자가 사모 발행으로 숨죽이고 있는 것처럼 투자자들도 마찬가지 입장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C 채권딜러는 "롯데 회사채를 담는 주체는 전통적으로 만기 보유하는 경향이 크다"며 "현재로써 특별히 새롭게 드러나는 취약점은 없다. 그룹 특성상 암암리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큰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롯데쇼핑을 포함한 범롯데 회사채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도처에 있어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분위기다.
당장 17일 일본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가 고비가 될 수 있다. 주총 안건이 압도적 표차로 승인되지 않을 경우 신동주 전 부회장의 반격으로 오너리스크가 장기화돼 투자심리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