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연주 기자] 콧대 높은 산업은행금융채(이하 산금채)가 대우조선해양 분식 의혹에 몸값을 낮출 조짐이다. 대우조선의 대규모 손실을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데, 자금조달 수단으로 산금채 발행 증액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어서다.
31일 채권업계 관계자는 "산금채는 과거 10건 중 9건 정도가 같은 등급 다른 은행채보다 1~2bp 낮게 호가가 나왔다면, 최근에는 10건 중 5건 정도로 그 비중이 줄었다"며 "대우조선 이슈 이후 산금채 발행을 늘린다는 루머가 돌았기 때문이며 향후 스프레드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강세장에서도 산금채 금리 호가가 비교적 높게 나오고 있다. AAA의 신용도로 동일 등급 물량 중에서도 비싸게 팔리던 산금채에 대한 시장의 요구수익률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2분기 영업손실이 예상보다 큰 3조318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기록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산은의 지분율(31.5%)을 고려하면 대략 1조원 정도가 산은 손실로 직결된다.
부진한 실적에 대우조선 부채비율이 기존 374%에서 최대 900%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부담이다. 산은 관계자는 "대우조선 손실이 2조원을 넘는 수준으로 예상했었는데 생각 외로 컸다"며 "이번에 손실을 다 턴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산은의 예수금 비중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예수금은 2012년 당시 산은 민영화 추진 영향에 산금채 비중을 5% 이상 추월하기도 했지만 이후 은행 차원에서 대출금리 하락을 유도하면서 예수금 비중도 자연스레 곤두박질쳤다. 사실상 자금 조달은 산금채로 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산은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산은은 잠재 위험도가 높은 기업이 많이 연관돼 있어 높은 수준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나 당장 3년간 총 15조원을 지원해야 하는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부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공기업 주식 출자로 산금채가 또다시 자금조달책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산은이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에 따른 예산부담 때문에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일단 향후 시나리오로 산은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확충을 하고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감자 후 매각 등의 구조조정을 하는 방향이 꼽힌다. 다만 산은 입장에서 구조조정 결정도 쉽지 않다. 향후 기업 실적이 좋아진다는 보장이 된다면 모르겠지만 조선업계 부진은 이미 오래된 정설이다.
앞으로의 산금채 발행 규모는 대우조선 실사 결과의 윤곽이 드러나야 예측이 가능하다. 실사는 2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 대우조선해양 여파, 회사채 시장 영향은 '글쎄'
이러한 산금채 발행 증가가 당장 회사채 시장에 미치는 여파는 제한적일 것으로 점쳐진다. 장기적으로 산금채 발행 증가 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지만 현금 흐름이 이미 선반영된 상황이며, 현재 금리 수준만 보더라도 산은 자체 신용도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A 채권딜러는 "산금채는 워낙 자주 발행되고, 일반 은행채보다 유동성이 좋다"며 "발행 규모가 1조원 증가한다고 쳐도 한꺼번에 발행하지 않는 이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다. 건당 500억원 수준 늘어나는 정도면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날 발행된 2000억원 규모의 2년물 발행도 잘됐다"라며 "향후 1~2bp 더 얹어준다고 하면 불티나게 팔릴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일단 실사 이후에 판단하겠다"며 "자금이 없는 상황이 아닌데 왜 자꾸 산금채를 끌어들여 자금조달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