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동환 김나래 기자] #사례1. H증권 애널리스트 A씨는 얼마전 자신이 담당하는 기업 투자설명회에 초대받지 못했다. 해당 분야를 십수년 커버해온 그로선 당황스러운 상황. 기억을 더듬어보니 얼마전 자신이 작성한 분석 리포트가 떠올랐고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사례2. 애널리스트 B씨는 최근 자신의 업무에 대해 회의감이 갖고 있다. 리포트를 낸후 업체 항의에 더해 상사에게서도 한 소리를 들었다. 리포트에서 언급한 주장에 논리적인 결함이 없었지만 해당기업과 법인영업이 갈등을 빚으면서 결국 애널리스트에게 책임이 몰아지는 분위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이직을 생각 중이다.
최근 금융투자업계 핫이슈 중 하나가 매도(Sell) 리포트다. 투자자보호 차원에서 증권사들이 매도 리포트를 적극 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지만 정작 애널리스트들로선 현실적인 벽에 가로막혀 있다고 입을 모은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공시된 증권사별 리포트 투자등급 비율을 살펴보면 국내 증권사 가운데 6곳을 제외하고는 매도 투자등급의 리포트 비율이 제로 수준으로 집계돼 있다.
지난 3월 말부터 5월 중순을 기준으로 보고된 공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중 한화투자증권이 전체 리포트에서 매도 의견 비중이 4.6%로 가장 높았다. 이 외에 한국투자증권이 3.3%, 동부증권 0.9%, 메리츠종금증권 0.8%, 유진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각각 0.6% 수준이다.
이에 반해 외국계 증권사들의 매도 의견 리포트는 적게는 3.4%(노무라금융투자)에서 많게는 40%(씨티글로벌마켓증권)를 웃돈다. 국내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투자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과 협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이 매도 리포트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은 것은 아직 기업분석이나 리서치센터를 대하는 투자 문화가 덜 성숙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매도 리포트는 시장이 성숙화 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확대되는 것"이라며 "이 종목은 정말 '매도' 의견이라고 생각해도 안 좋은 리포트를 싫어하는 국내 시장 특성상 내기가 꺼려진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시장 문화를 의식하면 실제 해당기업이 아주 안 좋게 보이면 아예 커버를 안하는 경향이 있다"며 "매도 리포트 이슈는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상당수 애널리스트들은 부정적인 리포트를 낸후 실제 해당 업체들로부터 기업탐방이나 투자설명회 참석 제한 등 부당한 대접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토로한다. 그러면서 어제오늘 일도 아니라고 덧붙인다.
B증권사 연구원은 "나쁜 얘기를 쓴 것도 아닌데 부정적인 리포트를 쓰면 업체나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항의나 협박성 전화를 받는 경우가 많다"며 "주변 애널리스트 중에는 기업으로부터 출입 금지를 통보받고 앞으로 정보도 제공하지 않겠다는 말을 들은 경우도 여러차례 있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C증권사 연구원은 "기업이 부정적인 리포트를 두고 이른바 '갑질'을 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며 "최근에는 모 대기업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한 후 해당 업체의 투자설명회에 초대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부정적인 리포트를 작성한 애널리스트에 대해 3년간 회사 아이알이나 출장에 불참시킨다는 후문도 들렸다. 실제 이 대기업에 대해 최근 3~4년 나왔던 리포트 중 '매도' 의견을 내놨던 애널리스트는 단 한명도 없었다. 이 회사 주가는 2010년초를 꼭지로 5년 넘게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시장에서 사실상 '매도'로 여겨지는 '중립' 의견만이 4~5건 있었을 뿐이다. 이 또한 대부분 1~2개 증권사의 애널이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부정적인 리포트에 대해서는 꺼려하는 분위기로 알고 있다"라며 "보통 오너가 대표가 아닌 기업들은 대표의 경영 평가에 주가가 반영되기 때문인 리포트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중형 증권사 한 리서치센터장은 매도 리포트로 인해 해당 상장기업 경영진으로부터 거센 항의 전화를 받았던 고충을 페이스북에 털어놨다.
당시 이 센터장은 담당 연구원이 작성한 삼성 계열사에 대한 매도 리포트로 업체 경영진으로부터 두시간 가까이 협박성 멘트가 포함된 불만을 들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부하 직원인 애널리스트에게는 훨씬 더 심한 표현이 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글을 남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작성하지 않고 자신의 합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투자 의견을 개진하는 것에 대해선 애널리스트와 리서치센터의 독립성이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고서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할 경우 업체는 해당 보고서 내용에 대해 공시나 반박 자료 등 공식 루트를 통해 대응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김나래 기자 (redwax76@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