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진성 기자] #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김신영씨는 최근 이마가 찢어져 주변의 A대학병원에 방문했다. 응급실은 환자로 만원 사례였다. 황당한 것은 의료진들의 태도였다. 찢어진 부위를 성형외과에서 봉합하고 싶었으나, 2cm미만은 치료를 못해준다고 응급의학과 의사한테 치료받거나 옆에 있는 V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결국 그는 V병원에서 성형외과 의사에게 치료를 받았다. 원격진료가 가능했다면 시간 낭비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서울시 금천구에 거주하는 박아라씨는 퇴행성관절염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인해 주로 진통효과가 있는 약으로 견디는 상황. 통증을 참아가며 병원을 방문하는 이유는 단지 ‘약’을 처방받기 위해서다. 박씨는 병원 이동과 대기 시간으로 대략 2시간 가량을 투자해야 하지만 처방을 받기 위한 의사의 문진은 고작 30초 남짓이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들의 반발로 논의가 지지부진하던 '원격의료' 허용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위에 언급된 실제 사례에서도 원격의료에 대한 필요성은 엿볼 수 있지만 최근 병원 내 감염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이 파장을 몰고 오면서 원격의료에 대한 요구는 커지고 있다.
원격의료란 의사와 환자가 멀리 떨어져 있는 장소에서 행하는 의료 행위를 말한다.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 등 통신 수단를 활용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해 적절한 진료를 하는 것이 핵심 골자다. 예를 들어 환자가 자택에서 혈압이나 혈당치 등을 입력해 지역내의 의료기관으로부터 진단이나 처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양방향 통신에 의해 전문 의사의 신속한 판단과 조언이 가능해지는 장점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원격진료가 시행됐더라면 이번 메르스 확산도 상황은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예방 및 피해를 최소화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메르스의 감염의 통로가 병원 내 감염이 주요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상증세를 느낀 환자들이 원격의료로 문의했다면 신속한 자가격리 및 병원 안내가 가능했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특히 응급실에는 환자와 보호자 등의 방문이 자유로워 메르스 확산의 주요 통로가 됐다. 이같은 사례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대책마련은 분명히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현 의료시스템에선 환자가 진료를 받기 위해 무조건 병의원을 방문해야 된다. 헬스케어 등 IT기술 개발로 원격의료 시스템이 갖춰져 있음에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메르스 문제를 뒤로 하더라도 병의원을 방문하기 어려운 장애인이나 노약자, 산간벽지 거주자 등은 현 의료시스템에서는 의료 사각지대를 벗어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예컨대, 정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인구 10명중 8명은 관절염을 앓고 있다. 관절염은 뼈와 뼈가 만나는 부위에 염증이 생겨 통증과 붓기 등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통증을 억제해 주는 약을 처방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울러 환자의 권리와 편의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의료 관련 IT기술들의 발달로 인해 기본적인 원격진료가 가능해졌으나, 원격진료가 도입되지 못하면서 환자의 진료 선택 권리와 편의는 묵살되는 격이다.
위 사례의 주인공인 관절염 환자 박 씨는 “병원에 방문하면 사람도 많고 해서 기다리는 시간만 30분이 넘는다”며 “진료는 고작 2분을 넘기지 않고 '약 부작용은 없느냐'고 묻는 게 전부다”고 토로했다.
기본적인 진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최근 응급실을 방문한 김 씨의 경험도 황당하다. 이마가 찢어져 급하게 집 주변 대학병원응급실을 찾았지만 진료의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다른 병원 안내를 받은 것. 사전에 병원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불거진 현상이다. 스마트폰 등을 통해 원격으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 빠른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원격의료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소한 언급된 사례와 같은 국민 불편은 해소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의사가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 대해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방법 등에 한정해 허용되던 원격의료를 섬·벽지에 사는 사람이나 거동이 어려운 노인 또는 장애인 등 환자의 진료에 대해서도 원격의료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의료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각각 계류돼 있는 상태다. 법안의 처리를 위해서는 각 상임위 법안심사 및 의결,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본회의 의결 등의 거쳐야 하지만 의사협회와 정치권 일각의 반발로 상임위 법안심사조차 제대로 시작하지 못했다.
박찬수 복지부 원격의료 추진단 사무관은 “의료의 질을 판단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시범적으로 원격의료를 운영해 봤다”며 “참여한 77% 환자가 원격 의료서비스에 만족했고, 84.3%는 만성질환에 유익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제2의 메르스 예방책을 위해서라도 원격의료 도입이 필요하다는 방향에서 빠른 논의와 결과가 도출되야할 시점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