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보다 유한양행·녹십자, 장기성장 눈여겨 봐
[뉴스핌=백현지 기자] "저성장시대에는 과거와 같은 이익을 창출하기 어렵습니다. 이익이 증가하지 않으니 지수도 횡보하게 됩니다. 키움장기코어밸류펀드는 저성장시대에도 순자산을 증가시킬 수 있는 핵심가치기업(Core Value)을 선별해 투자합니다."
박원정 키움투자자산운용 매니저는 최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내증시도 장기저성장시대에 접어들며 기존 고성장시대의 '가치주 투자'를 저성장시대에 걸맞는 '신(新)가치주 투자'로 바꿔야 한다는 게 박 매니저의 강조점이다.
그는 "이제 가치주와 성장주의 차이는 밸류에이션 밖에 없게 됐다"며 "이제 좋으면서 싼 주식은 없다"고 말했다.
키움장기코어밸류펀드는 오는 8일이면 공모형으로 출시된 지 1주년을 맞는다. 지난 1년간 화려하지않지만 내실이 튼튼한 종목위주의 운용전략이 통했다는 점은 펀드 수익률이 증명하고 있다.
3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키움장기코어밸류펀드는 출시 이후 17.45%의 수익을 내며 국내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 1.58%를 15.87%포인트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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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정 키움투자자산운용 매니저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 화려하지 않아도 꾸준한 성과 낸다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금융수학을 전공한 박원정 매니저는 재무제표, 현금흐름표에 숨겨진 의미를 제대로 읽어낼 수 있는 전문가다. 펀드매니저로서 기업의 향후 이익을 예측할 뿐 아니라 탄탄한 자본력, 우수한 재무구조를 부석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게 박 매니저의 지론이다.
그는 "매출액, 영업이익 그리고 이익모멘텀만 보고 투자에 들어가는 것은 고성장시대의 투자전략"이라며 "매출 규모에 맞게 부채를 일으키는지, 불필요한 이자비용을 내고있지는 않은지, 다운사이징을 하는지 등을 본다"고 했다.
이어 "같은 돈을 벌더라도 투자를 잘 하고 있는지, 내실이 튼튼한지가 중요하다"며 "주가는 순자산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내실있는 기업에 투자한 후 주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때를 기다린다는 게 박 매니저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한양행이다.
유한양행은 펀드 출시 초기부터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던 종목인데 지난해에는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주가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특히 유한양행은 신임 대표이사가 5600억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활용해 연구개발(R&D) 강화 및 신사업 발굴 의지를 천명했다는 것이 알려지며 하루 만에 주가가 7% 급등하기도 했다. 유한양행 주가는 연초 16만9000원에서 전날 종가기준 19만9500원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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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박 매니저는 "유한양행은 고성장을 기대할만한 종목은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이 종목에 투자했던 이유는 R&D 역량이 있고 신규사업을 개척할 수 있는 여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내실이 튼튼한 기업들은 좋은 소식이 들릴 수밖에 없고 이 때를 기다린다는 얘기다.
매달 20% 이상 급등락하는 일명 '시장과열 종목'에는 투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시장과열 종목은 누구에게나 유혹의 대상"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셀트리온보다 녹십자, 유한양행에 투자한다"며 장기투자 소신을 밝혔다.
◆ 중소형주보다 대형주, 공룡펀드 성장 문제없다
키움장기코어밸류펀드는 키움투자자산운용이 대표펀드로 자신있게 내세운 만큼 퇴직연금, 혼합형 등의 라인업을 구축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안정성을 높이기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주식비중을 20%이하로 가져가는 '단기국공채 코어밸류20[채권혼합]'과 퇴직연금 코어밸류40[채권혼합]'가 출시 예정이다.
펀드 내 포트폴리오도 대형주 위주로 구성돼 기존의 저밸류에이션 중소형주로 구성된 가치주펀드와는 다른 모습이다.
박 매니저는 아무리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더라도 신생기업들에 대한 투자에는 보수적인 입장이다. 그는 "신생기업은 빠른 성장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하고, 또한 유동성이 취약한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헬스케어관련 업종들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안정적 성과를 목표로 하는 펀드에서 투자하기에는 겁이 난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어 "출시초기부터 대표펀드로 육성을 염두에 둔만큼 조 단위 공룡펀드로 성장해도 수익률관리에서 우려할 점이 없다"며 "또한 장기성과가 우수한 펀드기 때문에 노후를 준비하는 젊은세대에게도 추천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