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고는 자신이 초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변신해서 그를 신나게 때려눕히는 장면을 상상하는 것으로 대치한다. 그리고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밀려오자 그가 찾아간 곳은 병구의 엄마가 입원해 있는 병원, 그를 안아주고 머리를 쓰담어 주는 엄마는 실은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다. 이도 그의 상상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엄마의 손을 잡아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병구는 가난한 노동자의 자식으로 늘 가난했으며, 그래서 돈이 있고 권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불이익을 당하며 살아왔다기에 세상은 위험하고 믿을 수 없는 인간들로 가득차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강만식과 관련해서 자신의 가족들이 피해를 당한 사실이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피해를 당했다고 모두 망상장애나 편집성 인격장애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그들에게 어느 정도의 소인이 잠재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고, 환경적, 교육적으로 이런 성향을 가중시키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병구는 도망치려다 다시 병구의 마취주사를 맞고 쓰러지는 만식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그래 병신한테 당하니까, 기가막히지?” 그렇게 그는 자신의 열등함과 낮은 자존감을 이런 식으로라도 보상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정상과 비정상은 한끝차이다?
우리가 ‘정상이다’ ‘이상이다’를 판가름할 때, 중요한 지표가 “현실 검증 능력”이다. 살다보면 이성을 잃을 때도 있고, 가끔은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그러나 정상적이라면, 그런 순간에서 빨리 정신을 차리고 현실적인 측면에서 인지하고 판단하려고 하며, 그런 능력이 있어야만,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영화 <트루먼 쇼/1998/피터위어/짐케리>에서 주인공은 철저하게 자신을 속이기 위해 만들어진 세계에서 살아간다. 그가 살고 있는 집, 마을, 직장, 심지어 하늘과 땅, 지평선이 보는 바다까지 모두 그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의 진짜 삶을 여과없이 생중계하는 방송사의 일대일생을 건 획기적인 기획으로 만들어진, 방송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는 것을 주인공은 서른이 넘어서야 알게 된다.
# 트루먼의 집 앞.
오늘도 트루먼(짐케리)은 아무런 의심없이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선다.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그의 이웃들이 나와 있고 상투적으로 그들에게 인사를 한다. “굿모닝, 굿에프터눈, 굿이브닝...”하며 트루먼은 익살스럽게 인사하지만, 루틴하게 돌아가는 그의 일상이 수상쩍다. 차를 타려고 하는 순간 굉음을 내며 왠 물체가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난다. 갑작스러운 일에 트루먼은 놀라 그 주변을 맴돌며 물체가 뭔지를 확인한다(아까 인사를 주고 받던 주변의 이웃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짐).
조명등처럼 생긴 물체에는 ‘SIRIUS (9 CANN....)'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그 물체가 떨어진 지점 어딘가를 찾기위해 하늘을 바라보는 트루먼... 유난히도 구름 한점 없이 파아란 하늘.
그 이후로도 수상한 일들은 그의 눈에 띄이기 시작한다. 대화도중 갑자기 특정상표를 광고하는 듯 한 아내의 말투(“오래된 물건은 버려요... 새로운 물건을 사요!”), 사망한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의 등장,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중계하는 라디오 등등 온통 의심스럽기 짝이 없는 일들......
그가 자신의 고향이라고 믿는 세트장을 떠나지 못하기 위해 아버지를 물에 빠져 죽에 만들어 물에 공포를 만들고 사랑하는 여인과도 강제로 분리시키는 등 영화는 ‘트루먼(True Man)', 즉 리얼한 진짜 사나이의 삶을 보여준다며, 모든 것을 조작하고 은폐하고 있는 거대한 음모가 숨어있음을 모순되게 보여준다. 그러면서 ’트루먼, 이건 모두 너를 위한 거야!‘라고 그를 속이면서 자신들을 위해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사실조차도 합리화한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우리에 원숭이를 가두고 먹이를 주고 키운다고해서 그것이 그 원숭이를 위한 것이라는 논리는 맞지 않는 얘기다.
<트루먼 쑈>는 눈으로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심오한 철학적인 문제를 다루고자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스스로 살고 있는 세계나, 사회전체가 자신을 속이기 위해 엄청난 음모를 꾸미고 있고, 그것이 직접적으로 자신과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다면, “현실 검증”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상상의 세계인지, 또는 누군가가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거대한 세트장을 만들고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며 관심을 가지고 때론 감동을 받고 환호한다는 것도 생각해보면 웃기는 일이다. 누가 무엇 때문에 할 일 없이 막대한 돈을 투자하며 그런 모종의 계획을 세운단 말인가? 트루먼에게 그럴 만한 값어치가 있기는 있단 말인가?
영화 <지구를 지켜라>에서 병구는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외계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잡아 가두고 죽인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외계인이 아니었다. 그의 수첩에도 그가 잡은 외계인이라 의심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외계인 아님”이라고 적혀 있다. 이런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병구는 그의 위험한 외계인 놈들을 잡아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망상은 사라지지 않는다. 영화에서 결국 병구는 죽음을 맞이하고 그의 추종자이자, 그의 망상을 공유했던 순이도 끝까지 그를 보호하려다 죽는다.
►망상장애의 치료
망상장애 환자들은 기본적으로 의심이 많아 관계형성이 쉽지 않고 병식이 없기 때문에 신뢰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모든 치료나 상담이 신뢰가 기본이지만, 망상장애 환자들의 경우 이 ‘신뢰’쌓기가 어렵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환자의 망상에 도전하는 것은 위험하다. 관계를 형성하면서 스스로 망상에 대해 불합리함을 인식하게 해주면서 사회적으로 적응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박소진 한국인지행동심리학회장('영화 속 심리학'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