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년래 최대 판매실적…차량 관련대출도 급증세
[뉴스핌=노종빈 기자] 매년 초마다 부진을 보였던 미국의 자동차 판매 실적이 올해 들어서는 큰 폭의 호조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차량관련 대출의 연체나 채무불이행(디폴트) 등 부실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각)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 자동차, 피아트 크라이슬러 3대 완성차 업체들의 1월 자동차 판매실적은 전년대비 13%대 증가했다. 또 토요타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매출도 크게 늘어났다.
미국의 1월 자동차 판매기록은 지난 2006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강력한 증가세다.
주된 배경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휘발유 소매가격도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휘발유 소매가격은 갤런당 2달러 수준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초 3달러대 초반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40%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휘발유 가격 하락으로 인해 연비효율이 낮은 대형 차량의 판매 증가세가 돋보이면서 대형 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수요도 크게 늘어났다.
◆ 차량 관련대출 4년래 35% 급증
하지만 이 같은 실적 호조에도 최근에는 자동차 대출 부문에서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미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한 해 전인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한 차례 위기를 맞은 바 있다. 당시 신용도가 낮은 채무자들의 주택을 담보로 대량의 자금을 대출해주고 이를 다시 파생상품화해 판매한 상품이 대거 부실로 드러나면서 주요 금융사들이 파산하는 등 파장이 작지 않았다.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자동차 대출 분야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전체 차량관련 대출 규모는 9440억달러에 이르며 지난 4년간 35% 급증했다.
또 지난해 신용도가 낮은 서브프라임 등급의 자동차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한 자산담보부증권(ABS) 판매량은 174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3년 사상 최고치인 220억달러 기록에 비해서는 다소 줄어든 것이지만 여전히 적잖은 수치다.
◆ 서브프라임 차량대출 연체율 늘어
신용분석업체 익스퍼리언에 따르면 신차대출의 평균 만기는 5년6개월 정도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약 25%는 6~8년까지 만기연장되기도 한다.
또 지난해 3분기 현재 서브프라임 등급의 차량 대출 비중은 23% 수준이었는데 대출자들의 연체비율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대출자들의 약 2.6%는 지난해 1월 대출을 실행한 뒤 1년 이내 한 차례 이상 연체한 것으로 기록됐다.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연체율 3.0% 수준을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들의 경우 연체율이 8.4%에 이르기도 한다.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대출패키지가 예상보다 양호한 자동차 판매 급증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미국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11월에 비해 0.2% 하락, 최근 2년6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져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의 회수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 美완성차 업체, 할부대출 등 수익성 짭짤
완성차 업체들로서는 자동차 대출사업의 경우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어 좀처럼 포기하기 어려운 분야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직후 GM에 구제금융으로 공적자금이 투입됐을 때 GM의 할부금융자회사인 GMAC(현재의 얼라이파이낸셜)에도 약 172억달러가 투입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까지 GMAC는 제조업인 GM보다 훨씬 수익성이 높은사업 분야였다. GMAC는 얼라이파이낸셜로 사명을 바꿨고 미국 재무부 지분도 모두 매각돼 정부의 감시에서 자유롭게 자동차 관련 대출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얼라이파이낸셜은 지난해 3분기 웰스파고를 제치고 자동차할부금융부문 1위로 복귀했다.
하지만 얼라이파이낸셜의 성장세의 상당부분은 신용도가 낮은 차주의 차량이나 담보력이 낮은 중고차량 등에 대한 대출로 구성돼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얼라이파이낸셜은 지난 2014년 3분기까지 3억4100만달러의 회수하기 힘든 부실대출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년대비 무려 18%대 증가한 것이다.
◆ 연준 "금융권 차량대출 조건 완화돼"
지난 2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발표한 금융권 고위 대출담당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부 은행들은 차량에 대한 대출 조건을 완화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조사에 참여한 대출담당자들중 29%는 서브프라임 등급 차량 대출의 품질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이미 경고등이 켜졌지만 자동차 할부금융사들의 대출은 다시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일부 금융사들은 정상적인 자동차 판매와 대출이 이뤄지기도 전에 대출상품을 기반으로한 ABS 상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소득성장세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의 급증은 연체나 채무불이행(디폴트)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