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무산됐다. 합병 발표 시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재무적 부담이 결국 삼성의 발목을 잡았다.
삼성중공업은 19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 계약 해제 안건이 가결, 양사 합병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양사의 합병이 무산된 데에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국민연금을 필두로 한 기관투자자들을 비롯해 다수의 개인투자자들까지 합병에 반대하며 주식 매수를 청구해 온 것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지난 17일까지 신청한 주식매수청구 현황을 확인한 결과,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행사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합병 계약상 예정된 한도를 초과함에 따라 합병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주식매수청구로 인한 합병 무산에 대한 우려는 애초 합병 결정 당시부터 있었다. 불황으로 인한 실적 부진에 허덕이는 가운데, 시너지는 불확실한 반면 재무적 부담만 가중시키는 합병에 대한 의문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가 매수 청구권 행사가액을 넘어설 가능성이 낮다고 본 것.
NICE신용평가는 "합병이 중장기적인 시너지 창출 등의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삼성엔지니어링의 상대적으로 높은 재무부담 및 최근 실적 부진 등을 고려할 때 합병 이후 삼성중공업의 재무안정성은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결국 지난 17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마감한 결과,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주식매수 청구금액이 7063억원으로, 당초 정한 매수대금 한도 4100억원을 초과했다. 삼성중공업에 대한 주식매수 청구금액은 9235억원으로 한도 9500억원에 조금 못 미쳤으나, 계획대로 합병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양사가 총 1조6299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주식매수대금을 지급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합병이 무산됨에 따라 삼성중공업 및 삼성엔지니어링의 초일류 종합 EPC(Engineering, Procurement and Construction; 설계,구매, 제작)업체로의 도약은 나중을 기약하게 됐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지난 9월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 발표 당시 합병 후 매출액 기준으로 2013년 약 25조원에서 2020년에는 4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종합플랜트 회사로 성장할 계획을 천명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합병이 무산되긴 했지만) 해양플랜트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 시장 지배력을 키우기 위해 두 회사 간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협업은 지속될 예정"이라며 "향후 합병을 재추진할지 여부는 시장 상황과 주주의견 등을 신중히 고려해 재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삼성의 이름으로 야심차게 추진한 이번 합병이 무산됨에 따라 향후 삼성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이 뒤따를지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은 사업 시너지 외에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도 맞물려 있는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 자존심에 적지 않은 타격일 수 있다"면서 "내부적으로 경영진에 대한 책임 추궁이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