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군별 차별화 포인트 맞춰 평가..연구·기술 등은 전공 우수자 위주
[뉴스핌=이강혁 기자] 삼성그룹이 5일 '직무적합성 평가' 도입을 골자로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될 새로운 대졸 채용제도를 내놨다. 채용시장에는 기존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시행의 '열린채용'보다 복잡해지고 어려워졌다며 파장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획일적인 SSAT 시험보다 오히려 직군별 다양한 전형 절차가 시행되면서 SSAT라는 한번의 기회를 망치고 좌절했던 인재들에게는 새로운 채용제도로 삼성 입사의 기회와 가능성은 커졌다.
◆ 직무적합성 평가는 3가지 직군별로 다르다
삼성이 이날 발표한 3급 신입사원 채용제도 개편안은 직군별로 채용방식을 다양화하고 '직무적합성 평가', '창의성 면접'을 도입하는 것이 핵심 골자다. 기존 채용방식에서 SSAT가 폐지되는 것은 아니고 새로운 평가 2가지가 추가되는 형식이다.
기존 채용방식인 SSAT→실무면접→임원면접의 방식이 직무적합성 평가→SSAT→실무면접→창의성면접→임원면접 등으로 좀더 심화된다. 단계가 늘어나고 직무적합성 평가라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서 다소 복잡하고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직무적합성 평가의 3가지 카테고리를 잘 보면 꼭 복잡하고 어려워졌다고는 볼 수 없다. 영업 및 경영지원직군, 연구개발·기술직군, 소프웨어직군의 카테고리에 각각의 차별화된 포인트에 맞춰 직무적합성 평가가 이루어진다.
우선 영업 및 경영지원직군은 '직무적성'이 위주다. 지원자가 평소 지원하고 싶던 직무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성실하게 준비했느냐가 좋은 점수의 기준이다.
이 직군에는 '직무에세이' 제출이 성패의 관건이다. 직무에세이는 일종의 '자기소개서'다. 영업직 지원자가 불필요한 해외연수 등에 몰두하기 보다는 실제 직군과 관련된 경험을 쌓고 이를 적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임성택 삼성 미래전략실 인사팀 상무는 "직무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경험을 했는지 실제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면서 "다만 허위로 작성한 것은 심층면접을 통해 모두 걸러내겠다"고 말했다.
연구개발·기술직군, 소프트웨어직군은 전공능력을 위주로 직무적합성 평가가 진행된다. 예를 들어 대학에서의 직군과 관련된 과목을 얼마나 많이 이수했으냐, 이수과목의 난이도는 어느 정도냐, 이수과목의 성적은 좋으냐 등이 평가 대상이다. 한마디로 전공 우수자가 아니면 직무적합성 평가를 통과하기란 쉽지 않다는 얘기다.
3가지 직군별로 지원자를 평가해서 선발된 인원이 SSAT를 보게 된다. 다만 연구개발·기술직군은 SSAT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전공을 충실히 이수한 지원자에게는 상당한 가점이 주어진다. 소트웨어직군은 아예 SSAT를 보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역량테스트'를 통해 프로그래밍 개발능력(코딩+알고리즘)이 우수한 지원자가 면접행 티켓을 따게 된다.
결과적으로 SSAT는 영업 및 경영지원직군의 직무적합성 평가를 통과한 우수 지원자 위주인 셈이다.
이와 관련, 삼성 관계자는 "지금까지 직무와 상관없이 지원자 모두 똑같이 SSAT를 봐야 했고, SSAT 성적만으로 면접 대상자를 뽑았다"며 "그러다보니 전공능력이나 직무적성이 우수한 지원자라도 SSAT를 통과하지 못해 면접조차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SSAT 성적만으로는 각 직무별 특성을 제대로 반영해 평가하기 어려웠다"면서 "채용 제도를 직무별로 다양화함으로써 지원자들이 SSAT에 너무 매달리지 않고 전문성을 더 쌓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창의성 면접은 '블라인드 테스트'..평소 토론문화 중요
직무적합성 평가와 SSAT를 거치면 실무면접, 창의성면접, 임원면접 등 심화면접이 남는다. 기존 실무면접과 임원면접 만으로도 삼성에 입사한 사원들이 '살인적인 수준'이라고 말할 정도로 어려운 관문이다. 심화면접은 삼성 입사를 위해 직무적합성 평가와 SSAT 보다도 더 중요하다. 특히 이번에 창의적인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도입키로 결정된 창의성 면접은 당락을 결정하는데 가장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창의성 면접은 평소 토론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지원자와 삼성의 면접위원이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특히 어떤 주제가 주어지면 지원자와 면접위원(삼성 실무자 등으로 구성)이 토론을 하는데 블라인드 테스트로 서로 누가 누군지 모르게 진행된다. 지원자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논리 전개과정을 보기 위한 조치다.
다만 삼성전자에 지원한 지원자와 삼성생명, 제일모직 등 각사별로 토론의 형식이나 배점방식 등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삼성 관계자는 "다양한 직군별 직무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면접방식이나 내용, 시간은 직군별로 차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