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양진영 기자] 2년 만의 신보다. 에픽하이가 아주 오랜만에 대중적 장르를 벗어난 음악으로 큰 한 방을 날렸다. 서태지의 컴백은 물론, 내로라하는 선후배들이 다양한 장르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현 가요계를 이들은 '축제'라고 말했다. 그중 가장 밝게 빛나는 존재가 된 에픽하이는 그야말로 '멘붕'에 휩싸여 있었다.
DJ 투컷, 타블로, 미쓰라 세 명을 만난 자리에서 이들은 얼떨떨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지난 18일 선공개곡 '본헤이터(BORN HATER)' 공개에서부터, 정규 8집 '신발장'을 발매한 이후 더블 타이틀곡 '헤픈 엔딩'과 '스포일러'로 전 음원 사이트 정상을 휩쓴 것은 물론, 앨범 수록곡 전곡이 줄세우기를 기록했다. 게다가 발매 일주일을 넘긴 현재까지도 대부분의 곡들이 10위권 안에 머무르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대박난 소감요? 최근에 가요계 축제 같은 분위기여서 너무 좋아요. 그 축제 동참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행복하고, 활동을 안했어도 들떴을 것 같은 시기예요. 우리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이 다들 앨범을 내고, 사람들이 음악을 찾아 듣는게 정말 행복하죠. 그 축제에 우리가 이렇게 함께 하고 있다는 게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정말 기분이 좋아요." (타블로)
나이가 든 탓일까, 조심스러운 행동과 표정이 아직도 힘들었던 시절의 잔상을 지우지 못한 것처럼 느껴졌다. 인터뷰 초반 긴장을 많이 했던 타블로와 미쓰라, 투컷은 점차 표정을 풀어가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지금 정말 행복해요. 그런데 세명 다 느끼는 행복이 약간씩 달라요. 저같은 경우 솔직히 멘붕 상태예요. '스케치북' 출연 당시에 편집이 굉장히 매끄럽게 잘 되서 그렇지 말도 잘 못하고 좀 당황스러웠어요. 긴장도 됐고요. 이렇게까지는 좋아해 주실거라 예측을 못했었거든요. 다른 멤버들요? 투컷은 아마 웃는 얼굴을 2년 만에 봤어요. (웃음)" (타블로)
"작업실 안에서는 기분 좋을 일이 사실 많지는 않았어요. 아아 집 안에서는 당연히 행복하죠. 집안에선 당연히 정말 행복합니다. 이런게 행복이구나 싶다고 써주세요. 하하. 사실 작업 초반에는 이걸 왜 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힘들 수밖에 없었어요. 겨우 겨우 고생한 조각들을 모아서 앨범이 보이기 시작하니까 그때야 좀 안심이 되기 시작했죠." (투컷)
"맘 속으로는 계속 축제를 즐기고 있어요. 하루에 한번씩 일어나서 차트 보고 아침에 나오면서 정말 기분이 좋죠. 가끔 떨어지는 걸 내 눈으로 확인할까봐 계속 불안하긴 해요. 이 타이밍을 지금은 즐겨야죠." (미쓰라)

지난 7집 이후 2년 만에 찾아온 에픽하이의 음악은 다소 밝고 대중적 색깔을 조금은 입혔었던 그간의 타이틀곡을 배제한 채, 완전히 '탈대중화' 된 듯 하다. 가사에 전혀 대중적이지 않은 단어와 스토리텔링을 넣었고, 올드스쿨 힙합부터 시작해 정통 리얼 힙합에 가까운 장르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럼에도 성공했다. 비결이 있을까.
"사실은 11년 전 에픽하이 1집을 냈을 때와 크게 다를 건 없다고 느껴요. 소위 리얼힙합이라는 부분도 늘 하던 걸 한 거죠. 이번엔 특히 더 그런 색깔이 드러나게 됐지만, 노린 듯이 만든 노래가 한 곡도 없는 게 가장 큰 특징이에요. 그럼에도 결과가 이렇게 잘 나온 건, 우리가 분석할 일은 아닐 것 같아요. 사람들이 듣는 음악 취향이 변하거나 다양해졌을 수도 있고, 딱 듣고 싶어하던 음악이 때마침 나와준 걸 수도 있어요. 저흰 원래 하던 대로 만든 게 가장 커요." (타블로)
실제로 지난 7집 당시 YG로 둥지를 옮기고 첫 앨범이어서였는지, 정말로 그런 변화가 있었는지, 타이틀곡 'DON'T HATE ME'를 발표하고 'YG스러워졌다'는 팬들의 성토를 받았던 이들이다. 어쩌면 다시 초창기의 에픽하이로 돌아갔다는 느낌 덕택인지 오랫동안 기다린 팬들은 이들의 컴백에 근래에 본 적 없는 '앨범 단위의 애정'을 쏟아붓고 있다.
"이번 앨범 딱 공개했을 때 싸이 형이 SNS로 '블로야 고생했다' 해줬어요. 굉장히 짧은 한 마디고 전혀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는데도, 정말 핸드폰을 들고 안도의 숨을 내쉴 정도로 위안이 됐죠. 옆에서 작업 과정을 다 지켜본 형이 그러니까 울컥했나봐요. 많은 분들이 '에픽하이 앨범 중에 가장 좋다'고 해주셨고, 그 얘기가 가장 듣기 좋았죠. 고맙기도 하고 우리 가장 최근 앨범이 가장 좋은 앨범이라니, '11년 동안 자만하면서 안주하지는 않았다' 싶어서 다행스럽기도 했죠." (타블로)
"4집 이후로 그 앨범이랑 예전 앨범이 비교되는 이야기들이 있었어요. 이번 앨범이 유일하게 그걸 능가할 수 있겠다는 얘길 들으니 정말 기분이 좋았죠. 그림자 티저 공개 당시부터 약간 팬들 반응이 웃겼던 게 '이번엔 까만가봐' 하더라고요. 그 얘기가 웃기기도 하고 그렇게 추측을 할 정도로 기다려주시니 고마웠죠." (투컷)

피처링 얘기를 안하고 넘어갈 수가 없다. 에픽하이의 이번 앨범엔 타이틀곡 '헤픈 엔딩'에 참여한 롤러코스터 조원선부터,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와 TBNY의 얀키, 태양, 윤하, 넬 김종완, 박재범까지 일일이 다 꼽을 수도 없는 쟁쟁한 라인업에 벌어진 입을 다물기도 힘들 정도다. 선공개곡 '본 헤이터'에는 빈지노, 버벌진트, 위너의 송민호, B.I, 바비 등 힙합씬의 가장 핫한 선후배들이 뭉쳤다.
"애초 롤러 코스터 열렬한 팬이었어요. 예전에 롤코 앨범 내면 그 정서를 너무 좋아해서 한 달 내내 듣고 다녔죠. 아시다시피 너무 오래간 노래가 안나왔고, 전 계속 기다렸죠. 근데 안나올 거 같아요. 내가 만드는 게 낫겠다 싶어서 조원선 선배를 생각하며 노래를 만들었어요. 노래를 보내드렸는데 흔쾌히 좋다고 하셔서 함께 하게 됐어요. 또, 피처링의 핵심이자 진수성찬인 '본 헤이터'를 빼 놓을 수가 없죠." (타블로)
"엘리베이터 타고 궁시렁대는데, 절 보고 타블로가 '진짜 본 헤이터야'라고 하더라고요. 원래 평소에 TV 보면서도 약간 불만을 잘 말하는 편인데 그걸 보고 주제로 삼게 됐죠. 사실 이게 헤이터를 욕하는 곡은 아니에요. 사실 나도 헤이터, 너도 헤이터라고 말하고 있죠. 누구나 헤이터나 마찬가지예요." (투컷)
"'본 헤이터' 피처링진을 짤 때 반드시 BOBBY와 B.I.같은 친구들이 필요했어요. 다 베테랑으로 가면 재미가 없죠. 잘 하는 랩퍼들과 이름을 막 알리기 시작한 사람들을 섞어서 피처링 진 뜨자마자 'HATE' 할 사람들이 많아야 했거든요. 딱 그렇게 됐어요. 듣기도 전에 다들 까다가 뮤직비디오 나오니까 '미안합니다' 하더라고요. 가사를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메시지 메이킹이 필요했고, 그게 잘 실현됐어요." (타블로)
여세를 몰아 11월 단독 공연까지 '몰아치는' 한 해를 보내게 된 에픽하이. 15-16일 공연이 너무 빨리 매진되는 바람에, 2회 추가를 결정한 이들은 "오랜만이라 자신감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뜨거운 호응을 보내주는 음악팬들을 위해 없는 체력을 끌어모아 '몸이 부서져라' 하겠다고 다짐했다.
"너무 오랜만의 단독 콘서트라 자신감이 좀 없기도 했어요. 작은 공연장에서 2회만 하자고 하는데 타블로는 1회만 하자고, 채울 수 있을까 걱정했죠. 근데 5분 만에 서버 다운되고 난리가 난 거예요. 티켓을 못 구한 분들한텐 미안해지더라고요. 운동을 해서 체력을 길러서라도 여러분 앞에 서겠습니다." (투컷)
"진심으로 결과에 관한 기대가 회사보다 우리가 훨씬 낮았어요. 좋은 결과를 주셔서 여전히 얼떨떨해요. 진심이었는데, 앨범도 적게 찍자고 했는데 다나갔대요. 이제와서 더 찍을걸, 하면서도 그만큼 예상을 하기 어려웠어요.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지 잘 모르는데다, '쇼미더머니' 나가자마자 우리 팀이 제일 먼저 탈락했죠. 힙합씬이 많이 달라졌구나 싶기도 했고요. 걱정에 비해 잘 되서 다행이고 행복합니다." (타블로)
![]() '아빠' 타블로와 투컷, 에픽하이 미래는 미쓰라 손에 달렸다? 정규 8집 발매에 한참 앞서, 타블로는 KBS2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딸 하루와 함께 출연하며 화제의 중심이 됐다. 태양의 '눈, 코, 입'을 따라 부르기도 했던 하루가 아빠가 만든 에픽하이의 음악에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 지 궁금해졌다. "슈퍼맨 초반에 하루를 카페에 데리고 갔는데 작업하는 노래들을 듣다가 '시끄러워!' 하던 장면이 있었어요. 그게 '헤픈 엔딩' 초안이었죠. 현재의 멜로디 부분이 나오다가 센 부분이 나오는데, 시끄럽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그것 때문에 노래를 편곡을 좀 다르게 했다고 해야 할까요. 사실 대부분의 노래들은 하루에게 들려줄 수가 없어요. 투컷도 마찬가지고요. 나중에 알아서 몰래 듣겠죠." (타블로) 투컷과 타블로가 가정을 꾸리고 아내, 아이와 같은 일상을 공유하는 데 비해 아직 싱글인 미쓰라는 소외감을 느끼진 않을까. 놀랍게도 이들은 "미쓰라 결혼하면 에픽하이 끝이다"라는 말로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했다. "언젠가 하기는 할건데 아직은 모르겠어요. 제가 결혼하고 애기 낳으면 팀이 해체될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죠." (미쓰라) "어릴 때 약속한 게 셋 다 결혼하지 말자였어요. 우린 음악과 결혼한 거다! 이랬었거든요. 서로한테 그게 먹히던 시절이었죠. 그걸 형들이 먼저 어겨서 할 말은 없어요.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라 셋 다 결혼하면 역시 에픽하이는 그만하는 걸로." (타블로) "그런데 과연 그런 이유만으로 (결혼을) 못했을까요? (웃음)" (미쓰라) |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사진=YG엔터테인먼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