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대중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변상문의 風流 여행기] 끝없는 채움의 길을 걸어가는 예술인 이지은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늦봄 날 오후 손 전화가 떨렸다.

“여보세요.”
“네 접니다. 오늘 저녁 영덕 대게 드시러 오세요. 판소리 선생님도 오십니다. 친구 분들 모시고 오시면 더 좋습니다.”

전화를 걸었다.
“야! 임마! 나야! 오늘 그곳으로 와. 그냥 얼굴 보면서 술 한 잔하자.”
“나 약속 있는데....”
“그냥 와 임 마. 술도 있고, 소리도 있고 문화 회식이야!”

그렇게 고등학교 친구 3명과 함께 허허로운 들판에 만들어진 예술 촌을 찾았다. 들어가는 입구가 고즈넉했다. 콘크리트 건물 사이로 새마을 길이 나 있었다. 봄 향기가 분분히 날렸다. 작고 아담한 흙길은 개발과 재래가 함께 공존했다. 70년대 새마을 운동 분위기 물씬 풍겼다.

격식 없는 저녁상이 나왔다. 찐 영덕 대게가 밥상 위에 수북하게 쌓였다. 소주 한잔 들이 키고 하얀 속살을 헤집어 입속으로 넣었다. 북소리가 들렸다. 중모리였다. 사철가가 들렸다. 흥부가 중 돈타령도 들렸다. 가야금 시나위가 울렸다. 춘향가 사랑가 대목이 불리어 졌다. 살풀이춤이 대숲 바람을 일으켰다. 묵내뢰(默內雷 겉은 조용하지만 속은 천둥번개가 침)였다. 봄 풍류는 그렇게 봄밤을 태웠다. 이 날 이후 몇 번에 걸친 줄 풍류, 글 풍류, 술 풍류가 있었다.

이지은. 경북 울진태생이다. 어려서부터 국악을 한 사람은 아니다. 결혼 후 남편의 권유로 가야금 병창 국악인이 되었다. 사주라는 것이 있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우주의 기운을 어떻게 받았는지를 해독하는 학문이다. 이 사주에 의하면 지지에 자오묘유(子午卯酉)가 두 개 이상 존재하면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것으로 분석한다. 자(子)는 겨울다운 겨울을, 오(午)는 여름다운 여름을, 묘(卯)는 봄다운 봄을, 유(酉)는 가을다운 가을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사계절 중 어느 계절이 되었든 정 가운데의 왕성한 기운을 가지고 태어나면 예능소질이 뛰어난 것이다. 이지은 명인의 사주를 세심하게 분석해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자오묘유가 발달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습을 보면 여지없는 천상의 예술인이기 때문이다.

예술적 완성도가 높으려면 삶의 그늘을 경험해야 가능하다. 일찍이 판소리 명창 강도근은 말했다. ‘60살이 되었을 때 판소리 사설 내용이 몸으로 다가왔다.’고. 산전수전 다 겪은 후라야 예술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혼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것이다. 이지은이 그랬다. 막내아들을 잃었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큰 고통이 찾아왔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쓸어다 넣어서라도 막내아들을 살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안됐다. 주변에서 ‘가야금에 미쳐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죽었다.’고 수군거리는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들면 들수록 가야금을 줄을 튕겼다. 모든 아픔을 가야금에 실어 날렸다.

그에게 ‘예술이 뭐냐?’고 질문했다.

“예술은 채움인 것 같습니다. 끝도 없는 욕심으로 가득 찬 것이 예술이 아닌가 싶습니다. 해도 해도 마음에 드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명인 명창들은 말합니다. ‘죽을 때가 되었을 때 이제 좀 알 것 같다.’고. 저는 이 말에 공감합니다.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도 마음에 드는 연주가 없습니다. 욕심만 자꾸 늘어납니다. 그래서 이를 다스리는 방편으로 다도(茶道)를 시작했습니다. 예술이 채움의 미학이라면 다도(茶道)는 비움의 미학입니다. 다도(茶道)를 하고부터 마음의 안정을 찾았습니다. 가야금이라는 예술에 다도(茶道)는 더하니 중심이 잡히는 것을 느낍니다.”

그는 서울 말씨로 많이 희석된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하고 있다. 경상도 사투리 특유의 말끝 단어에 끈을 매달아 돌팔매질 하듯 냅다 질문을 던졌다. “공연을 많이 하시고 있는데 공연과 관련하여 힘든 것이 뭡니까?”

“대중가요 공연은 출연료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나 국악 공연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아는 사람 부탁으로 얼굴보고 공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청자가 ‘공연료를 얼마 드려야 합니까?’ 라고 물어 오면 ‘알아서 주세요.’합니다. 10여 명이 가서 60분 공연을 해 줬을 때 초청자가 알아서 30만 원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웃음) 개인당 3만원 꼴로 나눠 갖는 겁니다. 난감하죠. 알아서 주라고 했더니 정말 알맹이 없이 주는 겁니다. 이럴 때가 좀 황당하고 우습기도 합니다.

매년 국악과를 졸업한 학사 국악인이 800여 명 배출됩니다. 이들의 취직자리는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지자체 축제 등 공연 수요는 늘었다고 하지만 국악 공연을 요청하는 경우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설령 있어도 출연료는 입에 올리기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대중가요 예술인들은 크게 예우해 주면서 우리 국악인들에게는 그렇게 해주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유감스럽습니다.(한 숨) 그래도 우리 것이 좋으니까 국악의 길을 걸어갑니다. 멀지 않은 장래에 국악이 나라의 품격에 맞는 대우를 받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국악인의 길을 걸어갑니다.”

그는 사단법인 같은 공식 단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주변에서 사업자 등록증이 있는 단체를 만들어야 돈도 벌 수 있고 제대로 된 공연도 할 수 있다며 법인 설립을 권유하지만 한사코 받아들이지 않는다. 예술인이 지나치게 상업적 태도를 가지면 예술마저도 변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그래서 알음알음 아는 인맥을 통해 공연을 따고 공연을 할 뿐이다. 그것이 오히려 돈도 되고 마음도 편하다는 입장이다.

이제야 어떻게 삶을 이끌고 가야 한다는 것을 아는 나이다. 삶은 끌고 간다고 끌고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준비된 자의 삶은 준비하지 않은 사람의 삶보다 내용이 있다. 그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 삶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제주도에 국악 공연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중국인들이 제주도 땅과 건물을 많이 샀다고 합니다. 이런 추세라면 제주도는 중국인 것이 됩니다. 땅과 건문 뿐 아니라, 문화마저도 중화주의로 바뀔 것입니다.

제주도가 중국화 되는 것을 막고, 우리 것을 세계에 알리는 국악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작은 극장 또는 천막 극장을 짓고 국악 중심의 전통예술을 무대에 올리고 싶습니다. 고대 국악문화로부터 근현대 국악문화에 이르기까지 우리 것을 통섭하여 무대에 올리고 싶습니다. 이러한 문화 사업이 활성화 돼야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이 올라갑니다. 아울러 국악인이 국악인으로서 제대로 대우도 받습니다. 그렇게 되는데 일조하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자 다짐입니다.”

시원한 이마, 깊고 검은 눈, 야무진 입술,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 짓는 여유 있는 태도, 매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마음. 그에게서 낙이불류(樂以不流즐겁되 문란하지 않는다)하고 애이불비(哀以不悲슬프되 비통하지 않다)하다는 국악의 참 모습을 볼 수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는 뒷모습에 가야금 소리가 맥놀이 돼 울렸다.

변상문 전통문화연구소장 (02-794-8838,  sm2909@hanmail.net)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단독] 위례선 트램, 법 공방에 개통 '제동'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서울시가 위례선 노면전차(트램)를 둘러싼 법령 해석 논란과 관련해 서울경찰청을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트램 전용로에 도로교통법 적용 여부를 두고 양 기관의 해석이 엇갈리면서 교통안전심의 절차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번 행정심판 결과에 따라 올해 12월로 예정된 위례선 트램 개통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시는 서울경찰청을 상대로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위례선 트램 전용로가 교통안전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서울경찰청의 결정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아직 양측에 심리기일이 통보되지 않은 상태다. 재결기간으로 지정된 7월 20일 전에 심리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램이란 도로 위에 레일을 깔고 달리는 전기 철도차량이다. 서울시가 조성 중인 위례선 트램은 마천역(5호선)을 출발해 복정역(수인분당선·8호선)과 남위례역(8호선)을 잇는 총연장 5.4㎞, 12개 정거장의 노면전차 노선이다. 2021년 착공에 돌입한 후 현재 공정률 96.1%다. 개통 목표는 올해 12월이다. 서울시는 트램 전용로 관련 횡단구간에 대한 신호기, 횡단보도 및 신호등 등 교통안전시설을 마련했다. '교통안전시설 등 설치·관리에 관한 규칙'에 따라 도로 교통사고 방지 및 교통소통 확보 목적으로 교통안전시설을 설치할 경우 각 관할 경찰청 교통안전시설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교통안전시설의 종류와 설치 기준 등은 도로교통법과 시행규칙을 따른다. 다만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은 위례선 트램이 도로교통법 내 어떤 조항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도로교통법 제2조7의2를 위례선 트램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당 조항은 트램 전용로를 '도로에서 궤도를 설치하고 안전표지 또는 인공구조물로 경계를 표시하여 설치한 도로 또는 차로'로 규정한다. 시는 법이 이미 트램 전용로를 도로의 한 형태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경찰청이 위례선 트램 전용로 전 구간에 대한 교통안전심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서울경찰청은 도로교통법 제2조1를 근거로 내세운다. 해당 조항에서 정의한 도로(도로법에 따른 도로, 유료도로법에 따른 유료도로, 농어촌도로 정비법에 따른 농어촌도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등이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곳으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에 위례선 트램 전용로가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례선 트램 전용로는 경찰청 교통안전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트램 전용로 관련 교통안전시설에 대한 교통안전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트램이 도로와 맞닿아 있는 만큼, 도로교통법과 철도안전법을 중복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로교통법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철도안전법만 충족하는 상태에서 교통안전시설을 설치·운영한다면, 향후 적법성을 두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서울경찰청은 트램이 철도시설이며, 철도안전법에 따른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시각이다. 철도안전법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 소관 사항이라는 것이다. 결국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판단이 중요할 전망이다. 위원회 재결에 불복하는 기관은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소송이 시작될 경우 위례선 트램의 개통 일정이 밀릴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 관계자는 "행정심판 결과에 따라 향후 대응을 내부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국토교통부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에 갈등 조정을 요청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트램은 52톤에 달하는 중량 철도차량으로 제동거리가 일반 차량에 비해 3배 이상 길고 궤도 운행으로 회피 기동이 불가능하다"며 "철도 지식이 없는 경찰이 심의할 경우 시민 안전을 담보할 수 없어 전문기관의 안전 심의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blue99@newspim.com 2026-07-01 10:51
사진
강훈식, 靑 뉴미디어풀단과 특별인터뷰 [서울=뉴스핌] 김미경 기자 =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1일 오후 3시 뉴스핌을 비롯한 청와대 뉴미디어풀단 9개 매체와 공동인터뷰를 한다. 청와대 춘추관 오픈스튜디오 개설을 기념해 마련한 '청와대 라이브' 특별인터뷰에 강 실장이 첫 게스트로 출연한다. 특별인터뷰는 뉴스핌 유튜브 채널 뉴스핌TV 등 뉴미디어풀단의 유튜브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서울=뉴스핌] 류기찬 기자 =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4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공관에서 열린 제8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04.22 ryuchan0925@newspim.com 뉴미디어풀단은 청와대가 변화하는 언론 환경에 발맞춰 청와대 출입과 취재 기회를 확대하고자 신설한 청와대 출입기자단이다.  현재 뉴스핌을 비롯해 고발뉴스, 굿모닝충청,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뉴스토마토, 삼프로TV, 시민언론 민들레, 시사인(IN), 장윤선의 취재편의점 9개 매체가 소속돼 있다.  뉴미디어풀단은 강 실장과 함께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성과와 향후 과제, 외교와 사회·문화, 경제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인터뷰와 진단을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직접 공개한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비롯해 중동전쟁 상황에서 급박하게 진행된 원유 수급 전략 뒷이야기와 저출산 극복 대책 등 국정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을 한다.  뉴스핌은 청와대 뉴미디어풀단으로서 유튜브 뉴스핌TV 채널에서 국정 현안과 정책 이슈에 대한 이슈파이터, 정국진단 라이브를 통해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방송을 하고 있다. 청와대 영상 콘텐츠도 1주 평균 30개 이상 제작 중이다. 이강혁 뉴스핌 편집국장은 "대통령의 국내외 일정부터 타운홀 미팅과 부처 업무보고, 청와대 정책과 현안 브리핑을 실시간 생중계와 쇼츠, 하이라이트의 다양한 편집본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뉴스핌은 현장 라이브와 오픈스튜디오 촬영, 24시간 방송이 가능한 전문성과 인력을 갖추고 있다"며 "간판 콘텐츠인 '이슈터미네이터' '긴급진단' 프로그램을 통해 담론을 형성하고 실질적인 정책·입법으로 이어지는 공익 언론의 뉴미디어 기능을 지속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the13ook@newspim.com 2026-07-01 08:52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