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부 인생의 가을, 중년은 아름다워라
- 중년예찬 2
청춘이 밝고 경쾌한 모차르트의 음악이라면 중년은 장엄하고 중후한 매력이 넘치는 베토벤의 음악이라 할 것이다. 모차르트는 그의 천재성이 음악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짧은 생애동안 무수히 많은 곡들을 별 어려움 없이 만들어 내었다. 그의 음악에는 모든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가 있다. 가볍고 경쾌하기 때문일 것이다. ‘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Eine Kleine Nachtmusik)’, ‘디베르티멘트(Divertimento)’, 그리고 40개에 달하는 그의 교향곡들이 그렇다. 반면 베토벤의 음악에는 깊이가 있으며 또 함부로 근접하기가 어려운 기품이 있다. 음악을 만들어 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엿보인다. 우주의 신비가 담겨있다는 ‘9번 교향곡, 합창’,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 그리고 ‘바이올린협주곡’이 그렇다.
청춘이 스포츠카를 타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맛에 끌릴 때 중년은 조용한 오솔길을 산책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빠른 속도감은 시원하고 상쾌하며, 가슴을 탁 트이게 해준다.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고 이 세상 모두가 내 것인 것만 같다. 그러나 앞서가는 차량이 거치적거린다는 느낌을 받게 되며, 또 지나쳐온 거리를 뒤돌아보기도 어렵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잘 배려하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반면 산책은 한가로움과 느림을 즐길 수가 있다. 여유가 있다. 앞서가거나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이 있더라도 전혀 방해를 받지 않고 걸어 갈 수 있다. 때로는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며 멈추어 서기도 한다. 그리고 오솔길에는 사색에 잠길 여유와 한적함이 있기에 더욱 좋다.
청춘이 검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는 망망대해라면 중년은 솔밭사이로 잔잔히 흐르는 강물이다. 바다는 힘이 있고 열정이 넘친다. 바다 속에는 무궁한 가능성과 잠재력이 담겨있다. 그러나 위험하고 무모하다. 강물은 물결은 가늘지만 끊임없이 흘러간다. 세월과 함께 흘러간다. 흐르는 강물 속에는 많은 사연이 담겨있다. 밝고 환희에 찬 사연이 있는가 하면 지우고 싶은 어둡고 슬픈 사연들도 있다. 어쩌면 어두운 사연들이 훨씬 많으리라. 그러나 이 사연들도 흐르는 강물과 함께 떠내려가거나 사라져버린다. 이제 새로운 나루터에서 또 다른 사연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중년들이 겪어온 삶의 방식이다.
청춘에게는 고향에 대한 아련한 기억이 없다. 그러나 중년은 고향을 잊지 못하고 고향을 그리면서 살아간다. 자기가 돌아가 쉴 곳이 있다는 것은 진정한 축복이다. 언제라도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줄 것 같은 고향은 어머니 품이요, 추억이며 동경이다. 청춘에게는 아직 곱씹을만한 추억거리도 없다. 추억을 가지고 살아갈 때 사람은 그만큼 더 풍성해진다. 그래서 젊은 시절 많은 추억거리를 만든 사람일수록 나이가 들어가면서 인생의 깊이도 더해간다.
청춘이 황홀한 꿀맛을 낸다면 중년은 은은하고 씁쓸한 맛을 낸다. 청춘이 맥주나 소다수 같이 톡 쏘는 맛이라면 중년은 은은한 포도주나 진한 커피 맛이라고나 할까. 맥주와 소다수는 단번에 갈증을 해소해 주는 시원함의 힘이 있다. 그러나 갈증이 해소되고 나면 계속해서 이를 마시기가 어렵다. 반면 포도주의 첫맛은 타닌(tannin) 성분의 떨떠름한 맛을 느낄 수가 있지만, 마실수록 점점 부드럽고 은은한 맛이 나기 시작해 사람을 매료시킨다. 여기에 화사한 과일향의 아로마(aroma)까지 스며나온다. 그래서 오랜 시간동안 맛과 향을 음미해가면서 마실 수가 있다.
커피 또한 그러하다. 씁쓸한 그 맛에서 인생의 깊이를 음미할 수가 있으며, 그윽한 향기 속에서 인생의 진한 향기를 맛 볼 수가 있다. 어쩌면 늦은 밤 음악을 들으며 여유 있게 마시는 한 잔의 진한 커피 속에서 제대로 된 중년의 멋과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청춘이 뉴욕이나 런던 같은 화려한 대도시라면 중년은 제네바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규모의 중소도시이다. 뉴욕이나 런던은 활기가 넘치고 세계의 초일류들이 총집합 되어있다. 세계최고의 빌딩이 운집해 있으며, 세계제일의 예술과 패션이 숨 쉬고 있다. 세계최고의 상품들이 세계최대의 백화점에 진열되어 있다. 각종 유명 음악회와 전시회가 수시로 개최되고 있다.
반면, 이면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도 도사리고 있다. 너무나 모든 것이 바삐 돌아가고 경쟁이 치열하다. 그래서 조금만 방심해도 경쟁에서 낙오되기 십상이고 실제로 낙오자들이 우글거린다. 한편 샌프란시스코나 제네바는 초일류는 아니지만 기품과 매력이 넘친다. 우수에 잠길만한 여유도 있다. 그리고 꽃의 도시이다. 도시 분위기는 평화롭고 정감이 넘친다.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것처럼 훈기가 넘친다.
이와 같이 중년은 아름답다. 그리고 인생의 멋을 한껏 발하는 시기이다. 물론 이러한 중년의 멋은 잘 가꿀 때에만 그 빛을 발한다. 젊은 시절을 어떻게 보내었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자기관리를 해나가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자칫하면 중년이 추해 질 수 있다. 나이 값을 제대로 못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이 아름다운 중년을 당신은 어떻게 보내고 계시나요...
*저자 이철환 프로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초빙위원
-현 단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재직)
*저서- 과천청사 불빛은 꺼지지 않는다, 한국경제의 선택, 14일간의 경제여행, 14일간의 (글로벌)금융여행 등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