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여당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압승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질타한 ‘금융권 보신주의’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담보 위주의 여신 관행이 지배적인 풍토에서 기업대출을 무조건 늘리라는 요구가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은행권은 받아들이고 있다.
국내에 정착하지도 않은 ‘관계형 금융’을 금융감독당국이 강화를 위해 ‘대출 실적’ 평가에 반영키로 하자, 부실여신 확대를 우려한 은행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 “담보 위주 대출이 보신주의 전형”
금융당국이 보는 금융권 보신주의는 담보 위주 대출 관행이다. 기술금융평가시스템 도입, 면책 범위 확대 등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관행을 바뀌기 위한 전략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에 금융비전을 준비하면서부터 금융기관 보신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다"면서 "기본적으로 은행은 예금을 받아서 자금을 운용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보수적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신용평가보다는 담보만 보고 안전 위주로 장사하는 경향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당국은 또 2금융권에 대해서는 신용평가 등 여신평가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창업 등 실물을 지원하는 금융권 쪽에서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21일부터는 기술정보 데이터베이스(TDB) 서비스를 개시해 기술신용평가시스템을 가동했고 이 시스템을 활용한 대출은 금리혜택과 대출자의 면제범위도 확대하는 등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 “관계형 금융 등 대출확대 정책, 로드맵 갖고 지도해야”
그러나 당국의 이런 노력이 한편에서는 업계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관계형 금융’ 확대를 추진하면서 부실 가능성이 높은 기업까지 대출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부분은 금감원이 배포한 관계형 금융 가이드라인에서 신용 9~11등급의 중소기업과 협약을 맺고 대출, 지분투자, 경영컨설팅 등에 나설 것을 주문한 점이다. 은행은 신용등급을 15등급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금감원 권고 등급은 사실상 대출이 불가능한 신용상태다. 대출 마지노선은 개인의 경우 7등급까지고 기업도 10등급 이하 대출은 거의 어렵다.
신용등급이 낮아도 기업의 영업상황이나 CEO(최고경영자)의 능력이 뛰어나면 은행 대출이 가능하다. 은행직원과 기업 사이에 오랜 거래관계를 통해 이 같은 정보를 알아야만 되는데, 이럴 때 필요한 게 관계형 금융이다.
당국은 관계형 금융의 결과물만 강요하지, 제대로 된 환경조성은 없다는 불만이다.
관계형 금융은 원래 저축은행 영업직원이 거점 시장 상인에게 일수대출로 얻은 고객정보를 바탕으로 얻은 정보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는 영업 방식이다. 시중은행은 주로 담보와 시스템에 의한 대출에 의존해 관계형 금융이 정착하지 못했다.
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출담당자의 면책제도가 정착되지 않아 부실 발생 시 대출자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프로세스의 표준화, 시스템화로 경비절감을 추구한 시중은행 입장에서 비용 문제 등으로 관계형 금융을 적용하기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