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제일제당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사료 등의 원료로 쓰이는 라이신은 지난해 폭락 이후로 CJ제일제당 수익성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사업이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영업이익은 3466억원으로 전년 대비 30.8% 감소했고 그 중심에는 바로 라이신 가격 폭락이 있었다.
CJ제일제당이 이런 수익악화를 예상하면서도 가격을 폭락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성공스토리와 연결지어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CJ그룹과 친인척 관계에 놓인 삼성전자가 ‘반도체 치킨게임’의 대명사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4일 식품 업계 등에 따르면 라이신 가격은 최근 간신히 반등을 시작했다.
2012년 톤 당 1800~1900달러 수준이었던 라이신 가격은 올해 1분기 평균 1240달러까지 하락했지만 지난 4월을 기점으로 상승해 현재 일부 지역에서는 톤당 1360달러에 거래되는 중이다. 아직 2012년 수준에 도달하기까지는 멀었지만 긍정적인 신호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주목할 점은 CJ제일제당의 행보다. CJ제일제당은 지금까지 라이신 가격 폭등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을 늘려왔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라이산 판매가격 가격은 전년 대비 25% 이상 내려갔지만 판매량은 27.5%나 올라갔다.
심지어 지난달에는 미국 아이오와주에 10만톤급 라이신 공장을 준공하기까지 했다. 공급 과잉으로 인해 가격 하락을 면치 못하는 시기에 3억달러를 투자해 대규모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미 글로벌 2위 GBT 등 중국 라이신 업체들은 지난해 가격 폭락으로 인해 큰 손실을 입고 감산이나 사실상 공장 폐쇄가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증산이나 증설은 생각하기도 힘든 일이다.
현 시점에서 글로벌 주요 라이신 생산 기업 중 공격적으로 생산을 늘리는 것은 CJ제일제당이 유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미국 본토에 CJ제일제당의 공장이 없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직접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경쟁이 본격화 될 것”이라며 “미국 라이신 업체들도 이제부터 본격적인 치킨 레이스에 합류하게 됐다”고 내다봤다.
실제 CJ제일제당의 미국시장 진출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까지 중국 라이신 업체 GBT와 글로벌 시장 1위 경쟁을 벌이던 CJ제일제당은 미국 공장 준공과 함께 세계시장 점유율 29%를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1위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GBT의 점유율은 약 23%, 그 뒤로 일본의 아지노모토가 21%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중이다.
때문에 CJ제일제당의 이같은 공격적인 투자와 생산량 증설을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과 겹쳐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의 성공 신화는 수많은 ‘치킨 레이스’의 승자가 됐다는 의미와도 상통한다.
삼성전자는 1990년대 반도체 사업이 세계 1~2위 수준으로 급부상하자 생산 효율화와 생산시설 투자를 통해 규모를 확대했다. 그 이후 시작된 것이 바로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폭락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글로벌 시장의 반도체 기업은 10개가 훌쩍 넘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의도적으로 반도체 시장의 공급 과잉상태를 만들며 가격을 절묘하게 통제했다”며 “삼성전자도 수익이 줄었지만 삼성전자보다 생산량이 적고 수율이 낮은 경쟁사는 가격 폭락에 엄청난 손해를 봤고 결국 감산을 통해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주로 반도체 가격이 폭락하고 ‘감산’ 분위기가 확대 될 때 오히려 투자를 늘리고 물량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경쟁사를 압박했다. 심지어 R&D와 시설에 경쟁사를 상회하는 막대한 투자를 집행하면서 사실상 글로벌 시장의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잡게 됐다.
지난 2012년 삼성전자에 도전장을 내밀고 치킨레이스를 펼쳤던 세계 3위 반도체 회사 엘피다의 부도는 단적인 사례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활약중인 업체는 4개 가량에 불과하다.
결국 CJ제일제당이 가격 폭락을 통한 ‘치킨 레이스’를 주도하는 것도 글로벌 패권을 분명히 하고자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경우 미국 기업들은 정부에 수입 라이신에 대한 반덤핑관세를 관세를 요구할 수 있지만 미국 현지에 공장이 있는 경우에는 이같은 조치가 불가능하다”며 “CJ제일제당이 인건비가 비싸고 지대가 높은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