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서울시 중구 을지로 1가 101-1번지. 동쪽으로 흐르는 청계천의 우측에 위치한 이곳은 하나은행의 본점 자리로,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돈’이 몰리는 곳으로 여겼다고 한다. 풍수지리에서 물 흐르는 곳에 돈이 모인다고 보기 때문에 은행 본점이 터를 잡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금융이 크게 흥할 자리로 여겨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 오래된 사옥을 허물고 바로 그 자리에 2.4배나 큰 사옥을 짓는 이유도 이 같은 뜻이 반영된 결과다.

끈질기게 서울시를 설득해 기부채납 조건으로 신사옥 건립 허가를 받아냈다. 넓은 주차장 자리까지 포함해 3846㎡ 규모 부지에 용적률 850% 이하, 건폐율 50% 이하가 적용된 지하7~지상22층 규모의 업무용 빌딩을 지을 수 있게 됐다.
삼성 측에서도 이 터를 욕심낸 적이 있다. 하나은행 본점 바로 옆에 자리잡은 삼성화재가 매입하겠다고 제의했지만, 김 전 회장이 거부했다고 한다. 삼성화재가 샀다면 을지로 1가 사거리 주변 3000평에 가까운 터를 삼성화재 타운으로 만들 수 있다.
우리은행 본점이 위치한 서울시 중구 회현동 1가 203번지, 이곳은 남산골 4대 명당으로 알려졌다. 본점 건물 남쪽 모퉁이에 가면 수령 500년 된 은행나무가 있는데 한경지략(漢京識略)을 보면 신인(神人)이 이 나무에 정승만이 찰 수 있는 서대(犀帶)를 열두개나 걸었다고 한다. 은행나무 터에서 열두명의 정승이 난다고 예언한 것이다.

회현동은 남대문시장 일대로 원래는 ‘회동’이었다. 지명이 바뀐 이유로 이 마을에 덕이 있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특히 회동에 있는 동래 정씨 집안에 무수한 인재가 모여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이 자리에는 벨기에 영사관, 일본군 헌병대가 위치했었고 해방 후에는 대한민국 해군 헌병대가 있었다.
우리은행은 명당에 위치했었지만 주인이 없었기 때문에 흥할 기운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 우리은행 인수자가 그 기운을 받아 번성할 기대가 있다.
KB금융도 풍수 때문에 통합사옥을 구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KB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의 본사 근무 인력이 일할 사옥이 없어 여의도, 명동 등 3곳에서 나눠있어 통합 사옥은 건립은 수년간 최대 과제였다.
한때 광화문에서 가장 큰 규모였던 서울파이낸스 센터를 물색했지만, 충분한 규모가 아니어서 포기한 적도 있다.
최근 GS건설이 시공한 한 대형 사무용 건물이, KB금융의 통합 사옥 규모로 적합했다. 총 24층짜리 건물로 사무실 면적은 총 7만3582㎡(약 2만2258평)로 축구장 면적(7140㎡)의 약 10배다. 양사가 협상을 벌였지만, KB금융 경영진이 풍수를 이유로 포기했다는 뒷이야기가 전해진다.
이곳과 가까운 곳에 조선 시대 중죄인을 신문하는 의금부가 있어, 풍수에서는 흉한 기운이 센 곳으로 좋지 못하다는 것이다.
현재 의금부 터에는 SC제일은행 본점이 자리 잡고 있다.

무엇보다 이 자리는 원래 조선 후기 화폐를 발행하던 전환국이 있었다. 돈을 찍어내는 자리에 은행 본점을 두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실제로 2004년 조흥은행을 인수했을 때 광교 본점으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전환국 자리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경영진의 뜻이 모여 현재의 위치를 지키게 됐다.
특이한 점은 신한은행 본점 건물은 90%만 신한 명의다. 본점 9, 10층을 법무법인 충정이 소유하고 있는데, “절대로 못 판다”고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래 은행들은 한국은행과 은행감독국(금융감독원 전신)이 가까운 곳에 위치하려다 보니 본점이 을지로 주변에 몰려있게 된 것이고, 그 자리에서 좋은 터를 물색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