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 올 초만 해도 대형 증권사 정규직이었던 37세 K모씨는 최근 전문심리상당사의 치료를 일주일에 한 번씩 받는다. 지난 2월 한화투자증권에서 희망퇴직하며 얻은 마음의 병 때문이다. 입사 10년이 넘어 1년치 월급을 명퇴 위로금으로 받은 K씨는 “나름 주식에 열정을 갖고 일했지만 30대 나이에 반강제로 쫓겨나니 내 자신이 무능력한 것 같아 잠을 못 이룬다”고 말했다. 이 회사 명퇴자는 올해만 300명이 넘는다.
# 10위권 증권사 자산운용본부장으로 승승장구하는 50세 B모 전무는 남몰래 정신과치료를 받고 있다. 회사를 떠나는 후배, 동료를 보는 일이 남일 같지 않아 자신도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그는 “계약직이 업황 부진으로 나가라고 하면 버틸 자신이 없고, 나간다고 해도 전직은 어려운데 그렇다고 자산운용사나 개인투자자로 나서는 것은 10명중 1~2명만 돈 버는 일이라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18일 금투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증권업종 통일단체협약에서 사용자측은 심리상담프로그램을 도입키로 노조와 합의했다. SK, 한국투자, 하이투자, 하나대투, 신한금융투자, 교보증권 등 몇몇 증권사 사장이 나서 직접 서명했다.
회사가 나서 직원들이 정신적 스트레스로 건강을 해치는 것을 막고 치료하는 의무를 맡겠다는 의미이다. 이를 위해 외부 치료 전문기관을 선정키로 하고 직원의 상담 여부 비밀을 보장키로 했다.
심리상담프로그램이 노사 단체협약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몇몇 대형 금융투자회사가 자체적으로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전부였다. 그 목적도 상품 및 주식을 고객에게 권유했다가 손실 발생 시 직원이 받는 스트레스를 치료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심리상담은 ‘관리사원’이라고 불리는 전문 상담사가 진행하고 있는데 원래는 고객과의 영업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구조조정 바람이 불면서 쫓겨난 자, 살아남은 자 모두 우울증에 시달리자 사측이 나선 것이다. 최근에는 삼성증권이 근속 3년차 이상부터 희망퇴직을 받기로 하는 것에 드러나듯 명퇴 대상 연령이 30대까지 낮춰지면서 직원들은 불안감에 더 시달리고 있다. 명퇴하는 30대를 두고 쫓겨나기엔 너무 젊고 재입사하기엔 너무 늙었다라는 말도 나온다.
한 증권사 직원은 “명퇴과정에서 영업부진자는 차라리 나가는 게 회사와 남은 직원을 위해서라도 좋다라는 말도 하지만 서로를 할퀴는 일이라 상처가 남는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