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대중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뼈 아픈 노래 2 - 그녀의 손과 내 손은 멀었다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여유가 있어졌구나. 조금 후에 헤어지면, 평생 다시 못 볼지도 모르는데. 그녀는 실로 기뻐하였다.
자기 안에 샘솟는 것을, 그녀는 늘 억제했었다. 조용한 몸짓과 다소곳한 미소로. 나는 그것이 안타까웠었다. 얼마나 많이 내 샘솟는 기쁨은, 그 앞에서 저절로 수그러들었는가. 그러면서도 그녀의 순수와 사랑을 내가 보았으므로, 그녀가 확인해주지 않는 마음을 나 혼자 느끼고, 맛보려 하고, 그 깊이와 색깔과 농도를 재려고, 내 가슴에 그녀가 진정으로 투여하는 사랑의 묘약이 얼마큼인가를 가늠하느라고, 청춘을 몽땅 탕진했던 시절.

그때보단 좀더 친절하고 여유 있게 자기를 보이는구나.
이조백자처럼 고아하게 빛나는 순수의 사랑을 탐해본 사람이면 알리라. 그 빛깔이 고와 만지려 해도, 그 신비가 깊어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깊이. 손끝이 닿을까 말까 하는 촉감, 맛도 향기도 느낄 수 없는 오지 촉감 하나로, 저 깊은 신비와 사랑의 농도를 다 파악하여 가슴이 터질듯하다가도, 아무 것도 알지 못한채 슬그머니 손을 빼야 했던, 언제나 깊은 경이 속에 숨어있던 그녀, 그녀의 사랑....안타까움은 자꾸 커져, 조금만 독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안타까움에 깔려 매몰되어 죽었으리라.

강의를 끝내고 그녀는 나왔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또 기다렸다. 그녀가 나올 건물 입구를 주시하며. 강의에 들어가기 전 또 기다리겠다고 하자, 그녀는 “너 무서운 애구나” 했다. 그러면서도 싫어하지는 않았다. 그 말이 나는 좋았다. 이 애는 항상 짤막한 말 한마디로 내 가슴의 뇌관을 치면서, 날 상쾌하게 자극하곤 했다. 이 애의 말투를 좋아하는 건 지상에 나 하나뿐인지도 모른다.

대학 1학년 때의 맑은 봄날. 우리는 월미도에 놀러 갔었다. 찰랑찰랑한 물결 표면에 햇살이 떨어지는 모양을 즐기며 바다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다소곳한 어깨에 팔을 올렸다. 그 순간 그녀는 몸을 빼며, “난 이런 것 질색이야” 했다. 함부로 내비치지 않는 독특한 빛을 안에 간직한 여자. 그 한마디가 화살로 꽂혀, 대학 4년 내내 난 그녀의 손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동물이 자는 겨울잠을 나는 숱하게 잤다. 79년과 80년대 초반 춥고 어둡던 시절. 갓 들어간 기숙사와 하숙집, 수업을 빼먹으면서 보들레르나 김승옥을 읽던 지취방, 도서관 옆 잔디밭에 누워. 너무 일찍 화살에 찔린 나는, 다른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난 직관적으로 분노했고, 논리 보다는 홧김에 데모했다.

그녀의 손과 내 손은 늘 멀었다. 닿을까 말까 한 그 가까운 거리가 긴장된 나머지 멀리 느껴져, 어색함을 느낄 때가 꽤 많았다. 어색함으로 내 손은 부자연스러웠고, 그 부자연스러움은 몸 전체로 퍼지기도 하고, 언어로 퍼지기도 했다. 혀가 굳어 말이 잘 안나올 때도 있었고, 어떤 땐 혀가 과잉으로 풀려 몽상의 풀밭 위를 돈키호테처럼 달리기도 했다. 현실성 없는 내 사랑 고백을 그녀는 초롱초롱 다 들어주었다.

그녀의 맑고 산뜻한 눈을 바라보며 나는 할 말을 잃었고, 그저 독특한 그녀의 향기를 맡으며,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나비 같을 때가 많았다. 날개가 아프더라도, 향기에 취해 비틀거리는 현기증이 더 좋아, 공중의 봄 동산을 계속 날아다녔다. 가끔은 그녀도, 나비가 된 듯했다. 두 마리 나비는 꼭 붙어있질 못했고, 얼음 위에 도는 두개의 팽이처럼 닿았다간 멀어지곤 하면서, 서로의 존재를 묻는, 우주적 설레임 속에 있었다.  

난 늘 설레였다. 그녀를 만난 적보다 기다린 시간이 훨씬 많았다. 종로서적 앞에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예전다방에서. 그녀가 초대해준 무화수제과 옆 일일찻집에서. 최루탄 가스 속에서. 교실 유리창마저 부수고 들어와 터지는 독한 사과탄 내음, 뿔뿔이 흩어지는 분노의 발자국들, 빛나는 스크럼 속에서. 휴교를 당해 내려온 청주 교동집에서 어색하게 앞에 놓은 소주병 앞에서...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달러값 떨어지자 '사자' 몰렸다 [서울=뉴스핌] 박가연 기자 = 달러/원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달러화 선취매가 늘어난 영향으로 지난달 거주자외화예금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달러화예금도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26년 7월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 잔액은 1283억4000만달러로 전월 말보다 150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잔액 기준 역대 최대치로 지난해 12월 기록한 종전 최고치인 1194억3000만달러를 7개월 만에 넘어섰다. 월간 증가폭도 지난해 12월 158억8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컸다. [자료=한국은행] 거주자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 등이 국내 은행에 예치한 외화예금을 말한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달러화예금은 1089억2000만달러로 전월보다 111억2000만달러 증가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달러화예금 잔액이 1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전체 거주자외화예금의 84.9%를 차지했다. 달러/원 환율이 지난 6월 말 1549.4원에서 7월 말 1424.0원으로 한 달 새 125.4원 떨어지면서 달러화 선취매가 늘어난 영향이다. 대기업의 경상대금 수취와 증권사의 외화채권 발행자금, 고객예탁금 유입도 달러화예금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유로화와 엔화예금도 증가했다. 유로화예금은 일부 기업의 경상대금 수취 등으로 전월보다 22억2000만달러 늘어난 80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엔화예금은 일부 기업의 배당금 지급 목적 예치와 증권사의 외화채권 발행자금 유입 등으로 15억달러 증가한 86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위안화예금은 전월보다 2000만달러 증가한 12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영국 파운드화와 호주 달러화 등이 포함된 기타통화 예금은 14억6000만달러로 전월보다 1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예금 주체별로는 기업예금과 개인예금이 모두 늘었다. 기업예금 잔액은 전월보다 135억7000만달러 증가한 1125억6000만달러로 전체 외화예금의 87.7%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기업의 달러화예금은 전월보다 101억1000만달러 늘어난 956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개인예금은 157억7000만달러로 한 달 새 14억4000만달러 증가했다. 개인이 보유한 달러화예금도 10억1000만달러 늘어난 132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은행별로는 국내은행의 외화예금 잔액이 1023억9000만달러로 전월보다 96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외국은행 국내지점은 259억5000만달러로 54억달러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eoyn2@newspim.com 2026-08-28 12:00
사진
'헌법재판관 미임명' 한덕수 5년 구형 [서울=뉴스핌] 백승은 기자 = 내란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저지할 목적으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28일 직무유기 등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와 정진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이원모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결심 공판을 열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사진=뉴스핌 DB]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던 지난 2024년 12월 대통령 권한대행을 역임하며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마은혁·정계선·조한창)을 의도적으로 임명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마은혁 재판관이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채택되자 그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원인 점, 판사 임관 전 운동권 조직과 진보 정당에서 활동했던 점 등이 대두되며 보수 진영의 비판이 이어졌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이런 상황을 참작해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 결정을 저지하려는 목적으로 마 재판관의 임명을 104일간 미루고, 마용주 대법관 임명도 3개월 넘게 미뤘다고 본다. 또 지난해 4월 적법한 인사 검증을 거치지 않고 윤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함상훈·이완규 후보자를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했다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도 있다.  특검 측은 최종 구형을 통해 "피고인들은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아 헌법재판소의 정상적인 구성을 방해하고 국회 동의까지 모두 마친 대법관마저 임명하지 않아 사법부의 정상적인 구성까지 지연시켰다"며 "그 결과는 국정과 헌법기관의 마비였다"고 밝혔다. 이어 "공무원이 행사하는 권한은 본래 공무원 자신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피고인들은 권한을 위임한 국민을 배신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들의 행위로) 국민이 국가기관의 공식적인 절차를 믿을 수 있다는 신뢰, 그리고 최고위 공직자가 국민 앞에서 하는 말을 믿을 수 있다는 최소한의 신뢰까지 훼손됐다"고 짚었다. 특검 측은 "불의한 권력 앞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보다 헌법과 양심을 지키는 것이 공직자의 의무라는 것을, 국민이 맡긴 권한을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사용했을 때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이 판결을 통해 분명하게 남겨 주시기 바란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특검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정 전 비서실장과 김 전 민정수석은 모두 징역 4년을, 이 전 비서관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100wins@newspim.com 2026-08-28 13:52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