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 회장 형제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오는 27일 오전 10시에 내린다. 지난 2011년 4월 23일 '최 회장의 선물투자 수천억 손실'이 언론에 공개된 뒤 2년 10개여월만이다. 검찰의 첫 기소된 2012년 1월 5일부터 따져도 2년 1개월만에 사법부의 최종 판결을 받는 것이다. 그만큼 최 회장 형제나 SK그룹 입장에서는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련의 기간이다.
◆ 최회장 형제, 파기환송 나올까
상고심 판결을 이틀 앞둔 현시점 대법원 1부는 최 회장 형제의 판결문 작성을 마무리한 것으로 판단된다. 통상적으로 대법원의 경우 재판연구관의 조사와 연구활동을 중심으로 작성된 보고내용을 기반으로 판결에 필요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이후 소부에 참여한 대법관들의 법리검토를 통해 최종 판결문을 작성하게 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지금쯤이면 사건을 맡고 있는 대법원에서 최 회장 형제의 판결문이 작성된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본적으로 재판연구관들이 쟁점과 법리검토를 정리한 내용을 올리면 대법관들이 보완 또는 수정 과정을 걸쳐 판결문 작성에 참고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법원 소부의 경우 주심대법관 성향이 판결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만 소부의 다른 대법관들과 의견이 달라 결론을 내리지 못하게 되면 대법원장과 대법관등 13명이 함께 검토하는 '전원합의체'로 넘어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주심대법관인 양창수 대법관 외에도 박병대 고영한 김창석등 다른 대법관의 판결 성향도 이번 최 회장 형제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첫 학계 출신 민법학 최고 권위자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는 양 대법관의 성향은 중도보수로 분류되고 있다. 다만 실제 판결에서는 성향을 잘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20년 넘게 학계에 몸담으면서 이념 색채가 두드러지지 않는 민법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성향보다는 양 대법관의 꼼꼼한 성격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같은 소부에 소속된 고영한 대법관은 친기업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해 9월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당시 고 대법관은 판결에서 위장계열사 등에 수천억 원을 부당지원하고 세금을 포탈한 점은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임금지급 관련 업무상 횡령과 일부 배임은 무죄로 판단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로 재임하던 2009년 3월 고 대법관은 태안 기름 유출 사고 재판에서 삼성중공업의 배상책임을 56억원으로 묶은 '책임 제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대법원 1부에 배치된 김창석 대법관 역시 친기업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다. 삼성SDS 배임사건이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등의 판결에 기업측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보수 성향의 박병대 대법관은 사법부 내 요직을 두루 거치는 등 법리와 재판 실무에도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박 대법관은 판사시절에 후배에게 일을 많이 시키는 깐깐한 선배판사로 잘알려졌다. 이 때문에 박 대법관이 심리미진등을 이유로 최 회장 형제 사건을 고법으로 다시 돌려보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법관 성향이 일정부분 판결에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만 전체 흐름을 좌우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의 경우 이념적이나 정치적인 성향 보다는 사건자체의 법리를 우선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핵심증인인 김원홍 씨를 배제한 상황에서 이뤄진 판결이 적절했는지가 중요한 잣대가 될 듯 하다"고 설명했다.
◆ 대법원, '심리미진' 쟁점될 듯
SK그룹이 현재 처한 상황에서 바라는 대법원 판결은 심리미진을 이유로 한 파기환송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SK텔레콤등 SK계열사에서 베넥스에 출자한 자금 가운데 선지급금 명목으로 465억원을 빼돌린 주체를 밝히는 일이다.
최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으며 항소심에서도 같은 형량을 선고받았다. 동생인 최 부회장은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항소심에서는 횡령 등을 공모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6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SK그룹 한 고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그룹 전체가 엄숙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며 "매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며 담담해 했다. 다만 대법원 판결등 재판과 관련한 입장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SK그룹 입장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파기환송이 이뤄져 희망의 불씨를 살렸으면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번 횡령 사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은 항소심 선고를 불과 하루 앞두고 국내에 전격 송환됐다. 그렇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김 전 고문을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고 지난해 9월 27일 최 회장과 최 부회장에 대한 선고를 예정대로 진행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김원홍이 녹취록에서 나타난 주장과 의견보다 더 한 증언이 나오리라 볼 수 없어 증인으로 채택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이러한 부분에서 쟁점이 예상된다. 법조계에서는 사실관계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사건이 대법원에 이르게 되면 심리 미진을 이유로 파기환송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SK그룹도 이러한 입장을 담은 상고이유 보충서를 대법원에 수차례 제출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피고인으로 지목된 김 전 고문은 지난달 1심 판결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 받았다. 김 전 고문의 1심 판결이 최 회장 형제의 대법원 선고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김 전 고문이 1심 재판과정 내내 최 회장 형제의 무죄를 주장한 내용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고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항소심 재판부에서 "자신은 최 회장 형제와 김 전 고문 사이의 거래에서 심부름꾼 역할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의 진술과는 배치되는 대목이다.
[뉴스핌 Newspim] 양창균 기자 (yangc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