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수익성 침체를 겪어오고 있는 독일은행들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주된 이유는 독일 국민들의 유난스러운 저축 선호현상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30대 남성 "월급여의 25% 저축"
독일 수도 베를린에 거주하는 30세의 과학자인 한 독일인 남성 A씨는 월급여의 25%를 저축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쓰고 남는 돈을 저축하는 식이다. 은행에 저축을 한다고 해서 이자도 그다지 받지 못한다.
하지만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려면 그만큼 시간을 투입해야 하고 계속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 때문에 그냥 저축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진 독일인들이 많다는 점이다. 또한 그의 친구나 가족들도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해 말 그대로 돈을 쌓아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지난해 6월 독일 은행들이 보유한 저축성 예금 총액은 사상 최고치인 3조3900억유로(약 )를 기록했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해 말 3조3000억유로 규모로 약 1000억 유로 정도 감소하긴 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 은행들 "저축은 쌓이고…처리 곤란"
독일인들은 지난 2009년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자금을 대부분 안전한 자국내 은행들에 저축해두고 있다.
반면 저축을 맡아둔 은행들은 만족할만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자금용처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높지 않고 대출수요도 잠잠하기 때문이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에 따르면 독일내 은행들의 최근 마진수익률은 1%도 채 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1990년대 중반 2%대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크게 낮아졌다.
사비네 라우텐슈라제 독일 분데스방크 부총재는 "은행들의 가장 중요햔 수입원인 이자수익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요구불예금 인기…보관비용 증가
독일인들은 또한 재정위기 상황이 재발할 것을 염려해 언제든 돈을 꺼내쓸 수 있는 요구불 예금 계좌에 넣어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시장분석업체인 바르코우컨설팅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재 독일 은행들의 요구불 예금 잔액은 9358억유로를 기록, 5년전의 5101억유로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그런데 요구불예금의 경우 은행들의 비용 부담도 적지 않다.
초저금리 상태가 지속되면서 요구불예금에 지급되는 이자비용이 은행들이 시중에서 자금을 끌어올 때 지급하는 비용보다 높기 때문이다.
◆ 연금제도 충실…위험투자 필요없어
전문가들에 따르면 독일인들의 높은 저축 성향은 과거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에도 유지돼 왔으나 최근의 유로존 재정 위기 결과 더욱 증폭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OECD가 집계한 지난해 독일의 저축률은 전체 가처분소득의 9.9% 수준으로 이는 유럽 지역평균 7.9%보다 훨씬 높다. 이는 미국의 저축률 4.5%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독일인들은 또한 주식투자와 같은 위험 투자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독일 전체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940만명만이 주식이나 펀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돼 있다.
안드레아스 학케탈 괴테대학교 교수는 독일의 높은 공적연금 및 은퇴연금 시스템 수준 등으로 인해 독일인들이 굳이 주식투자와 같은 노력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최근 20여년간의 불안정한 주식시장 장세 상황으로 인해 많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경험했거나 앞으로도 손실을 볼까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 은행들 "저금리 지속…순이자마진 하락 고심"
은행들은 예전에는 자금 활용을 위해 독일국채인 분트채를 사고팔아 수익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의 기록적인 저금리 시장 상황에서 충분한 수익을 거두기는 쉽지 않은 모습이다.
이 때문에 대출을 통한 이자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대출수요는 높지 않고 반면 저축은 계속 쌓이고 있어서 난감한 모습이다.
볼프강 쿤 수드베스트방크 대표는 "대출 수요보다 저축 예금 유입이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현상의 원인 가운데는 현재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도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낮은 금리 상태가 독일 은행들의 발목을 묶고 있는 셈이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