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대중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변상문의 風流 여행기] 청학동 도인

기사입력 : 2013년11월04일 09:00

최종수정 : 2013년11월11일 07:54

 

도인촌에 들어서니 애저녁이었다. 태극기가 휘날리는 초가집 마을은 조용했다. 사람도 인기척도 없는 마을엔 강아지만이 컹컹 짖어댔다. 지리산 삼신봉 동쪽 기슭에 자리 잡은 이 마을의 행정구역은 경남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다.

1990년대 까지는 100여 명이 살았지만 지금은 4가구만 살고 있다. 도인촌에 거주하는 도인들의 종교는 일심교(一心敎)다. 정식명칭은 '시운기화유불선동서학합일대도대명다경대길유도갱정교화일심(時運氣和儒彿仙東西學合一大道大明多慶大吉儒道更定敎化一心)'이다.

댕기머리를 한 미소년이 어느 초가집에서 나왔다. 나는 그 집 마당으로 들어섰다. 집안에서 사람기척이 났다. “계세요? 계세요?” 소리쳤다. 60쯤 돼 보이는 점잖은 원광 서형탁 도인이 방문을 열고 나왔다. “저 방에 들어가 계세요. 저녁 밥 먹고 갈 테니.” 친절한 말씨에 웃음을 함박 띤 모습이었다.

도인이 안내해 준 방안에 들어서니 알 수 없는 한문으로 된 책들이 꽉 차 있었다. 외할머니 없는 외갓집에 온 것처럼 썰렁한 마음으로 한 참을 기다리니 그 도인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서로 명함을 건네며 인사했다. 도인도 명함을 파고 있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도인이 따라준 차를 마시며 도인세계에 대해 이야기가 오갔다.

도의 세계에 대해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도인의 말을 듣는 입장이었다. 도인은 차분하고 조용조용하게 자신의 살아 온 삶의 과정과 도의 세계에 대해 설명해 나갔다.

“저는 15살에 도인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한 때는 이 세계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면서 함께 수학하던 도반들이 도인의 길을 포기할 때 저 역시 흔들렸습니다. 하지만 한 우물을 파면 결과가 나온다는 신념으로 지금까지 도의 세계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후회하지 않는 삶입니다.”

“도의 세계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아침에 피었다 시들은 버섯이나 꽃은 초하루 그믐을 알지 못하고, 여름 한 철 살다가는 매미는 봄가을을 모르듯이 많은 지식과 정보의 홍수 속에 매몰되어 무엇이 옳고 그르며, 어느 것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명확히 알지 못한 가운데 정확한 지식과 확실한 정보 부재 속에서 우리는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천기란 하늘의 비밀 즉, 우주 자연계의 시간을 말합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기는 주야 24시간 중 밤이 아닌 낮 시간에 진입하였습니다. 밤은 가고 낮이 왔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신속히 밤잠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야행성의 심리와 사고에서 빠르게 벗어나야 합니다. 벗어나지 않고 과거의 타성에 젖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살생, 폭력, 기만, 증오, 비리 등 소인배의 어두운 심리가 판을 치는 암흑의 시대가 가고, 상생, 자비, 진실, 양보, 겸손 등 대인군자의 투명한 심성을 가진 지혜로운 사람이 활보하는 광명의 새 시대가 왔기 때문입니다.

이 밤과 낮이 교차하는 시기를 정확히 밝히면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83년 12월 1일 23시, 단기 4316년 10월 28일 자시부터입니다. 이 날로써 어두운 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광명의 새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지금 우리 지구촌은 주야가 바뀐 시기에 살고 있기에 일대 변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의식개혁이요 정신혁명입니다.”

알쏭달쏭한 도인의 말을 뒤로 한 채 도인촌을 빠져 나왔다. ‘밤의 시대는 가고, 낮의 시대가 왔다? 범죄 없는 세상이 곧 될 것이다? 그럴까?’하는 의문이 화두처럼 머리 위에서 맴돌았다. 애저녁은 이미 깊은 밤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지리산의 어둠이 숯가루를 뿌린 듯 까맣게 내려앉고 있었다.

변상문 전통문화연구소장 (02-794-8838,  sm2909@hanmail.net)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단독] 李정부 국정 5개년 책자 나왔다 [서울=뉴스핌] 윤채영 지혜진 기자 =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담긴 책자가 발간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이날 뉴스핌이 확보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책자에는 123대 국정과제에 대한 주요 내용과 구체적인 입법 방향 등이 담겼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8.13 photo@newspim.com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13일 1호 과제로 발표한 개헌에는 대통령 권력 구조 개편도 포함됐다. ▲4년 연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 ▲감사원 국회소속 이관 ▲대통령 거부권 제한 ▲비상명령 및 계엄 선포 시 국회 통제권 강화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도입 ▲중립성 요구 기관장 임명 시 국회 동의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명시했다. 또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 등 헌법 전문 수록과 검찰 영장 청구권 독점 폐지, 안전권 등 기본권 강화 및 확대,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을 위한 논의기구 신설, 행정수도 명문화 등이 개헌 과제로 포함됐다.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도 추진된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재외국민 투표 관련 규정을 개정해 국민투표법 위헌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개헌 찬반 투표는 2026년 지방선거나 2028년 국회의원 선거 때 실시하겠다고 명시했다. [서울=뉴스핌] 뉴스핌이 확보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책자. 2025.8.20 ycy1486@newspim.com 이번 책자에는 국정기획위가 지난 13일 대국민보고대회에서 공개한 123대 국정과제보다 훨씬 세부적인 내용이 담겼다. 당초 국정위는 이날 국정운영 5개년 계획도 공개하려 했다가, 돌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비공개 결정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위 소속으로 활동했던 한 위원은 뉴스핌과 통화에서 "갑자기 보안을 강조하면서 내부 자료는 절대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며 "이유는 모른다"고 전했다.  ycy1486@newspim.com 2025-08-20 15:55
사진
美, 인텔 이어 삼성도 지분 내놔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상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확보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등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투자를 진행 중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약속된 정부 보조금 제공과 맞바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에 지분을 넘기고 싶지 않다면 보조금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업들의 순익 전망과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산업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업계의 불만과 비난 또한 커질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귀담아 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거래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며 "왜 1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에 돈을 줘야 하는가. 우리는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아 미국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할 경우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지만, 러트닉 장관은 "경영권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는 대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은 인텔에 이어 반도체법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 기업이며,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주요 수혜 대상"이라며 "이번 검토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6월에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황금주(golden share)'를 확보해 주요 경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wonjc6@newspim.com   2025-08-20 08:31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