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눈에 잘 띄지도 않는 모기 한 마리가 거대한 코끼리의 움직임을 1시간 가까이 마비시키는 일이 가능할까? 한국거래소에서는 가능하다.
지난 12일 오전 장 초반 시가총액 4억원대에 불과한 초미니종목 SH에너지화학 우선주가 20조 5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종목인 LG화학의 발목을 잡았다. 이 때문에 코스피의 매매거래가 1시간 가까이 지연됐다.
거래소측은 전산사고의 원인이 시스템이 인식 못하는 주문 1건이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원인은 SH에너지화학 우선주의 동시호가 매수매도주문 처리과정에서 물량을 배분하는 '로지컬(논리연산) 에러'가 났기 때문이다. 어떤 종목이 동시호가로 매도매수 주문이 들어올 경우 거래소 전산시스템은 이를 단계적으로 10주나 50주, 100주 등으로 배분해서 순차적으로 체결하게 된다.
이날은 시스템이 동시호가 체결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매수잔량을 취소하는 주문이 먼저 들어왔다. 갑자기 매수주문이 사라지면서 주문처리 시스템은 매도물량을 넘길 곳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급기야 거래소의 60개 시스템 그룹 중 하나가 완전히 멈춰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큰 아쉬움이 남는다. 문제가 된 SH에너지화학 우선주는 총 상장주식수가 6220주 밖에 안되는 초미니 종목이다. 거래량은 적을 수 밖에 없고 주문이나 호가도 충분치 않을 것은 자명하다. 게다가 이 종목은 관리종목이며 최근 급등으로 인해 단기과열 종목으로 지정돼 있는 상태였다.
실제로 12일 종가 6만4400원, 상한가로 마감하면서 총 거래량은 770주 밖에 안됐다. 불과 수천만원으로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이 종목을 상한가에서 하한가로 쥐락펴락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LG화학은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위 안에 들아가는 대기업이다. LG화학은 지난 달 29일부터 전일까지 11거래일 동안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1314억원, 1171억원 규모를 순매수하면서 한창 신나게 상승세를 이어가던 종목이었다.
LG화학은 코스피200 지수에 포함돼있다. LG화학의 매매지연은 코스피200 지수 산출은 물론 이에 따른 선물., 옵션 등 각종 파생상품 거래까지 영향을 미친다.
지난 7월 16일 새벽 거래소에서 야간 정전에 따른 비상 발전기 가동 상황에서 애자가 떨어져 나갔던 사고도 파장이 무척 컸다. 바로 코스피 200 지수가 미국 시카고의 CME 선물거래소에 공급되는 지수였기 때문이다.
사고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그렇지만 미리 대비할 수는 있다.
관리종목이자 투자과열종목, 거래부진종목과 가장 잘나가는 종목을 한 시스템에서 처리하는 게 맞는가? 별도로 처리하도록 전산을 개발하는게 사고에 대비하는 길이다.
잇따라 발생하는 전산사고로 궁지에 몰린 한국거래소는 원인 분석과 사고 대비를 보다 철저히 해야한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