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정부입법은 상정도 잘 안 될뿐더러 상정되더라도 논의도 잘 안 된다. 그런데 의원입법은 갑자기 내일 법안을 논의한다고 하면 밤을 새워서라도 일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과도한 의원입법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 적극적으로 입법에 나서는 국회의원의 취지는 동의하지만, 의원입법에도 경쟁이 붙으면서 금융당국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 A국은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소위) 논의 과정에 해당 부처와 관련된 법률 중 B법안이 갑자기 상정된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고 정부측 의견을 준비하느라 밤을 새웠다.
소위가 열리기 하루 전에야 이날 소위 의사일정을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보통 여야 간사는 상임위 전체회의를 거쳐 소위에 회부된 법안과 이미 소위에 상정돼 계류 중이지만, 처리 안 된 법안 중에서 협의를 통해 다음 법안심사 소위에서 논의할 법안을 결정한다.
소위는 상임위에서 실제 여야 간 법안에 대한 심층 검토가 이뤄지는 단계로 상임위 통과 여부가 사실상 결정되는 단계다. 이 때문에 소위에서는 관련 이해당사자과 정부 측 관계자를 불러 관련 의견을 청취해 심의에 나선다.
문제는 여야가 어떤 법안을 실제 다음 소위에 상정해 논의할지는 온전히 국회의 결정 몫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예측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회 한 수석전문위원은 "전체회의를 거쳐 소위 회부가 결정된 것과 소위에 계속 계류된 것 가운데 일정과 처리가능성, 시급성 등을 고려해 여야 간사가 소위에 올릴 안건을 잡는데, 위원회마다 (소위에) 계류된 안건이 200~300건은 된다"고 말했다.
이 수석전문위원은 "대개 소위원장이 초안을 잡아 양당 간사와 협의해 (안건을)빼거나 넣거나 한다"며 "대개 일주일 전부터는 안건 얘기가 나오지만, 확정은 이틀 전, 삼일 전이 될 수 있고, (갑자기) 추가되는 것이 있다고 하면 그것이 바로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체회의에서 소위로 넘겼으니 원칙대로 하면 언제든지 (소위에서) 논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준비를 다 했어야 한다"면서도 "워낙 법이 올라간 게 많았고 (B법안이 숙성이 덜 돼) 그날 논의될 거라고 예측을 못 했었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지난 5월 말에 발의돼 해당 법안소위에 이날 처음으로 상정됐다.
문제는 이런 경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의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는 보통 예측을 하고 일을 하는데, 갑자기 논의한다고 하면 밤을 새울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밤을 새웠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히 정부가 국회의 의원입법 때문에 고생한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입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절차가 간소한 의원입법에서 파생될 수 있는 과도한 의원입법의 부작용의 한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과도한 의원입법의 단적인 예로 의원입법은 늘고 있지만, 가결률이 떨어지고 있는 현상이 지적된다. 홍완식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의원발의 법률안의 가결률은 15대 국회 40%에서 16대는 27%, 17대는 21%, 18대는 14%로 떨어지고 있다.
홍 교수는 "정부가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전에는 관련 부처 논의,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과정을 거쳐 문제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을 걸러내게 된다"며 "반면 국회의원은 10인 이상의 동의만으로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고, 정부와 협의·조율하는 경우가 드물고 입법의 영향을 받을 이해관계자들과의 심도 있는 논의과정도 생략되기 일쑤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국규제학회는 최근 '의원입법과 규제영향 분석'이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통해 의원입법 과정에 규제영향평가나 입법평가를 도입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정부가 입법을 하려면 정부규제개혁위원회에 가야 하는데 정말 통과하기가 어렵다"면서 "의원 법안 발의에도 사전에 뭔가 (검증) 절차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