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상반기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미국 시퀘스터, 유로존 위기, 중국 경착륙 위험 등 중요한 위험 요소들이 충격을 주지 않고 비껴갔다. 경제 회복 속도는 느리지만 완고한 개선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장기금리가 정상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채권시장이 동요하고, 신흥국으로 유입되던 자금이 방향을 틀고 있다. 일본의 새로운 실험 '아베노믹스'의 성공이 불확실한 데다 중국 새 지도부의 완고한 개혁 의지가 새로운 위험으로 부상하고 있어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적잖은 부담이다. 이 가운데 뉴스핌은 상반기 추세를 점검하고, 하반기에 주목할 추세, 위험요인을 점검한다.
[뉴스핌= 김사헌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중국 지도부가 세계경제를 지탱해주던 손을 떼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동요하고 있다.
벤 버냉키 의장은 지난주 양적완화 종료 계획을 시사했고, 중국 인민은행은 과도한 신용증가와 그림자금융 위험에 대해 유동성 공급을 통한 수술을 감행하고 있다.
금융시장은 6월 한 달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냈다. 이제는 금융시장의 동요가 가계와 기업 등 실물경제로 악영향을 줄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 2013년 상반기 평가: 절반의 성공
연초에 뉴스핌이 예상한 2013년 세계경제 전망은 큰 흐름으로 맞아 떨어졌다. 다만 여명의 빛이 환하게 열릴 것이란 기대 보다는 미국과 일본 등 일부 선진국과 새롭게 부상하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불균등한 성장률이 전개될 것이란 예상대로였다.
특히 경제 하방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 것은 현실화됐다. 국제통화기금(IMF)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IBRD) 등 주요 세계기구의 세계경제 전망이 하향조정됐다. 세계경제는 여전히 '장기 추세선 아래'의 완만한 회복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한편, 금융시장의 '리스크-온'으로 전환 예상도 틀리지는 않았지만, 전개는 예상과 달랐다. 주식에서 채권으로 '대 순환'은 상반기가 종료되면서 본격화될 조짐이지만, 이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장기금리의 급등이란 파장 속에서 이루어질 조짐이다.
벤 버냉키 의장의 출구전략 시사에 이어 국제결제은행(BIS)은 연례 보고서에서 "선진국 중앙은행은 할 일을 다했으며, 더이상 지원했다가는 거품 유발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정책적 지지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와 함께 예상치 못한 상황도 전개됐다. 또 일본은행(BOJ)의 강력한 완화정책이 실행되면서 강한 순풍과 함께, 이것이 성공하지 못할 때의 위험과 부작용에 대한 경고도 제기되고 있다.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와중에도 채권시장에서 자금은 빠져나오지 않았지만, 버냉키 의장의 부양책 축소 가능성 시사에 따라 본격적인 채권 자금 이탈이 우려된다.
유럽이 비록 위기가 지나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조만간 유럽 증시가 미국 증시를 이길 가능성은 생각보다 작아 보인다. 당분간은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감이 앞선다. 일본은 참의원 선거가 중요한 고비이지만, 미국과 금리 격차가 벌어지고 있고 상대적으로 완화정책이 장기화될 것이란 면에서 엔화 약세는 추세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 최악의 시나리오는'선반영' 된다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전망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버냉키 의장의 과감한 정책이 더 오래 지속될 수록 그에 따라 나중에 치러하 하는 비용이 더 커진다.
버냉키 의장은 "경기가 회복되면서 금리가 상승하는게 뭐가 나쁘냐"고 반문했다. BIS가 이젠 중앙은행의 유동성에 더 기대지 말고 혼자 서는 연습을 하라고 충고한 것과 다르지 않은 맥락이다.
중국 새 지도부가 시장의 혼란을 보면서도 굳건하게 그림자 금융 위험을 억제하겠다고 나선 것도 그 자체로 나쁘지 않은 행보이다. 새 지도부가 빠른 성장보다는 필요한 개혁과 수술 조치를 취하면서 가겠다고 선언한 이상, 올해 성장 목표 7.5% 달성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있다.
문제는 연준이나 중국 정부나 시장을 너무 가르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금융시장은 항상 복잡성이나 불확실성을 피하고, 최종 목표 지점에 도달하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좌충우돌하면서도 기어코 자기 목표에는 도달하는 것이 시장의 생리. 따라서 시장의 진통은 스스로 해결해야 되는 것이고, 자꾸 방향을 바꾸고 뭔가 해주려고 하면 안 된다.
핌코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대표는 "금융시장에 너무 많은 지침을 주면 과잉결정의 위험이 있다"고 충고했다. 물론 그는 채권시장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더했다.
그가 보기에 미 국채는 가치평가 면에서 지금부터라도 10%의 추가 상승 여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기술적인 면에서 그러한 잠재력이 실현될 지 여부는 불확실하며, 그 동안 너무 위험보유 성향이 강했다는 점에서 당장은 채권펀드에서 이탈이 지속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꼬리위험: 모르고 있는, 알려진 사실
하반기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의 '꼬리위험(tail-risk)'은 여전히 크다. 미국의 출구전략 뿐 아니라 아베노믹스의 실패 가능성, 중국의 경기 둔화 등이 대표적이며, 독일의 9월 총선을 앞두고 유럽 상황이 다시 악화될 수도 있다. 터키와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서 나타난 시위사태도 주목할 대목이다.
최근까지 여러가지 '꼬리위험'을 중앙은행의 막강한 유동성이 눌러왔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런 기댈 지점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염두에 둬야 한다.
유동성에 기댄 막연한 위험보유성향의 강화는 더이상 통하기 힘들게 됐다. 미국의 장기금리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이런 흐름에 빗장을 걸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뉴스핌 예측에서 중요한 것은 '잘모르고 있는 알려진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제 '알고 있는, 이미 알려진 것'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왔다.
금리 상승기에 경제와 금융시장이 보일 변화에 좀 더 주목할 때가 됐다.
연초에 전문가들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버냉키를 필두로 한 중앙은행들이 강력한, 공격적인 완화정책과 위험자산 부양 의지다. 여기서 주식, 고수익채권, 금은 등 위험자산을 사고 미 장기 국채와 안전한 채권에서 빠져나오란 주장을 하는 용기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동시에 "초저금리와 투자자들의 수익률 추구가 단기 변동성이 낮게 유지되는 배경이었다면, 그 반대 흐름이 전개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블랙록은 이미 "완화 정책이 올해 하반기부터 종료될 위험이 존재한다는 점, 제로금리 시대에 투자등급과 투기등급 채권 가격 차이가 크게 줄었다는 것은 부담이며, 안전 투자가 오히려 '테일 리스크'가 될 수 있으며, '쓰레기 자산'에서는 빠져 나올 때"라고 충고했다.
상반기가 지나고 있다. 올 한 해 경제와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기 위한 교훈을 많이 얻었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할 때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