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 "장기투자, 장기투자"를 외치지만 우리나라의 투자 문화는 여전히 단기에 익숙하다. 단기투자가 만연하니 증권사의 수익도 시황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 지난해 주식거래대금이 급감하자 증권사 4개 중 1개는 적자를 기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장기투자 문화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배당 투자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저성장 저금리 시대의 재테크 대안도 배당투자이고,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자본시장의 안정적 성장도 배당투자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이다.
31일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2005년에서 2011년까지 7년 동안의 배당성향이 22.4%에 머물렀다. 100원의 이익을 내면 이중 22.4원만 주주에게 배당했다는 얘기다. 이는 G20 국가 평균인 47.7%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넓은 의미의 배당으로 볼 수 있는 자사주 매입까지 포함해도 국내 기업의 배당성향은 31.9%로 G20 국가 평균 55.1%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국내 기업들의 배당수익률 역시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톰슨로이터와 현대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현재 영국 홍콩 미국의 배당수익률이 각각 3.62%, 2.51%, 2.10%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08%에 그친다. 이웃 일본의 1.67%에 비해서도 한참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배당에 인색한 것은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오는 성장 위주였기 때문이다. 이익이 나면 배당보다는 성장을 위한 투자에 쏟아부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자 기업들이 투자도, 배당도 않고 현금을 쌓아놓기만 하는 모습이다.
이영준 현대증권 경영분석팀장은 "외국에서는 배당을 정당히 요구하는데 우리나라는 주주들이 배당을 강력히 원하는 문화도 아니고, 기업도 배당에 익숙하지 않았다"며 "우리 기업들이 성장 기업에서 성숙 기업으로 나아갈수록 배당에 대한 요구도 전반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이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크다면 주주환원 정책은 주가의 장기 추이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며 "특히 국민연금과 같이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배당이 가진 중요성을 더욱 높이는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시가배당률을 높이는 것 외에 배당횟수를 늘려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제도상으로는 분기배당을 할 수 있게 정비돼 있으나 이를 활용하는 기업은 없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004년 분기배당 제도가 국내에 도입됐으나 현재 분기배당을 실시 중인 기업은 한 곳도 없다. 그야말로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차장은 "배당 횟수가 늘수록 주가도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 왔기에 조금씩이라도 자주 하는 게 한꺼번에 많이 하는 것 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배당을 높이는 것이 기업들의 주가를 안정적으로 높여주고, 시장을 질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원종준 라임투자자문 대표는 "배당이 프리미엄이 되는 시대"라며 "배당을 통해 총수익률을 높이는 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창보 GS자산운용 운용본부장(CIO) 역시 "투자자에게 메리트를 줘야 할 것이므로, 저금리 저성장 시대를 맞아 배당률을 높이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주주가치 환원 차원에서도 배당은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안정적 배당으로 장기 보유 성향 투자로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저금리 시대에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배당을 꾸준히 실시한다면 주식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단숨에 바뀌기는 어렵다. 장희종 KDB대우증권 연구위원은 "배당으로 장기투자를 유도하려면 안정적 성장을 보이는 대형주가 배당을 많이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대형주는 대부분 경기민감주가 많다"며 "LG생활건강 등 안정적으로 배당해 온 기업들은 이미 주가가 너무 비싸 배당한다해도 배당수익률이 얼마 안 된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