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에라 기자] "돌이 갓 지난 아이에게 왜 못 걷냐고 빨리 걸으라고 하면 어떨까요? 한국형 헤지펀드 나온지 1년 조금 넘었을 뿐입니다. 더 지켜봐주세요. 그리고 관심 가져주세요. 국내 자본시장이 성장하려면 한국형 헤지펀드의 성공도 필요합니다."
'자본시장의 꽃' 이라 불리는 헤지펀드가 '한국형'으로 탄생한 지 1년 5개월이 지났다.1490억원으로 출발한 한국형 헤지펀드의 덩치는 어느덧 1조원 이상으로 증가했다. 기대반 우려반 속에 닻을 올린 한국형 헤지펀드는 큰 탈 없이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걸음마 단계인 시장이 성장하려면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수익률에 울고 웃는 펀드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성과 부진에 고개를 숙인 매니저들도 다수 나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해 단정적으로 평가하기 보다 시간을 갖고 지켜봐달라고 당부한다.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한국형 헤지펀드로 자리 잡기 위해 준비를투자 전략의 다양화, 진입 규제 장벽 완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설정액 1.2조원‥브레인·삼성운용 "눈에 띄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한국형 헤지펀드의 설정액은 1조1920억원 수준(25개)으로 집계됐다. 출범 당시와 비교하면 1조원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설정원본이 1000억원 이상인 헤지펀드도 등장했다.
브레인자산운용의 '백두 전문사모투자신탁1호', '태백 전문사모투자신탁 1호'는 2000억원을 넘어섰고 삼성자산운용의 '삼성 H클럽 Equity Hedge 전문사모투자신탁 제1호'도 1700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최근 설정된 마이다스자산운용의 'M1 멀티스트래티지 전문사모투자신탁 제1호'도 설정원본이 1800억원에 달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스마트Q토탈리턴전문사모투자신탁1호'는 1000억원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간 수익률 격차가 컸던 상품들은 연초 이후로 플러스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굴곡이 있을 때도 있었지만 별 무리 없이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이 잘 크고 있다고 본다"며 "하반기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브레인이 헤지펀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경쟁을 부추긴 것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이 더 관심을 갖게 된 측면도 있다"고 언급했다.
◆ 펀드 청산에 매니저 떠나고‥신뢰감 형성은 '아직'
그러나 아직 한국형 헤지펀드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데 누구나 공감하는 분위기다.
수익률 부진에 청산하는 펀드가 잇따라 등장한 가운데 1세대 매니저 역시 교체된 운용사들도 눈에 띄었다. 한 운용사의 경우 헤지펀드운용본부장 자리가 몇달째 공석인 상태로 남아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말하지만 운용 인력 등의 경험도 많이 부족하고, 해외 매니저들은 국내에 들어올 생각이 없어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물론 트랙레코드가 쌓여가는 과정에서 수익률의 잣대로만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주상 삼성증권 PBS 팀장은 "공모펀드 활성화 된 것도 도입 후 시간이 걸린 만큼 헤지펀드 시장도 정착을 위해 더 기다려줘야 한다"며 "1년 반이라는 시간을 거치며 트랙 레코드가 쌓이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 분위기 변하나?‥다양해진 투자전략
최근 들어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은 희소식이다. 이벤트드리븐 등 등 다양한 전략을 가진 신상품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롱숏으로 획일화된 시장에서 개성을 뽐내기 시작했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은 이달 초 멀티전략과 구조화 펀드인 '마이다스 M1 멀티스트래티지 전문사모투자신탁 제1호 종류C-S', '마이다스 M1 구조화 전문사모투자신탁 제1호 종류 C-S'를 론칭했다.
앞서 대신자산운용도 이벤트 드리븐 및 구조화헤지 전략을 활용하는 헤지펀드를 내놓았다.
'[밸런스] 코퍼레이트 이벤트(Corporate Event) 전문사모투자신탁 제1호'는 각종 이벤트로 인한 가격변동 과정에서 수익을 얻는 이벤트 드리븐 전략을 활용한다. '[밸런스] 구조화헤지 전문사모투자신탁 제1호'는 주가연계증권(ELS) 등 구조화 상품을 활용해 위험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한다.
이날 우리자산운용은 2호 헤지펀드를 출시한다. 국내채권이 아닌 해외채권 롱숏전략을 주전략으로 사용한다.
업계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주식 롱숏외의 대체 전략을 활용할 수 있는 헤지펀드가 출시되는 것이 중요해진 시점"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마이다스나 대신 등에서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는 헤지펀드를 내놓은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 '다양성'을 심어라‥장기적으로 보자
업계 전문가들은 롱숏 전략이 대부분인 시장 속에서 다양한 투자전략을 가진 한국형 헤지펀드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기웅 미래에셋자산운용 헤지펀드운용 본부장은 "운용의 다양성이 확대되어야 하고 운용자 자체가 가지고 있는 운용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이 자체적으로 조성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 본부장은 "시장이 성숙 단계로 가기 위해 신뢰가 필요하다"며 "빠른 청산과 신규 진출 등이 이어진다면 퀄리티 높은 시장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윤석 우리자산운용 팀장은 "현 시점은 트랙레코드가 쌓여가고 있는 과정"이라며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이 안정화되려면 다양한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들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다양한 기관들의 자금을 이끌어내야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대체로 중장기적 투자 목적을 갖는 연기금의 큰 자금이 헤지펀드 시장의 안정화를 도와줄 것이란 얘기다. 아울러 저성장 저금리 기조 속에 부각되고 있는 관심을 살려야 한다는 당부도 이어졌다.
한상수 삼성자산운용 헤지펀드 본부장은 "주요 기금들이 큰 자금을 갖고 있어 한국형 헤지펀드에 기관 자금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지한 우리투자증권 PBS본부장은 "저금리 기조 속에 인간 수명은 연장되면서 투자에 대한 관심을 커지고 있다"며 "그러나 마땅한 투자 대안이 없어 해외 쪽으로 투자자금이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이길 수 있는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해 주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