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FX마진으로 150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진 후 FX마진거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지난 2009년 투기적인 성향이 짙다며 금융당국이 강력 규제에 나서자 주춤했다가 살아나는 셈이다. 한 증권사의 경우 김 대표 소식이 알려지며 FX마진 거래량이 일시적으로 5배 가까이 늘기도 했다.
이에 뉴스핌은 [FX마진 김택진 신드롬] 기획을 통해 김 대표가 어떻게 투자했고, FX마진이 무엇인지 살펴본다.<편집자주>
[뉴스핌=백현지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급변하는 환율에 투자하는 FX마진거래가 신개념 재테크로 급부상했다. 일본 와타나베 부인이 주로 활용한 재테크 수단이었다는 점도 국내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진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이 속출하고, 투기성이 높다는 이유로 정책당국이 규제 강도를 높이자 시들해졌다.
◆ FX마진거래, 레버리지 낮아진 후 인기도 시들
FX마진거래는 외환현물 시장과 통화선물 시장에서 장점을 가져온 것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진입이 용이하다. 최소 거래단위가 10만 달러로 현재 1만달러의 증거금만 있으면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이 증거금 비율은 금융당국의 규제 이전에 2000달러에 불과했다. 50배까지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어 개인투자자들이 모여들었다.
투자자의 90%가 손실을 보는 것으로 집계되자 정책당국은 지난 2009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증거금 규제를 강화했다. 당초 2%였던 증거금 비율이 5%에서 다시 10%까지 높아졌다.
한 증권사 선물 담당자는 "FX마진은 현재 레버리지가 10배 밖에 되지 않는데다 글로벌 경기 흐름만 알면 주식처럼 재무제표, 모멘텀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지금은 주식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009년에는 투자자의 90%가 손실을 봤지만 지금은, 특히 엔화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90%가 수익을 내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차례의 규제로 인해 FX마진이 해외선물 대비 '비교적' 안전 투자상품이 된 셈이다. 그렇지만 거래량은 규제 이후를 회복하지 못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7월 FX마진 규제 직전 한달 거래량이 40만3000여건이었지만 9월에는 절반 이하로 줄었다. 지난해 3월 추가 규제 이후에는 17만6600여건까지 급감했다.
◆ 해외통화선물, 1일 거래량 20만건 넘어
한편 해외통화선물에 베팅하는 투자자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통화선물은 환리스크의 헤지나 차익을 얻기 위해 미래 일정시점에서 약정가격으로 매수 또는 매도하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9월 해외통화 선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달러 선물 거래량만 364만여 건이었지만 지난해 3월에는 430만여건으로 늘었다. 이후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유로, 엔 등까지 합하면 1일 평균 거래량이 20만여 건을 훌쩍 넘는다.
해외선물이 FX마진의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 중 하나는 레버리지를 20배 이상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선물은 상품별로 증거금 규모가 다르지면 증거금비율이 최소 1%까지 있다.
레버리지가 크다는 것은 수익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손실 위험도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마진콜(계좌 잔고가 증거금 이하로 내려가는 일) 발생시 FX마진은 강제 청산되지만, 선물거래는 증거금을 일정 기간 내 지정계좌에 입금해야한다는 차이도 있다.
아울러 만기가 없는 FX마진과 달리 해외통화선물은 꾸준한 만기관리가 필요하다.FX마진은 주식처럼 매수 혹은 매도포지션을 계속 들고 있을 수 있다.
반면 해외선물은 3~12개월마다 만기가 도래할 때 만기이전에 포지션을 청산하지 않았다면 실제로 그 통화를 사서 결제해야한다. 이 때문에 만기관리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조태형 아이엠투자증권 FX연구소장은 "외환시장은 일일 거래량이 5조 달러가 넘는 대규모 시장"이라며 "그 중 FX마진은 증거금으로 레버리지만 일으키는 것이어서 해외선물보다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소장은 "실제로 일본의 경우 FX마진 계좌만 500만 계좌가 넘는다"며 "레버리지를 3~5배 정도로만 일으키는 것이 안정적인 투자"라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