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태희 기자]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 2001년 대학에 입학한 후 지금까지 대학교가 있는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 거주하고 있다. 김씨는 2011년 졸업과 동시에 취업했지만 대학가에 눌러앉았다. 이유는 대학가가 주거비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김씨가 살고 있는 전용면적 23㎡ 원룸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 월세 30만원은 수도세가 포함된 금액이다.
김씨처럼 졸업 후에도 대학가를 맴도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치솟는 전셋값 등 방값이 부담스러워 주거비가 싸고 생활비 부담도 적은 대학가 원룸에 그대로 눌러 앉는 것.
12일 대학가 중개사에 따르면 대학생과 직장인이 새로 전월세 계약하는 비율은 3대 1 수준이다. 전월세 재계약의 경우 일반적으로 중개인을 통하지 않고 집주인과 세입자가 계약을 맺기 때문에 직장인 비율이 이보다 더 높을 것이란 것이 중개사들의 얘기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 솔로몬공인 관계자는 "2월이면 대학교에 입학하는 학생과 졸업한 직장인이 방을 구하기 위해 찾아와 바쁘다"며 "대학가 월세가 저렴하고 강남 오피스텔과 비교해도 깨끗해서 직장인이 이 지역 원룸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종로구 명륜동의 한 중개사는 "이곳에서 3월에 계약하는 사람은 대부분이 직장인이다"라고 설명했다.
직장인들이 대학가에 눌러앉는 이유는 도심 오피스텔 지역인 강남보다 강북 대학가의 방값이 낮기 때문이다. 정보제공 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강남지역 원룸 월세는 강북 대학가 월세의 2배 수준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전용면적 27㎡ 원룸 월셋값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60만원 선이다.
반면 대학가인 성북구 종암동·안암동과 종로구 명륜동에서는 같은 면적 원룸을 보증금 1000만원에 월 30만~40만원이면 구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학가는 주요 업무지역에 못지 않을 정도로 상권이 발달해 있어 주거 편의성도 뛰어나다.
이에 자취하던 대학생이 결혼 전까지 학교 앞에서 계속 눌러 앉게 되는 상황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졸업 후 직장에 다니는 선배가 대학가 주택시장에 머무르다 보니 대학생들의 방 구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학생들의 자금력이 직장인보다 열악하기 때문이다.
고려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박모씨는 "회사에 다니는 선배가 학교 근처에 많이 있다"며 "깨끗하고 위치가 좋은 원룸은 가격이 뛰어 방을 구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올해 같은 학교에 입학한 최모씨는 "적당한 원룸을 찾지 못해 개강 했지만 성동구 왕십리 친척집에서 통학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팀장은 "전셋값이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11%, 2% 상승했다"며 "전셋값 상승으로 직장인이 싼 임대료를 찾아 대학가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집값이 높게 형성돼 있고 소득 수준이 개선되지 않으면 취업준비생이나 사회 초년생이 대학가로 몰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