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박근혜 정부가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라는 압박을 가하자 은행권은 지난해(29조4000억원)보다 4.8% 늘린 30조8000억원 지원을 약속했다. 이게 실현되면 중소기업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실현 가능성에 우려의 시선도 있다. 연체에 대한 불안, 대출 시스템의 비효율 등이 깔려있는 탓이다.
은행 스스로 건전성 훼손까지 각오하고 임함에도 왜 중기대출이 불안해 보일까.
◆ 중기 상황 악화할 때마다 대출확대 독려 ->부실 확대로 이어져
금융당국이 새 정부의 기업지원책을 실행하기 대출을 독려한 사례는 2000년 들어 두 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은행권은 대출을 늘렸지만 몇 년 뒤 건전성 악화로 돌아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8년 하반기 금융당국이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만기 연장과 대출증가율 목표비율까지 정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달성하도록 한 것이다. 이 결과 전년대비 2008년은 13.2%, 2009년은 4.78%나 늘었다.
당시 중소기업의 매출액순이익률은 2006년 -1.2%, 2007년 -1.4%, 2008년 -4.4%로 수익성이 악화하던 시기였다.
이런 때에 대출을 늘린 결과 은행의 중기대출 NPL(부실여신)비율은 2008년 1.93%, 2009년 1.80%, 2010년 3.11%로 크게 나빠졌다.
이런 모습은 지금도 닮아있다. 중소기업 업황전망지주(SBMI)는 2011년말 87.5, 2012년말 83.8, 2013년 82.4로 기준치 100에서 점점 멀어지며 경영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지수가 100 이상이면 전월보다 호전, 100 미만이면 전월보다 악화, 100이면 전월과 보합수준을 나타낸다.
◆ 신보 등 우량 중소기업에 보증해 낭비
영업 현장에서도 위험관리를 우선하는 은행 특유의 보수적 분위기로 신규 대출에 신중하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나중에 감사를 받을 때, 왜 대출을 늘려 부실이 났느냐 물으면 아무리 설명을 잘해도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당국의 주도로 은행권은 중기대출 담당자의 대출 면책요건을 풀어주고 있지만, 현장 직원 사이에서는 인사상 ‘오점’으로 남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한 연구원은 “개별은행이 자체적으로 중소기업 대출 확대 노력을 해도 실제 영업 일선에서 진행되는 대출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출의 내용도 문제다. 기업위험이 커지면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은행은 부실위험을 덜고 기업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결국 정부의 보증이 개입된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자체적인 노력이 반감된다.
보증의 대상 기업의 신용도 수준도 문제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은행에서 직접 대출을 받아도 충분한 중소기업이 신보의 보증을 이용하기 때문에 보증이 꼭 필요한 기업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한 부행장은 “신용대출로 4.5%를 받을 수 있는 우량 기업이 4%의 대출을 받기 위해 신보의 보증을 받아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굳이 보증이 필요 없는 기업까지 신보가 보증해주지 말고 더 신용도가 낮은 기업을 해줘야 실제로 시장에 자금이 공급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