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쌍용건설 경영권 매각작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홍콩계 투자자와의 협상이 순탄치 않은 가운데 제2의 투자자가 실사에 돌입한 상태다. 매각 측 내부에서는 제3의 투자자와도 논의를 벌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1일 쌍용건설 매각 측과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2700억원(2억5000만달러)의 참여금액을 제시하며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요구한 홍콩계 펀드 VVL은 최근 자금계획서를 포함한 증빙자료 제출을 오는 11일까지로 연기했다.
당초 매각 측은 이달 3일까지 증빙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VVL은 일정상 2주 가량 시한을 늦춰 잡았다.
매각 측 관계자는 "VVL이 자료 제출을 늦춘 것은 이번 딜에서 빠지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면서 "홍콩에 근거지를 둔 모기업과의 협의 문제 등으로 일정을 넉넉히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VVL의 자료 제출이 늦어지는 것을 두고 '딜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쌍용건설은 자본 유치가 절실한 시점에서 이번 딜이 깨지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말고는 답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주주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서도 달갑지는 않다. 부실채권기금 청산기한인 오는 22일까지 이번 딜이 어느 정도 가시화되지 못하면 정부로의 현물반환이 부담일 수밖에 없어서다. 국영건설사 논란은 또다시 불붙을 수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VVL이 자료 제출 시한을 늦추는 것이 이같은 사정을 잘 아는 입장에서 일종의 압박용 카드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자신들이 단독 참여한 입장에서 부채 문제 해결 등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주주의 결단을 이끌어 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채권단에도 딜이 깨지는 것은 결과적으로 채권회수가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M&A라는 것이 서류에 도장을 찍을 때까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VVL의 단독 참여는 채권단에게도 그만큼 부담일 수밖에 없다.
다만 채권단은 출자전환 규모조차 정확하지 않은 상황인데다 내부 절차에도 시간이 상당기간 소요되는 만큼 투자자 요구에 빠른 움직임을 보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태다.
M&A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단의 출자전환, 채무유예 문제는 어느 투자자가 나서더라도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당연한 요구사항"이라며 "채권단이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대주주인 캠코의 고통분담이 먼저 요구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최근 유럽과 아시아 기업이 구성한 컨소시엄이 쌍용건설 실사에 돌입했다.
매각 측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입찰 참여를 염두해 둔 유럽-아시아 기업 두 곳이 컨소시엄 형태로 투자의향서를 내고 데이터룸을 열어보고 있다"면서 "이르면 구정 이전에라도 입찰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을까 한다"고 예상했다.
국내의 일부 건설사도 쌍용건설의 독보적인 해외경쟁력을 3000억원에 못미치는 금액으로 거머쥘 수 있다는 점에서 매각 측에게 지속적인 입질을 보내는 것으로 전해진다.
캠코와 채권단이 출자전환이나 감자 문제 등에 어떤 결론을 도출하는지 지켜본 뒤 입찰 제안서를 낼 수도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가 파악한 분위기다.
건설업계의 관계자는 "토목, 건축의 해외 경쟁력 측면에서는 국내 건설사 중 현대건설을 제외하고는 쌍용건설의 경쟁력을 따라갈 곳이 없다"면서 "이번 딜이 결과적으로 제1, 제2의 투자자가 아닌 진정성 있는 제3의 투자자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
한편, VVL은 현재 매각 측에게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일부 담보채권에 대한 금리인하, 그리고 감자를 요구한 상태다.
이에 따라 매각 측은 우리은행, KDB산업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등 주요 채권단에게 이같은 요구를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자기자본(1280억원)이 자본금(1488억원)을 밑도는 자본잠식 상태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이번 딜이 이달 중으로 마무리되기는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아예 깨질 가능성은 현재로서 크지 않다"면서 "대주주나 채권단이 좋은 방향에서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