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우회전 깜빡이를 켠 자동차가 갑자기 좌회전한 격이다. 태국 중앙은행이 총재가 완화정책이 필요 없다고 발언한 지 나흘 만에 전격 금리 인하를 결의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동남아 경제 전망이 생각보다 좋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며, 주변국들도 줄줄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외 여건 악화와 미국의 양적 완화가 영향을 주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17일 태국 중앙은행(BOT)은 정책금리인 하루짜리 RP 금리를 2.75%로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애초 금융시장과 경제전문가들은 대다수가 BOT가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봤다. 이번 금리 인하 결정은 정책위원회 7명 중 5명의 찬성으로 이루어졌다.
BOT 총재는 이번 결정에 대해 정치적 외압은 없었다고 해명해야 했다. 그동안 재무장관이 꾸준히 금리 인하와 바트화 약세를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그는 불과 한 주 전 언론대담을 통해 내수가 수출 감소를 상쇄할 수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가 필요 없다고 발언한 바 있어, 이번 결정에는 분명히 정치적 외압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외압이 아니라고 해도 미국의 제3차 양적 완화에 따라 투기적 외국자본이 크게 밀려들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억제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중앙은행으로서도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외압이 작용하지 않았다면 BOT의 이번 결정은 대외여건 악화로 내수에까지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 BOT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5.7%로 고수했지만, 다음 주에 2013년 경제전망은 하향 수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BOT는 성명서를 통해 "전반적인 경제 전망이 아직 약하다"면서, "전망을 둘러싼 큰 불확실성이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물가 압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내수를 부양해 세계경제로부터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인 부정적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완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태국 경제는 최근 중국 경제가 빠르게 둔화하고 유럽 경제가 재정긴축으로 어려운 상황이 되자 수출이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은 8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7%가량 감소했는데, 석 달 연속 감소세가 이어진 것이다. 태국 정부는 지난해 발생한 70년래 최악의 홍수 사태 때문에 재정지출을 늘렸지만, 대외여건 변화에는 속수무책이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주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태국의 2012년 성장률 전망치를 7월에 제시한 7.1%에 비해 0.4%포인트 낮은 6.7%로 수정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은행이 금리인하를 단행한 가운데 필리핀도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나아가 말레이시아도 오는 25일 정책회의에서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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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