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종달 기자]잘 되던 골프가 환경이 조금만 바뀌면 안 되는 골퍼가 있다. 골프가 안 되는 이유는 100가지 넘는다지만 유독 낯선 상황에 민감한 골퍼들이 많다.
이런 골퍼들은 잘 맞던 볼이 골프장만 바뀌어도 잘 안 맞는다. 처음 라운드 하는 골프장에서는 죽을 쑤기 일쑤다. 갤러리만 몇 명 있어도 그렇다. 경기진행이 밀려 뒤 팀이 지켜보면 더 그렇다. 여기에 여성 동반자라도 끼면 그날 골프는 시작도 하기 전에 망한 것이다.
지난 주 친구와 필드에 간 K씨. 요즘 골프장의 공급과잉으로 평일에는 입장객이 많지 않다. 그린피 할인은 물론 2명 라운드도 된다는 골프장도 있다.
그래서 K씨는 연습장 친구와 함께 무작정 골프장에 갔다. 봄바람에 강하게 불어 라운드 하기에 그리 좋은 날씨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골프장은 한산했다. 프론트에서 등록을 하는데 나가고 싶은 시간에 나가란다. 코스가 비었다는 뜻이다. 서두를 필요가 없어 식당에서 해장국 한 그릇을 먹고 1번 홀 티 박스로 나갔다.
하지만 비어 있어야 될 1번 홀 티 박스에 손님이 있었다. 그것도 여자 2명이었다. K씨는 팔자 좋은 여자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티 박스로 다가섰다. 처음 보는 여자들이 아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이들 여자 입장객은 골프를 하러 오긴 왔는데 둘이 치려니 너무 심심할 것 같아 혹시 동반 라운드가 가능할까 해서 팀을 기다렸다고 장황하게 설명했다. 뭐 뜻밖이긴 했으나 굳이 안 될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남녀의 동반라운드는 시작됐다.
그런데 K씨는 첫 홀부터 OB를 날렸다. 아직 몸이 풀리지 않아서 그러니 다시 치라며 동반자들이 ‘멀리건’을 줬다. 자존심이 상했으나 다시 친 볼도 러프로 들어가고 말았다. 사실 낯가림이 심한 K씨는 여자들과 라운드가 그리 반갑지 않았다.
여자들은 배운 대로 또박또박 치는 스타일이었다. 팀도 짜지 못하고 골프장에 나왔으니 ‘골프에 맛이 간 여자’들이라는 것은 짐작했었다.
드라이버 하나 만큼은 빵빵하게 때리던 K씨는 거의 매 홀 ‘돼지 꼬랑지’ 아니면 ‘장외 홈런’을 쳤다. 아이언도 잔디를 퍼내기 바빴다. ‘없는 놈 죽 먹듯’ 뒤땅을 쳐댔다. 이럴 때 욕이라도 한번 해야 화가 풀리는데 여자들이 있으니 그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뚜껑’이 열리니 퍼트도 홀만 훑고 나올 뿐 들어가질 않았다.
전반 9홀을 어떻게 쳤는지 모를 정도로 헤맨 K씨는 후반에나 잘 쳐보자고 마음먹고 10번 홀 티 박스에 올랐다. 하지만 뭐 달라진 게 없었다. 또 오른쪽으로 아주 꺾이는 말도 안 되는 OB가 났다.
“이 양반 지난밤에 뭘 했 길래 아랫도리가 풀려서 헤매나”며 K씨 친구는 핀잔을 줬다. 여자 동반자들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키득거렸다. 사실 뭐 한 것도 없는데 졸지에 ‘19홀’부터 한 꼴이 됐다.
볼깨나 친다는 소리를 듣던 K씨는 이날 말도 안 되는 낯가림 때문에 겨우 90타대를 지키며 라운드를 마치고 “내 여자와 볼을 치면 x자식”이라고 식식댔다.
그러나 K씨는 안다. 다음날이면 언제 여자하고 라운드 할 기회가 없을까 하고 고개를 뺄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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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종달 기자 (jdgolf@newspim.com)












